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4. 사회 구조
  • 1) 신분제
  • (3) 민

(3) 민

 ≪구당서≫나≪신당서≫백제전에 왕은 소매가 넓고 큰 자주빛 袍衣를 입고 신하들은 진홍빛 옷을 입었는데, 民인 일반 백성은 자주빛과 진홍빛 옷을 입

 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간략히 전하고 있다. 또한≪삼국사기≫백제본기 개로왕 21년(475)조에는 “盡發國人”이라 하고, 무령왕 23년(523)조에 “徵漢北州郡民”이라고 한 것처럼, 일반 백성층을 國人이나 民 등으로 표기하여, 귀족 및 노비 계층과 구별하였다. 이들 민은 당시 주로 병역과 부역에 종사한 15세 이상의 성인 남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 농경사회에서는 모든 국가경제의 바탕이 토지에 있었으므로, 대부분의 민은 농경생활에 종사하였다. 물론 이들이 바치는 세금(租·調)이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재원이었다.

 고이왕 15년(248)에는 봄과 여름에 가뭄이 들고 겨울에 기근이 심하므로, 창고를 풀어 진휼하고 또 1년 동안 조세를 감면시켰다고 한다.755)≪三國史記≫권 24, 百濟本紀 2, 고이왕 15년. 이를 보면 민이 매년 세금을 바쳤음을 알 수가 있다.

 고구려의 경우에는 백성(민)들의 세(人頭稅)를 1인당 布 5필, 곡물 5석, 遊人(고려시대 閑人과 비교됨)은 3년마다 한번씩 10인이 합하여 細布 1필을 바쳤으며, 租(호별세)는 민의 생활수준에 따라 1호당 상이 1석, 중이 7두, 하가 5두라고 하여756)≪北史≫권 94, 列傳 82, 高麗. 차등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라에서는 沙梁郡 소년 嘉實이 薛氏女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3년에 걸친 복역기간을 다하였는데 다시 3년을 연장하여 6년간 군역에 종사하였다고 한다.757)≪三國史記≫권 48, 列傳 8, 薛氏女. 이러한 예로 보아 삼국시대 민의 조세부담의 정도나 力役기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魏書≫백제전에 의하면 당시의 농사는 벼농사를 짓기 전에 기장·콩·조 등의 잡곡농사가 벼농사보다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주로 농사를 생업으로 했던 당시 민의 생활은 온조왕 때부터 자주 보이는 가뭄과 재해, 질병 등으로 인하여 매우 비참하였다. 심지어 “굶주린 백성이 서로 살육하여 먹는다”라는 충격적인 기록까지 보일 정도였다.758)≪三國史記≫권 23, 百濟本紀 1, 시조 온조왕 33년 및 기루왕 32년. 이처럼 어려웠던 민들의 생활에 대하여는 통일신라시대 西原京(청주)지방의 민정을 전하는 일본 正倉院의<신라민정문서>에서도 볼 수 있다.759)李弘稙,<日本正倉院 발견 新羅民政文書>(≪學林≫3, 1954). 이에 의하면 4개 마을 가운데 15세 이상 50세 미만의 남자가 여자 248명에 비해 192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남녀 인구의 편차는, 남자들이 병역이나 역역을 피하여 유랑하고 또한 사망율도 여자에 비하여 높았던 데 원인이 있지 않나 한다. 고대사회에 있어서 일반 양민들의 어려웠던 생활을 헤아려 볼 수 있다. 한편 직접 수취대상이 된 농민 이외에 상업과 수공업에 종사한 일반 백성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제가 남천하기 전 비류왕 2년(428)에는 왕이 4部(동·서·남·북)를 순시하여 가난한 백성들에게 신분에 따라 곡물을 사여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분이 빈부의 차이를 뜻하는 것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강변 북쪽에서 예성강(浿河)에 이르는 북부지방은 주로 부여·고구려 이민집단의 지역일 것이고, 중동부지방은 濊族집단이, 중서부지방은 漢郡縣 아래 토착민인 고조선을 중심으로 한 韓系 유민집단이 남하한 곳일 것이며, 호서지방을 포함한 남부지방은 선사시대 이래의 선주민인 마한계 집단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주서≫백제전에는 부여씨계인 왕족들 사이에서 국왕을「於羅瑕」라고 하는데 대하여 민인 백성들은 왕을「鞬吉支」, 왕비를「於陸」이라고 하였다.760)≪周書≫권 49, 列傳 41, 異域 上, 百濟. 여기에서 지배집단을 형성한 북부의 부여계 집단과 정복·동화과정에서 피지배층이 된 마한계 집단과의 사이에는 언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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