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8권 삼국의 문화
  • Ⅴ. 과학기술
  • 2. 고구려의 과학과 기술
  • 2) 산업기술 및 생활과학
  • (2) 금속기술

(2) 금속기술

 고구려의 금속기술은 청동기와 철기시대 금속기술자들의 첨단기술을 이어 받아 일찍부터 높은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고구려의 여러 유적에서 출토되는 청동기와 철기, 그리고 정교한 금 장식품들과 화려한 금도금 마구들은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금제품의 제작기술은 특히 우수하여 북방 다른 민족의 수준을 능가했다고 평가되고 있다.686)최무장,≪고구려 고고학≫(민음사, 1995), 784∼785쪽. 6세기 중국의 유명한 박물학서인≪本草經集註≫에는 고구려의 금은 잘 정련되어 복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고구려 금 정련기술의 우수함을 확인해주는 귀절이다.

 철의 생산은 동아시아의 강대국 중의 하나였던 고구려에서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산업이었다. 고구려에는 비교적 풍부한 철광석의 산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찍부터 철의 기술이 발달했다. 출토된 철제품들 중에서 튼튼한 무기·갑옷·마구·생산 도구 등은 그 질이 매우 우수하다. 고구려의 무덤에 그려진 장수와 병사들이 사용한 여러 가지 무기들, 칼과 창, 활과 화살촉, 갑옷과 투구, 그리고 철제 마차 장식은 철의 생산과 그 기술과 연결된다. 특히 오회분 4호 및 5호묘에 그려진 철을 단련하는 기술자의 그림과 수레바퀴를 제작하는 기술자의 그림은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창조적 활동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창조적 생산기술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고구려 무덤 벽화의 그림은 한국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둘도 없는 현장 그림으로, 그 역동적이고도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내용은 문헌으로 전해지지 않는 고구려 과학기술의 모습을 정확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무장은 “금속제품은 冶鐵·冶銅·연금·도금술·무기제조가 포함된다. 그리고 공구 제조와 금·은기 제조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였다”고 말하면서, “고구려가 자체적인 야금술과 금속제조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고 했다.687)최무장, 위의 책, 784∼786쪽. 철을 단련하는 기술자의 모습과 수레바퀴를 제작하는 기술자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은, 고구려에서 이 두 첨단기술이 얼마나 중요시되었는가를 말해주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철의 생산과 질이 좋은 철제품의 제조는, 고구려의 튼튼한 무기·갑옷·마구·생산도구 등에서 나타나듯이, 고구려의 국력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힘을 기울인 사업이었다. 철제 무기들과 마구는 특히 발달하였는데, 고구려의 마구는 백제·신라·가야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 제조기술은 철의 기술과도 이어졌을 것이다. 쇠붙이로 된 많은 마구와 금도금 마구 장식들은 고구려의 금속기술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제품들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일본에도 영향을 주었다.

 고구려 금속기술자들은 또 하나 중요한 기술을 개발했다. 아말감 도금법의 개발이 그것이다. 고구려의 유적에서는 많은 금도금 제품들이 출토되고 있다. 금도금은 아말감 도금법으로 처리된 것이 많은데,688)최무장, 위의 책, 887쪽. 그 기술이 성립된 시기는 출토된 무덤들의 조성 연대로 보아 대체로 3∼4세기 무렵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속기술에서 또 하나, 광물성 안료의 제조기술이 있다. 고구려의 벽화 무덤들에는 화려하고 대담한 스케일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그림 물감의 재료는 정제된 광물성 안료이다. 최소한 10종류가 넘는 그 안료들은 양과 질에서 매우 뛰어난 제조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막대한 양의 광물성 안료와 잘 정제된 원료들을 고구려 금속기술자들은 고도의 화학기술로 추출해 냈다. 4세기까지 고구려는 다양한 광물성 그림 물감들을 개발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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