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8권 삼국의 문화
  • Ⅴ. 과학기술
  • 2. 고구려의 과학과 기술
  • 2) 산업기술 및 생활과학
  • (1) 고구려척과 축조기술

(1) 고구려척과 축조기술

 7세기경에 일본에서 쓰인 자(尺) 중에 고마척(高麗尺) 이라는 것이 있다. 35㎝∼36.3㎝크기로 환산되고 있는 이 자는 각종 건축에 많이 쓰인 자로서 고마(高麗), 즉 고구려에서 건너간 고구려자이다.685)全相運, 앞의 글(1985), 277∼279쪽.
尹張燮,≪韓國의 建築≫(1996), 71쪽 참조.
그러나 한국의 문헌이나 자료에서는 高句麗尺이라는 자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고구려의 기술자가 고대 일본에 가지고 가서 건축이나 그 밖의 길이를 잴 때 쓰게 되면서 정착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데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고구려가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자를 가졌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도량형 제도와 그 기본이 되는 길이의 단위로서의 척도는 국가의 표준기기로서 제정되는 것이다. 고구려 자의 존재는 고구려 도량형 제도가 나름대로 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이 고구려척이 일본에 건너가서 고대 일본의 건축 및 축조물 조성의 척도로 널리 사용되었다. 고구려의 건축 기술자가 가지고 간 것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고대 가람 배치와 건축의 기본형식에서 고구려적인 것이 발견되는 사실과 고구려척과는 기술적으로 바로 이어지고, 그것은 고구려 기술의 중요한 단면을 기록 이상으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고구려의 건축 및 축조기술은 궁궐과 성곽 및 무덤 등에서 그 양상을 가늠할 수 있다. 유적과 유물에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그 설계와 시공이 높은 기술 수준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장안성과 국내성, 장군총과 같은 유물에서 볼 수 있는 고구려의 축조기술은 훌륭했다. 또 궁전과 사찰의 건축기술은 거대한 규모의 집터들과 여러 고분의 벽화에 그려진 건물의 그림들, 유적들에서 발견되는 벽돌과 기와들과 석재들, 그리고 그 밖의 건축자재들에서 그 발전된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의 성곽 축조기술은 중국 성곽의 축석 양식과 다른 축조법을 발전시켰다. 돌을 대강 다듬어, 큼직큼직한 석재는 아래에 놓고 위로 올라가면서 크기를 줄이고 조금씩 뒤로 물려가면서 쌓아 부드러운 곡선이 되게 하는 축석기법이었다. 그것은 견고하고 축조하기 쉽고 자연미가 있으며 성곽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 설계 시공기술이었다. 그 기술은 백제로 계승되고,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져 한국 성곽의 주류가 되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