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1. 건국신화와 시조신화
  • 4) 신라 신화의 특징

4) 신라 신화의 특징

 종래의 한국 고대의 건국신화와 시조신화에 대한 연구는 대개 천강신화와 난생신화의 이분법적 인식에서 진행되었다. 천강신화는 북방신화이며 난생신화는 남방신화라는 틀 속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신화를 자세히 검토하여 보면 천강신화와 난생신화가 복합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종래는 여러 신화의 공통점만을 중요시하는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 신화가 갖는 역사적 성격이 부각되지 못하였다. 각 신화는 공통적인 요소도 있지만 다른 점들이 많으며 그것은 바로 그 신화가 갖는 독특한 성격과 역사적 과정의 단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신라의 건국신화와 시조신화를 살펴본 바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박혁거세의 신화는 천강신화와 난생신화가 결합되어 있으며 그 신이한 등장을 말이 알려 주고 있다. 또한 혁거세의 신이함은 알영의 신이한 탄생과 신성혼이 더욱 보강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영의 탄생은 용·우물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것은 물과의 관련을 의미하며, 결국 농경과 깊은 관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혁거세의 신성성은 그의 죽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그는 죽어서 하늘로 승천했다가 다시 5체로 땅에 떨어져 오릉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혁거세는 사후 다음 왕인 남해왕대에 시조묘로 설치되어 신라가 멸망할 때까지 숭배되었다.

 석탈해의 신화는 해양세력과 관련이 있으며 역시 난생신화이다. 혁거세 신화에는 알을 갈라 사내아이를 얻었는데 대하여 탈해 신화에서는 처음에 보냈을 때는 알이었는데 해변에서 阿珍義先이 발견했을 때는 사내아이가 되어 있었다. 탈해는 바다를 표류하면서 알에서 胎로 변화한 것이다. 그 바다는 바로 양수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탈해가 야장이라고 한 점을 들어 그를 북방세력으로 이해한 견해가 있으나 자신을 야장이라 한 것은 거짓 꾀를 낸 것이었을 뿐이며 탈해의 활동영역을 보면 동해안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사후에 토함산의 산신이 되어 동악신으로 숭배되어 中祀로서 국가제사가 고려시대까지도 이어졌다.

 김알지 신화는 천강신화와 난생신화가 복합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김알지는 胎生이었다. 그가 금함에서 나왔다고 되어 있을 뿐 알에서 나왔다는 기록은 없다. 알지의 신화는 매우 인간적이며 사실적이다. 석탈해의 신화와 마찬가지로 호공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치세력과의 관련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알지의 탄생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그가 태어난 곳이 금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알지 신화에서 중요한 의미는 발달한 철기와 제련기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북방세력의 진출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알지 신화의 사실성은 世系가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으며 신화로서는 후대적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혁거세 신화·석탈해 신화·김알지 신화는 각기 시대적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혁거세 신화는 농경생활, 석탈해 신화는 해양활동, 김알지 신화는 발달한 제철기술을 반영하고 있으며 각 신화는 시기적 발전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여러 계통의 신화가 나타난 것은 고구려나 백제에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신라의 특징이다. 이러한 여러 계통의 신화가 남아 있는 것은 신라문화의 복합성과 중층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라문화의 다양성과 융합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崔光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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