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 유교사상은 왕권의 전제화 과정에서 발달하였으며, 나아가 유교사상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보다 높이는 데 기여한 인물은 渡唐留學生들이었다. 즉 하대에 이르러 도당유학생의 수가 증가하면서 많은 유학자들이 배출되어 활약하였다. 이들 중에 憲德王 13년(821)에 金雲卿이 宿衛學生으로서 당의 賓貢科에 합격하기도 하였다.³¹⁰⁾≪玉海≫권 116, 選擧 3, 咸平賓貢. 신라는 이미 善德王 9년(640)에 유학생을 당의 國子監에 입학시켜 선진문물을 습득케 하였으며,³¹¹⁾≪三國史記≫권 5, 新羅本紀 5, 선덕왕 9년. 그 후 金風訓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필요시에 유학생이 파견된 바 있었다.³¹²⁾申瀅植,≪韓國古代史의 新硏究≫(一潮閣, 1984), 438∼441쪽. 그러나 구체적으로 유학생 파견방법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당의 빈공과가 설치된 후 그 곳에 합격한 인명의 기록만이 있을 뿐이다.≪東史綱目≫에는 崔利貞·李同·崔致遠·崔愼之 등 19명의 명단이 보이고 있으며,³¹³⁾安鼎福≪東史綱目≫권 5 上, 진성여왕 기유 3년. 근래의 연구로 그 숫자가 45명에 이르게 되었다.³¹⁴⁾李基東,≪新羅骨品制社會와 花郞徒≫(一潮閣, 1984), 290∼291쪽.
金世潤,＜新羅下代의 渡唐留學生에 대하여＞(≪韓國史硏究≫37, 1982).

　숙위학생들의 활동으로 신라는 “성현의 교화를 이어받아 미개한 습속을 고쳐 예의의 나라가 되었다”³¹⁵⁾≪三國史記≫권 12, 新羅本紀 12, 말미.고 할 정도였다. 즉 이들은 당의 정치·문화수용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유학생들은 당의 문인들과의 교류와 詩友를 통해 신라인의 전반적인 학문과 문장의 수준을 높히기도 하였다.³¹⁶⁾李基東, 앞의 책, 298∼301쪽. 또한 숙위학생들의 파견으로 유학 외에도 曆·算·醫·天文 등 기술학문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內省에 천문박사·의학 등 전문기관이 설치될 수 있었다. 더구나 숙위학생들은 당나라에서 빈공과에 합격하였고 그 후 실제 당의 관직생활을 경험한 장본인들로서 엄격한 신분사회인 신라사회에「실력위주의 풍토」를 가져오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³¹⁷⁾申瀅植,＜宿衛學生의 修學과 活動＞(≪統一新羅史硏究≫, 三知院, 1990), 242쪽.

　또한 도당유학생들의 활동으로 생각할 것은 유교정치이념의 구현을 통한 왕권강화의 지원이다. 주로 6두품 계열인 이들은 골품제의 모순을 깨달은 선각자로서 자신이 익힌 학문과 지식을 현실에 반영시키려는 의욕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 이들의 입장은 反眞骨的인 관료로서 왕권에 결탁할 필요가 있었다.³¹⁸⁾李基白, 앞의 책, 62쪽. 따라서 이들은 中事省·宣敎省 등 근시기구를 확장하여 측근정치를 지향하면서 국왕의 권력집중에 이론적 뒷받침을 하게 되었음도 물론이다.³¹⁹⁾李基東, 앞의 책, 263쪽.

　그러나 이들 지적 집단은 진골귀족들의 반발에 부딪침으로써 자신의 뜻이 신라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 숙위학생들은 귀국거부 또는 은둔생활을 강요받기 마련이며 “재주를 펴지 못하여 침울하다”³²⁰⁾安鼎福,≪東史綱目≫권 5, 효공왕 2년 11월.고 하면서 자학적 방랑생활을 하게 되었다.³²¹⁾申瀅植, 앞의 책(1984), 451쪽.

　이들이 비록 당시에는 정치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였으나 실력위주로 등용한다는 과거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물론 과거제도의 실시와 이에 의한 광범위한 인물발탁은 무엇보다도 豪族세력을 극복하고 왕권강화를 추진하는 광종 때에 와서 雙冀의 건의에 의해서 처음 실시되었다. 그러나 신라말 숙위학생들의 주장과 요청에서 이미 그 배경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숙위학생들에 의한 유교정치이념의 제창은 고려왕조 건국에 있어서 왕권강화의 바탕이 되었으며, 실력위주의 인물선발 필요성의 제시는 과거제도 창설의 배경이 된 것이다.³²²⁾申瀅植, 위의 책, 4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