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3. 중앙 정치체제의 권력구조와 그 성격
  • 2) 중앙 정치체제의 성격
  • (2) 고려 제도의 독자성

(2) 고려 제도의 독자성

 고려 때의 중요한 정치기구들을 연원면에서 보면 당나라 제도에 가까운 3省 6部-실제로는 2성 6부-와, 송나라 제도와 관련이 깊은 중추원과 3司, 그리고 고려의 독자적인 필요에 의해 설치된 都兵馬使와 式目都監 등 대략 세 갈래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당시의 지배구조는 이처럼 唐制와 宋制 및 고려의 독자적인 것이 혼합된 속에서 여러 정치기구 사이에 운용의 조화를 이루어 가고 있었는데, 우선 이런 점에서 고려 정치체제의 일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0324)邊太燮, 앞의 글, 28쪽.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더 주목되는 사실은 고려가 그 나름의 필요에서 만든 기구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당·송제를 이끌어 온 경우라 하더라도 고려의 실정에 맞게 소화·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에서는 中書省과 門下省·尙書省이 각자 제 기능을 발휘하는 三省並立制였던 데 대하여 고려에서는 중서성과 문하성이 합쳐져 중서문하성이라는 단일기구가 되고 있다든가,0325)邊太燮,<高麗의 中書門下省에 대하여>(≪歷史敎育≫10, 1967;앞의 책, 47∼56쪽). 송의 樞密院은 군정기관이었던 데 비해 고려의 중추원(추밀원)은 처음에 그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지 않았다든가,0326)邊太燮,<高麗의 中樞院>(≪震檀學報≫41, 1976), 72∼76쪽.
朴龍雲, 앞의 글(1976a), 119∼120쪽.
그리고 당에서는 문무양반의 관계로 문산계와 무산계가 분립되어 있었던 데 비해 고려에서는 문산계만이 그들 관계로 기능하고 있었다든지0327)旗田巍,<高麗의 「武散階」-鄕吏·耽羅의 王族·女眞의 酋長·老兵·工匠·樂人의 位階->(≪朝鮮學報≫21·22, 1961;≪朝鮮中世社會史의 硏究≫, 法政大學出版局, 1972, 384∼385쪽). 한 예는 그 중에서도 뚜렷한 것들이다. 이 밖에 삼사의 직능을 보면 송나라와 고려의 것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찾아지는 등0328)邊太燮,<高麗의 三司>(≪歷史敎育≫17, 1975), 44∼49쪽.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면 하나하나 모두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컨대 이와 같은 차이점은 고려와 당·송이 자리잡은 역사적 위치가 같지 않았고 사회적 문화적 바탕도 달리하고 있었던 만큼 어떤 점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종래 명칭이나 외형이 중국의 것과 같다고 하여 그 내용·성격까지도 동일 선상에서 파악함으로써 고려 제도의 독자성을 소홀히 다루려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그것은 고의가 있었거나 없었거나 간에 잘못된 이해 방식임을 지적하여 두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제도의 유사성과 함께 상이성·독자성을 밝힘으로써 사실의 올바른 규명 뿐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의미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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