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1. 고려의 건국과 호족
  • 1) 호족세력의 동향
  • (2) 신라 말기 호족의 동향 모

(2) 신라 말기 호족의 동향 모

新羅는 8세기 후반기부터 진골 귀족사회가 사치와 부패에 빠지게 되어 안으로는 중앙귀족의 왕위쟁탈전이 격심하게 전개되므로 인하여, 惠恭王 4년(768)부터 定康王 2년(887)까지 100여 년 동안에 宣德王·憲德王·僖康王·閔哀王·神武王 등 무려 20여 차의 정치변란이 일어났으며, 밖으로는 金憲昌·梵文·張保皐 등 불평귀족과 軍鎭勢力家의 반란이 속출하는 등 지배계급의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었다.

한편 지방에서는 중앙정권에서 떨어져 나온 귀족이나 또는 지방의 세력가들이 불교사원·해외무역·군진세력 등을 배경삼아 豪族으로 성장하여 반독립적인 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중앙집권 체제의 붕괴를 초래하고 지방분권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현상은 眞聖女王(887∼897) 때에 이르러 급속히 확대되어 신라는 전국적이고 항구적인 내란의 도가니 속으로 휩쓸려 들어 가게 되었다.

즉 신라 제51대 왕인 진성여왕은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고 간신배를 가까이 하여 이들에게 국정을 맡기었으므로 국가재정을 좀먹었으며 또 뇌물이 성행하고 관리의 등용이 공정치 못하여 정치가 극도로 어지러워지게 되었다.

여기에다 흉년으로 기근까지 들게 되니 백성이 유리하고 도적이 벌떼처럼 일어나 민심이 동요되고 지방의 여러 州郡에서는 조세를 내지 않아 국가재정이 궁핍하게 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관리를 파견하여 조세의 납부를 독촉하였으나 이미 중앙정부의 명령이 지방에서 시행될 수 없었다. 지방에서는 정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에 저항하여 반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전국적인 내란의 기반을 이루는 것은 농민이었다. 농민들은 훨씬 전부터 과중한 조세의 부담과 가혹한 力役의 징발 때문에 이미 신라의 전성시대로부터 流亡의 경향이 있었던 것인데, 그들은 또 귀족들의 퇴폐적인 향락생활과 국가기강의 해이로 말미암아 과중한 부담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이들 압박에 시달린 농민들은 流民이 되어 사방으로 흘러 다니거나 세력있는 귀족들의 莊園에서 보호를 받으며 그들의 私兵이 되기도 하고 노예가 되기도 하였고 또 때로는 무리를 지어서 도적이 되어 질서를 교란시켜 왔었다. 그러던 중 중앙정부의 조세 독촉을 계기로 하여 진성여왕 3년(889) 沙伐州(尙州)에서 일어난 元宗과 哀奴의 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잇달아 반란이 일어남으로써 신라의 지배체제는 완전히 무너져서 전면적인 내란상태로 들어 가게 되었다.007)≪三國史記≫권 11, 新羅本紀 11, 眞聖王 3年. 각지의 수많은 반란세력 가운데 두드러진 세력은 사벌주의 원종과 애노, 竹州(安城의 竹山)의 箕萱, 北原(原州)의 梁吉, 完山州(全州)의 甄萱, 鐵圓(鐵原)의 弓裔로서 이들은 모두 농민의 불만을 기반으로 하여 일어난 것이다.

한편 신라정부는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란군을 진압할 정규군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지 이미 오래였으므로 지방의 각 군현에서는 스스로 이를 방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리하여 郡太守나 縣令들은 독자적으로 사병을 길러서 城主 혹은 將軍이라 칭하고 점점 중앙정부의 명령계통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띠게 되었으니, 이에 그들은 신라정부의 명령에 대한 복종과 거부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신라를 배반하고 반란군과 결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008)≪三國史記≫권 50, 列傳 10, 弓裔. 이로부터 신라는 지리멸렬의 혼란상태에 빠지고 약 50년에 걸친 내란기가 시작되게 되었다.

원종·애노·기훤·양길 등의 세력은 아직 지방의 한낱 반란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속에서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여 신라와 대항하는 자가 나타나게 되었으니 그것은 견훤과 궁예의 세력이었다. 견훤과 궁예는 각각 주위의 대소 반란세력들을 병합하고 점차 자신들의 세력을 성장시키어 마침내 後百濟와 泰封을 건국하게 되었던 것이다.

甄萱은 尙州 加恩縣의 농민출신이었다. 본래의 姓은 李氏였는데 뒤에 甄氏로 성을 삼았다고 한다. 그는 체구가 크고 유달랐으며 의기가 충만하여, 군인이 되어 서남해 방면에서 싸울 때에는 용감하게 항상 다른 군사에 앞장섰으므로, 그 공로에 따라 裨將이 되었다. 그러다가 진성여왕의 失政과 기근으로 백성이 유리하고 도적이 봉기하자, 견훤은 큰 뜻을 품고 무리를 모아 서남지방의 주현을 쳐서 반란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009)≪三國史記≫권 50, 列傳 10, 甄萱.
≪三國遺事≫권 2, 紀異 2, 後百濟 甄萱.
한편 弓裔는 신라 憲安王의 庶子로서 姓이 金氏인데 어떠한 사정에 의하여 죽게 된 것을 유모가 안고 도망가서 몰래 길렀는데 이 사건 때에 실수로 한 눈이 멀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정권 다툼에 희생되어 지방으로 몰려난 자였던 것 같다.010)≪三國史記≫권 50, 列傳 10, 弓裔. 그런데≪三國史記≫弓裔傳에서는 “或云四十八景文王膺廉之子”라 하여 궁예의 경문왕 아들설이 있음을 기록하였고 또≪帝王韻記≫도 “羅王景文生庶子”라 하여 이 설에 따르고 있다.

이와 같이 견훤이나 궁예는 모두 신라계통 출신이므로 두 사람이 高句麗나 百濟의 전통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견훤과 궁예는 각각 백제와 고구려의 계승을 표방하였는데 이제 그 배경에 대하여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말한 여러 반란세력 중에서 뚜렷한 것들은 대부분이 신라의 외곽지대인 경기·강원·충청·전라도 지방에서 활약하였는데, 이들 외곽지대는 이 때에 이미 신라의 통치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있었다. 또 이들 지방은 과거 三國時代에는 주로 고구려·백제의 영토였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 고구려·백제의 판도였던 이들 외곽지대의 주민 구성은 당연히 고구려·백제의 遺民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고구려 백제의 전통이 농후하게 잔존하고 있었던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後百濟의 영토가 과거 백제의 영토와 대체로 일치되며, 泰封의 영토가 대부분 과거 고구려의 영토내에 존재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견훤이나 궁예가 백제나 고구려의 계승을 표방하고 (後)百濟와 (後)高句麗를 건국한 사실과도 부합된다.

다시 말하면 이 때에 경기·강원도 이북 지방에서는 고구려 부흥의 기운이, 전라도·충남 지방에서는 백제 부흥의 기운이 강력하게 유행하고 있어서 이들 지방에는 어떠한 문제보다도 백제나 고구려 부흥의 표방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고구려 유민이나 백제 유민이 신라정부의 실정과 차별 대우에 대하여 품고 있는 반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인 배경이 견훤과 궁예로 하여금 백제와 고구려의 부흥을 표방하고 後百濟와 後高麗(泰封)를 건국하게 한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성여왕 3년(889)에 일어난 전국적인 반란에 의해 신라의 지배체제가 무너져 내리자, 각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그 지역을 지배해 온 지방세력가들은 자신들의 군사적·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자기들의 통치기반을 구축하고, 그 영역을 확대하면서 신라의 통치질서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세력으로 성장해 나갔다. 특히 내란 초기에는 신라의 수도 慶州로부터 떨어진 행정의 중심지인 小京과 州의 핵심관료나 군사지역의 지휘관들 그리고 서남해 일대에서 중국과의 사적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호족세력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지역별로 우세한 세력가들이 등장함에 따라 주변의 豪族들이 자신들의 세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유력한 호족에게 귀속되어 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시기에 각 지방에서 일정한 세력 기반을 가지고 정치·군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세력가인 호족들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지방의 토지와 백성을 장악하고 그 곳의 통치권을 행사하던 독립적인 세력으로서, 특히 後三國時代에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인 관계를 자유로이 하였다. 그러나 견훤에 의해 孝恭王 4년(900) 백제의 부흥을 내걸고 (後)百濟가 세워지고 궁예에 의해 신라의 타도와 고구려의 부흥이 표방되며 (後)高麗가 건국된 효공왕 5년(901)을 전후로 하여, 각 지역의 호족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역적인 연고관계에 의해 후백제의 견훤이나 (후)고려의 궁예와 연합하거나 귀부하였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