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8권 삼국의 문화
  • Ⅴ. 과학기술
  • 3. 백제의 과학과 기술
  • 2) 지리학과 의약학

2) 지리학과 의약학

 백제의 지리학과 지도제작에 관한 자료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다만≪삼국사기≫와≪삼국유사≫에 기술된 지리학 관계 기록들에서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백제의 지리지와 지도가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日本書紀≫에는, 602년에 중 관륵이 天文地理書를 가지고 일본에 건너와서 書生 24명을 선발하여 가르쳤다는 기사가 나오므로, 그 지리서 중에는 그 당시 중국의 유명한 지리 관련 서적들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 같다. 그것들이 백제에서 백제 지리학의 이론을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지리적 이론은 지도의 제작과, 도시의 조성 계획 설계, 토지 측량 및 정비 등과도 연결된다. 7∼8세기 일본의 도성 경영에 나타난 정연한 도시계획은 백제에서 건너간 기술 과학자들의 지도로 조성되었다. 그것은 백제 지리학과 지도제작 이론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조성 계획과 설계를 밑받침하는 실제적인 지리 이론이 백제의 지리학자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그러한 백제 학자들의 지리서는 어떤 형태로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백제의 의약학 수준은 일찍부터 중국의 여러 史書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6세기의 중국 사서에 의하면 백제에는 藥部라는 의료기관이 있었고,≪日本書紀≫에 의하면 554년에 백제의 醫博士와 採藥師가 일본에 건너왔다고 했다. 백제의 약부에는 의박사·채약사와 같은 관직을 가진 의약 전문 관료가 소속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702)三木榮, 앞의 책, 9∼10쪽. 여기에는≪周書≫異域傳,≪隋書≫百濟傳,≪北史≫東夷傳,≪日本書紀≫권 19 등을 인용하여 해설하고 있다. 10세기 일본의 유명한 의학서인≪醫心方≫에는≪百濟新集方≫에서 인용한 2가지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백제에는≪百濟新集方≫이라는 의약서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알려진 것은 불과 두 처방뿐이지만 몇 가지 약초의 복합처방으로 나타나 있고 3가지 병명이 적혀 있어, 비록 그것이 민간 요법과도 비슷한 점은 있으나 그 보다는 한발 앞선 백제의 새 처방집임에 틀림없다. 백제의 의사들이 6∼7세기 일본에 파견되어 건너가서 일본 의약학을 주도하고 의료제도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에 전해진 백제 의약학은 아스까(飛鳥)시대 일본 의약학의 형성과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703)三木榮, 위의 책, 22쪽.
金斗鐘, 앞의 책, 43쪽.

 중국과 일본의 여러 의약서와 문헌들은 훌륭한 약재로 여러 가지 백제산 의약제가 그 효능이 좋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중국의 의사들과 의약학자들이 백제의 의약제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백제 의약학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백제의 처방들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韓醫方」과 약재가 일본 의약학의 바탕이 되었다. 백제의 의약학은 중국 의약학의 영향을 받아 전개되었으나, 백제산 약재를 충분히 활용하여 그들 나름의 경험적 의약처방들을 모아 체계화한 의약학을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인삼과 우황은 그 중에서도 특히 최고의 약재로 중국과 일본에서 존중되었다. 8세기의 일본 本草學의 주류를 이룬 학자들은 대부분 백제에서 건너간 과학기술자들의 후손이었다는 사실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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