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8권 삼국의 문화
  • Ⅴ. 과학기술
  • 2. 고구려의 과학과 기술
  • 1) 하늘의 과학
  • (1) 천문도를 만들다

(1) 천문도를 만들다

 조선시대 태조 4년(1395)에 만들어 오석에 새긴 천문도인「天象列次分野之圖」에는 그것을 만들게 된 유래를 쓴 글이 있다. 權近이 쓴 이 글에 의하면, 이 천문도는 고구려 천문도를 바탕으로 해서 제작된 것이다.675)덕수궁 궁중 유물 전시관에 보존된 天象列次分野之圖(가로 122.7㎝, 세로 211㎝)에 권근이 쓴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천문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몇 학자의 연구논문이 있다. 최근에 나일성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그것들을 종합한 것이다(나일성,<「天象列次分野之圖」와 각석 600주년 기념 복원>,≪東方學志≫93, 1996, 41∼132쪽).

 고구려에는 천문도 석본이 있었는데, 그것이 고구려가 망할 때, 전란을 겪으면서 대동강물에 빠져 버렸다는 것이다. 天象列次分野地圖는 그 인본 한 장이 남아서 전해진 것을 가지고 별자리의 위치를 교정하여 만들었다고 했다. 이 기록에 의하면 태조 4년 천문도의 별자리 그림은, 세차에 의한 오차를 새로운 관측에 따라 교정하였을 뿐이므로 고구려 때 작성한 별자리 그림을 사실상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290개의 별자리에 1,467개의 별이 그 밝기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그려져 있다. 북극을 중심으로 한 天球에 별자리들이 제 위치에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고, 赤道圓·黃道圓·北極圓과 함께 經度線도 명시되어 있고 은하계도 그려져 있다.

 이 별자리 그림이 고구려의 독자적인 관측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없다. 그런데 이 별자리 그림은 중국 삼국(222∼238)의 三家星圖에 나타난 283자리 1,465개의 별과 그 수가 거의 일치한다. 아마도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중국에서 陳卓이 삼가성도에 의해서 처음으로 천문도를 만든 것이 310년이므로, 고구려의 천문도와 이들 중국 천문도와 관련을 짓는다면, 4세기 후반까지에는 진탁의 천문도가 고구려에 전해졌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고구려의 독자적인 관측에 의한 별자리의 그림이나 별에 대한 천문학적 지식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래서 진탁의 천문도와 같은 중국의 최신 천문학 지식이 더 쉽고 정확하게 고구려 천문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이다.

 고구려가 天象列次分野地圖에서 보는 것 같은 규격화된 천문도의 원형을 가진 시기는, 진탁의 천문도가 나타난 이후, 그러니까 4세기 후반경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별자리 그림의 성립 시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른 견해가 있다.676)천상열차분야지도의 도설에 씌어 있는 내용을 가지고 계산한 결과는 대체로 4세기보다 앞선 시기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학자들은 춘추분점의 위치를 가지고 세차를 보정하여 3세기경으로 관측 연대를 추정하고 있다. 또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도설에 나와 있는 춘추분점 이외에 28수 거극도, 28수 적도수도 등을 세차와 고유운동을 보전하여 그 관측 연대를 B.C.1세기∼A.D.1세기로 계산하기도 했다. 3세기경으로 그 관측 연대를 추정하기도 하고, 5세기말에서 6세기 초, 또는 6세기로 보기도 한다. 이 시기에 고구려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거의 모든 별들이 망라된 정확한 별자리 그림을 제작했다는 사실은 고구려 천문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구려 천문학의 별자리에 대한 또 다른 확실한 지식은 고구려의 여러 고분에 벽화로 남아있는 그림들 속의 해와 달, 그리고 별을 사실적으로 그린 이른바 日月星辰圖에 의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춤추는 여인들의 그림으로 유명한 무용총 주실 천정의 해와 달, 그리고 별자리 그림은 그 좋은 보기의 하나이다. 여기에는 별들을 원으로 그리고, 그 원들을 3줄의 선으로 이어서 별자리를 그려 놓고 있다. 별자리를 그린 이러한 수법은 별들을 이어놓은 선이 3줄이라는 것이 다를 뿐,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 그림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무용총 천정에 그려진 별자리 그림은 28수 중의 주요한 7개의 별자리를 상당히 충실히 나타냈다.677)예컨데, 中村淸兄,<高句麗時代の古墳について-その星象壁畵の考察を中心として>(≪考古學論叢≫, 東京, 1937)은 고구려 고분의 별자리 그림에 대해서 잘 분석해 놓았다. 또 眞坡里 1호분에는 금으로 그려 넣은 90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데, 그 화려한 별자리 그림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와 거의 같은 별자리 그림은 각저총 주실 천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해방 후에 발견된 여러 고구려 고분과, 일본에서 발견된 高松塚 고분의 별자리 그림에서 우리는 그 별자리 그림들이 매우 정확한 천체 관측에 의해서 작성된 별자리 그림을 바탕으로 해서 그려지고 있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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