• 신편 한국사
  • 고대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Ⅱ. 철기문화
  • 1. 철기시대
  • 4) 철기시대의 유물
  • (4) 토기의 과학적 분석

(4) 토기의 과학적 분석

 고고학이란 1차적으로 과거의 유물을 대상으로 하여 인간의 문화를 밝혀내는 학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한 과거라는 것이 대부분 문헌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지금으로부터 1,500년 이상 오래된 시기를 말한다. 이에 따라 유물의 경우도 대부분 부식이나 후대의 파괴로 말미암아 당시 생활에 사용되었던 것에 비해 남아 있는 것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서 연구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1차적 유물을 가지고 직관적인 관찰만으로 과거의 문화를 연구하면 필요한 지식을 얻지 못하게 되거나 알더라도 매우 부족하고 단편적이게 된다.

 그러므로 최근에는 유물로부터 좀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단순히 시각에 의한 관찰이 아니라 자연과학의 연구성과를 통해서 새로운 분석방법을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토기의 과학적 분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1981년 처음으로 연구가 시작0929)Choi Mong-Lyong,<Analysis of `Plain Coarse Pottery' from Chŏlla Province, and Implications for Ceramics Technology and so-called 'Yŏngsan River Valley Culture Area'>(≪韓國考古學報≫10·11, 1981).된 이후 계속 그 연구성과가 축적되고 있다.0930)철기시대의 토기분석으로는 金暘玉,<韓半島 鐵器時代 土器의 硏究>(≪白山學報≫20, 1976)가 처음이며, 그 후 연구 동향에 대하여는 崔夢龍·申叔靜,<韓國 考古學에 있어서 土器의 科學分析에 대한 檢討>(≪韓國上古史學報≫ 1, 1988)가 있으며, 철기시대 토기에 대한 개관으로는 최몽룡·신숙정·이동영,≪고고학과 자연과학≫(서울대 출판부, 1996)이 있다. 여기에서는 이런 자연과학적 분석의 방법에 대해 현재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살펴보고, 특히 철기시대 전기의 분석결과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겠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토기의 과학적 분석은 크게 토기의 소성환경 파악을 통한 기술발달 과정 파악과 그를 바탕으로 한 원산지 추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토기를 통해서 절대연대를 알아보는 것이 있는데, 절대 연대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 토기의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절대연대 측정법에 관련이 되며, 우리 나라에서 그 연구 예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기에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다. 토기의 제작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소성온도의 파악과 성분분석,0931)이것은 성분분석을 통해서 비짐(보강재)를 파악하고, 여러 토기 제작상의 기술적인 조건을 파악하는 기본단계로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산지추정을 위한 근거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기타 물리적인 성질에 대한 분석 등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토기 소성온도 파악은 다시굽기(refiring)0932)이것은 하나의 관찰법에 해당한다 할 수 있지만 다른 여러 분석법들이 기본적으로 다시굽기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일단 이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겠다.를 기본으로 하며 이를 통해 물리적 관찰을 하면서 크게 광물조성분석·화학분석·열분석의 방법을 통해 구운 온도를 추정한다.

 ‘다시굽기’란 일정한 온도로 찰흙을 굽고 식히면 그 뒤에 다시 가열해도 처음의 온도를 넘지 않는 한 상태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대략적인 소성온도와 물리적 성질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광물조성분석에서는 석영입자의 변환형인 트리디마이트(tridymite)의 유무를 가지고 이것이 관찰되지 않을 때 870℃ 이하에서 구웠음을 알 수 있다. 또 카오린나이트(kaolinite) 광물의 고온형인 뮤라이트(mullite)가 관찰되지 않을 때 980℃ 이하에서 구웠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전자선을 전기적으로나 자기적으로 방향을 집중시키거나 또는 발산시켜 광선의 구실을 하게 하여 물질의 미세구조를 관찰하는 데 이용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으면 소성온도 판독도 가능한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관찰법과, 유물에 X선을 조사하여 반사되는 각의 굴절유형을 통해 유물 속에 존재하는 광물질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서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의 정확한 분류나 점토광물 분석에 좋은 XRD분석법(X-ray Diffraction Analysis)0933)하지만 XRD로는 결정물질만 알 수 있고, 구워진 찰흙일 때는 시료를 굽는 과정에서 결정구조가 파괴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암석분석으로 보완해야 한다. 등이 있다.

 화학분석으로는 Mössbauer spectroscopy와 ESR분석법이 있는데 前者는 흙속의 철 성분의 산화상태로 가마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으로 900℃ 이상으로 소성된 토기에 적합하며, 後者는 찰흙이 Fe+3(常磁性 이온)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구우면 열전이에 의해서 많은 결함이 생기는데 이 때 ESR을 측정하면 스펙트럼상의 결정구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Mössbauer spectroscopy와 달리 비교적 저온의 산화염으로 구워진 토기의 소성온도 측정에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열분석이 있는데 이것에는 DTA(Differential Thermal Analysis), TGA(Thermal Gravity Analysis), TEA(Thermal Expansion Analysis) 등이 있다. 먼저 DTA는 대부분의 점토류는 가열하면 흡열·발열 반응을 보이는데 그런 반응의 횟수, 그것이 일어나는 온도, 강도 등이 광물에 따라 다르므로 광물확인이 가능한데 암석분석으로 확인하기 힘든 미세한 입자의 물질분석에 특히 유용하고 찰흙종류 확인과 찰흙연구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찰흙이 탈수화된 이후에는 제한된 값만 얻을 수 있다.

 TGA의 경우는 일정한 조건으로 토기시료를 가열했을 때 일어나는 중량손실을 측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특히 500∼700℃ 사이에 이루어진 중량손실은 찰흙이 탈수화되었기 때문이며 수화된 찰흙이 토기에 남아있을 때 구운 온도는 500∼700℃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TEA는 토기시료에 열을 가했을 때 열팽창점을 지나 소결이 재개되면서 수축이 시작되는 단계가 토기 소성온도의 지표가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800℃ 이상의 온도에서 구워진 토기에 적합하다.

 다음으로 산지추정에 대한 연구를 알아보자. 연구의 전제는 바탕흙의 화학성분이 다르면 원료산지가 다르고 이것은 서로 산지가 같은 원료로 만든 것과 비교해 볼 때 구성성분에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는 우선 태토(바탕흙)의 성분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조사가 필요하다. 이 때 분석대상이 되는 광물은 40가지 정도가 되는데 분석대상 원소를 뽑을 때에는 같은 무리에서 변화가 적고 다른 무리들과는 변화가 큰 특징을 가지며 전체량을 측정하기에 충분한 만큼이 들어있어야 하며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는 원소가 아니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유적의 퇴적환경도 고려해야 하고 특히 낮은 온도에서 구어진 토기의 경우 토기 안의 화학성분이 빠져나가거나 밖에서 침투하는 경우가 있어 시료를 채취할 때 철이나 텅스텐 용기를 사용하여 오염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분석방법으로는 우선 암석분석이 있는데 이것은 편광 현미경에 의하여 토기의 단면을 조사하고 광물의 입자나 구조를 분석한다. 화학분석은 광물들의 성분분석에 특히 용이한 것으로 XRD, XRF, AA, ESA, NAA, IRA, ESR, Mössbauer spectroscopy가 있다.

 최근 경기도 일산이나 미사리유적의 토기분석의 결과 지질분석의 중요성도 강조되어야 한다. 미사리토기의 경우 바탕흙이 주로 녹니석이며 이들은 5∼7㎞ 이내의 팔당지역에서 가져온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또 일산토기 역시 주변흙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0934)최몽룡·신숙정·이동영, 앞의 책, 334·402쪽. 이런 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결과를 통해 제작장소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연구지역의 전반적 지질조건을 파악하고 민족지적 자료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후, 토기제작의 사회경제적 의미까지 포괄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우선 태토의 광물조성이 복잡하며, 앞서 말한 토기 성분분석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과, 토기 제작과정이 여러 단계를 거치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원료성분이 사용과정에서 또는 퇴적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앞서 토기분석 방법을 기술 발달과정의 파악과 산지추정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는데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토기분석이 적용된 예를 알아보겠다.

 기술발달 과정 파악의 경우 무문토기에서는 대부분 석영의 고온형인 트리디마이트가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870℃ 이하에서 구워졌음을 알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보강재의 성분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특기할 만한 것으로 영암 내동리 고분 옹관을 조사한0935)양삼열·조영배,<옹관의 소성온도 및 물성조사>(≪靈岩 內洞里 草墳골 古墳≫(國立光州博物館, 1986), 125∼132쪽. 결과, 700℃부터 수축현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대체적으로 구운 온도의 범위는 700℃ 부근이라 생각되고 이는 XRD의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XRD에서 턱부분에 絹雲母(sericite peak)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800℃까지 온도가 올라갔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같은 가마 안에서도 같은 개체의 소성온도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광물조성을 확인하는 데는 암석분석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는데 일반적으로 각 토기의 주성분과 미세성분을 가리는 연구결과가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기의 바탕흙에 섞여 있는 광물이 원래 태토에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비짐으로 사용하려고 제작자가 일부러 섞은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따라서 이것은 토기가 출토되는 지역에 대한 지질과 암석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실험고고학적으로 그 지역에서 태토가 될 만한 흙들을 가지고 직접 구워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분야는 아직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화학적 조성을 밝히는 연구가 있는데 실제적으로 노포동·저포리 등의 토광묘 출토 연질토기의 경우, 黑皮는 着炭에 의한 것이고 안료나 흑색 장피(덧칠;slip)와는 구분되는 것임을 밝혀낸 바 있다.0936)李盛周,<三國時代前期土器의 硏究>(≪韓國上古史學報≫ 1, 1988). 또 철(Fe) 환원도와 유기물 함량비를 연구하여 연질토기와 경질토기는 가마에서 구웠을 것으로 추정하였고,0937)李盛周, 위의 글. 내동리에서는 기와굴에 단가마 평요로 가마의 성질을 추정하였다.0938)崔夢龍·姜炯台,<渼沙里出土 土器의 科學的 分析>(≪龍巖車文燮敎授華甲紀念 史學論叢≫, 新書苑, 1989). 그리고 삼국시대 토기의 일반적인 구분인 적색·연질·경질 토기의 구분이 일반적으로 타당함을 규산염광물 완전분석법과 AA(Atomic Absorption) 분석법을 통해 알아냈다. 한편 적색토기는 종래의 무문토기와 비교해 태토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하기는 어렵고 연질토기는 상당히 발전된 태토를 가졌으며 경질토기는 열에 대해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0939)崔夢龍·李榮文·鄭昌柱·姜景仁,<全南 昇州·麗川地域 無文土器의 科學的 分析>(≪韓國上古史學報≫14, 1993).

 마지막으로 토기를 구워내는 온도문제인데 현재 민무늬토기의 온도는 573℃ 이하라는 추정을 시작으로 빗살무늬토기 700℃ 이상, 민무늬토기 870℃ 이하, 붉은간토기 700∼750℃, 연질토기 800℃정도, 경질토기 1,000∼1,20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것으로 보았을 때 대체로 이른 시기의 토기는 낮은 온도에서 구워지고 시기가 떨어질수록 높은 온도에서 구웠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입증해 주고 있다. 이 분야의 연구에서는 추정하는 데 변수0940)예를 들어 찰흙이나 비짐의 종류, 가마의 구조, 가마 분위기, 땔감, 불때는 시간 등이 모두 변수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하나의 개체가 서로 다른 온도로 구워지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가 많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지만, 대체적으로 암석분석과 물리적 성질 파악과 더불어 XRD·ESR 분광분석과 열분석 등을 통해 거의 규명이 되고 있다.

 산지추정의 경우는 중요한 연구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인근지역의 지질학적 연구 등 공반연구가 되고 있지 않는 한계가 있어 주로 성분분석을 통한 통계적 처리로서 산지추정을 하고 있다.0941)姜炯台,<중성자 방사화분석에 의한 한국 고대토기 및 자기연구>(한양대 석사학위논문, 1985).
―――,<新羅·伽耶土器 産地推定 硏究>(≪제12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 발표요지≫, 1988), 15∼31쪽.
姜炯台·李盛周,<古代遺物의 産地硏究>(≪제2회 한국상고사학회 발표요지≫, 1988), 133∼155쪽.
하지만 산지추정과 관련되는 분배·교역 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으로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진행된 철기시대 토기의 과학적 분석 성과를 정리해 보았다. 철기시대의 경우 1980년대부터 논쟁이 되고 있는 소위 ‘와질토기’에 대한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서 다른 시대보다 과학적 분석방법이 더 많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연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토기의 분석은, 제한적인 자료를 통해서 과거문화를 설명하는 것이 고고학의 주된 목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고고학적 접근 방법이라 하겠다. 이를 시행하려면 고고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과학적 방법에 대한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이며, 자연과학자들과의 협동연구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되겠다. 현재까지 자연과학적인 분석은 대부분 유물의 상태만을 말해주는 1차적인 정보를 얻는 데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면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의 증가와 함께 연구자들은 이제까지의 연구에서 진일보하여 현재까지 얻어진 자료를 기반으로 궁극적 목표인 산지추정과, 나아가 문화해석에까지 시야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崔夢龍>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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