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대
  • 09권 통일신라
  • Ⅴ. 문화
  • 4. 언어와 문학
  • 3) 한문학
  • (1) 한문학의 전개

가. 신라 통일 이전의 한문학

 한자가 최초로 전래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삼국시대 이전에 중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른 지식인들의 이주가 이루어지면서 한자 역시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삼국시대 각국이 국사를 기록하고, 기념비를 세워 국가의 위업을 알렸으며, 주변국과 외교문서를 교환하는 일 등을 통해서 한문의 사용능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 해독이 비교적 용이한 眞興王巡狩碑文 중<磨雲嶺碑>나 金后稷의<上眞平王書>는 이 시기의 문장이 부화하지 않고 소박하고 순후함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이루어진 한문이 공식적인 문서에만 통용된 것은 아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한시로 알려진 고구려 乙支文德의<與隋將于仲文>이나 신라 眞德女王의<太平頌>은 국제간의 외교문서의 하나로 간주될 수 있으면서도, 그것이 시적 형식과 수사, 함축적인 시어로 이루어진 탁월한 문학작품이었다는 데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李圭報는 전자를 구법이 奇古하고 자연스러워 후대인이 미치지 못할 바라 했고, 후자를 高古하고 웅혼하여 초당 시인의 작품과 비견되는 것으로 칭찬하고 있다.

 고구려 定法師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詠孤石>은 공용적인 의도가 배경에 깔린 이상의 작품과는 달리 작가 개인의 고고한 의지를 바위에 투영시킨 수준높은 작품이다. 정법사가 육조시대에 중국에서 수도했던 승려였다는≪大東詩選≫의 기록을 받아들인다면 삼국시대의 한문학 자료는 많지 않으나 이미 통일기 문학을 배태시킬 충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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