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Ⅰ. 전시과 체제
  • 4. 사전의 여러 유형
  • 3) 한인전

3) 한인전

공음전시와 더불어 그 지급대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된 토지로 閑人田이 있다. 한인전과 한인전을 지급받은 한인에 관해서는 견해가 분분한 실정이다. 우선 한인이란 평시에는 편제상으로만 존재하는 주현군의 하급 간부이지만 일반 농민과는 다른 직업적인 무인으로서 유사시에는 정규군에 징발·충보되는 존재라는 견해(①),0645)千寬宇,<閑人考>(≪社會科學≫2, 1958;≪近世朝鮮史硏究≫, 一潮閣, 1979). 6품 이하 관리의 未仕未嫁의 자녀로 규정하는 견해(②),0646)李佑成,<閑人·白丁의 新解釋>(≪歷史學報≫19, 1962). 특수한 직역 또는 유자격의 미취직자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견해(③),0647)朴菖熙,<「閑人田」論에 대한 再檢討>(≪韓國文化硏究院論叢≫27, 1976). 실직이 없이 同正職을 제수받아 처음부터 산직 체계 속에 대기(閑)해 있는 官人(有官守散職)을 범칭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견해(④)0648)文喆永,<高麗時代의 閑人과 閑人田>(≪韓國史論≫18, 서울大 國史學科, 1988). 등 매우 다양하다.

한인을 다양하게 규정하는 만큼 한인전의 지급대상, 한인전의 성격에 대해서도 견해 차이가 매우 크다. 국가로부터 한인전을 지급받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수행하는 일이 무엇인가, 그 설정의 의의에 대해서는 견해가 매우 다양하다. ①은 중앙 집권기구에의 참여로 말미암아 지급받는다는 견해이며, ②는 음직과 공음전시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신에 지급받는 것이라는 견해이고, ④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으로서의 한인전이 지급되었으며 동정직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지급된 직역전이라는 것이다.

②의 견해는 앞의 공음전시법에서 언급하였듯이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①③④에 따르면 한인은 중앙정치에 참여하는 한 부류이고, 그들의 그러한 역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한인전이 되는 것이다.

한인전은 전시과 규정에 따라 한인에게 지급된 것은 분명하다. 덕종 3년(1034) 한인에 대해 전시를 지급한 사실은, “덕종 3년에 양반 및 군인·한인의 전시과를 개정하였다”0649)≪高麗史≫권 78, 志 32, 食貨 1, 田制 田柴科.는 데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양반과 군인·한인의 전시과를 개정하였다는 것이니, 곧 한인에게도 양반이나 군인과 마찬가지로 전시를 지급하였다는 것이다. 한인은 전시과 규정에서는 덕종전시과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목종전시과의 ‘不及此限者’ 가운데는 한인이라고 부르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인전은 덕종 3년에 비로소 정립되나, 그 원형은 이미 목종 원년 전시과의 ‘불급차한자’에서 찾을 수 있겠다.

문종대에 전시과가 갱정되면서 한인에 대한 토지의 분급은 명시되어 있다. 즉 제18과에 한인이 설정되어 있고, 지급되는 토지는 田 17결이었다.0650)≪高麗史≫권 78, 志 32, 食貨 1, 田制 田柴科. 이렇게 전시과에 의해 한인에게는 토지가 분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高麗史≫食貨志 田制의 서문에 잘 나타난다.

고려 田制에서…文武百官으로부터 府兵·閑人에 이르기까지 (토지를) 과에 따라 받았다(≪高麗史≫권 78, 志 32, 食貨 1, 田制).

문무백관에서 부병·한인에게는 과에 따라 전시가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전시과의 규정에 따라 한인전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한인전의 성격도 기본적으로는 전시과에 의해 분급되는 다른 토지와 동일한 것이었다. 문무 양반에게 지급되는 토지, 즉 수조지였다는 점은 한인전에도 통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한인전은 양반전이나 군인전이 그러하듯이 세전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원종 14년 12월) 경신에 제문 내리기를, ‘지금 兵糧에 속한 전토는 원래 諸宮·寺院 소속과 兩班·軍·閑人의 세전이나 권신에게 탈취당한 바이다. 기사년에 辨正都監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혹 주인이 아닌 자에게 지급된 일이 있다. 이로 말미암아 원망하는 자가 자못 많으니, 兵糧都監은 兩造文案을 자세히 살펴서 공정하게 결정하라’고 하였다(≪高麗史≫권 27, 世家 27, 원종 14년 12월 경신).

지금 군량에 속한 전토는 원래 양반·군인·한인이 세전하는 것인데, 권신에게 탈취당하였다는 것이다. 탈취당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탈취당한 것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리라고 표현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세전은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전시과의 규정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한인전이 세전되는 것은, 未仕未嫁의 자손이 있는 경우 連立土田할 수 있었다는 데서 확인된다. 그리고 그 자손이 已仕已嫁할 경우에는 已仕者는 자신이 사환한 과에 따라 그리고 已嫁者는 남편의 과에 따라 새로운 토지를 받으며, 대신 그 한인전은 납공되어 타인에게 遞授되는 것이었다.0651)文喆永, 앞의 글.

전시과에 의한 토지의 지급은 국가를 위해 특정한 역을 수행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문무 양반은 관직에 나아가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하는 직역을 지고 있었으며, 군인은 군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인도 특정한 덕을 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한인이 지는 특정한 역은 동정직을 받아 국가에 대해 역을 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한인은 실직이 없이 동정직을 제수받아 처음부터 산직체계 속에 대기(閑)해 있는 관인(有官守散職)을 지칭하는 것이다.0652)文喆永, 위의 글.

고려 초기 지방세력의 흡수 및 집권적 관료체제의 정비과정에서 형성된 한 무리의 관인층이 곧 한인이었는데, 이들은 과거나 음서 등을 통해 동정직에 초보되어 관인층의 자격을 취득하였다. 그리고 실직에 임명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구체적인 職事가 없는 관인, 즉 한인으로 규정되어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으로서의 한인전 17결을 분급받았던 것이다.0653)위와 같음.

직역을 매개로 토지가 분급되는 전시과 체제 속에 한인이 위치하는 한, 한인이 직역과 무관할 수는 없었다. 이 점은 한인이 국가 유사시의 유력한 充軍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한인에 오르고서도 30여 년 동안 실직에 임명되지 못하는 사례도 중기 이후 속출하였다. 그에 비례하여 누적된 한인 중에서 선발하여 군에 충보해야 할 필요성은 그만큼 커지는 것이었다. 이 때 한인전 17결은 한인의 군역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역과 연계되어 나타나게 되었다.0654)위와 같음.

한인전과 구별되어야 하는 토지로서 한인구분전이 있다. 종래는 한인구분전을 한인전이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점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인구분전의 존재에 관해서는 아래의 사료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충목왕 원년 8월에 都評議使司가 말하기를, ‘…바라건대 선왕이 제정한 京畿縣의 전토에 의거해 다시 경리하여, 御分田과 宮司田, 鄕吏·津尺·驛子의 雜口分位田은 元籍을 살펴서 지급하고, 兩班과 軍·閑人의 口分田은 원종 12년 이상의 공문을 살펴서 折給한다. 나머지 諸賜給田은 모두 수탈하여 職田으로 균급하고 나머지 전토는 조세를 공수하여 국용에 충당하라’고 하였다(≪高麗史≫권 78, 志 32, 食貨 1, 田制 祿科田).

양반구분전, 군인구분전과 함께 한인구분전이 언급되어 있다. 양반구분전이 양반전과 구별되고 군인구분전이 군인전과 구별되듯이, 한인구분전은 한인전과 구별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閑人·功蔭·投化·入鎭·加給·補給·登科·別賜라는 명칭의 전토가 대대로 증가하였다. …이미 관직에 나아가고 이미 출가한 자가 오히려 閑人田을 먹고, 行伍에 참여하지 않은 자가 軍田을 함부로 받고… 이미 役分田을 먹고 또 閑人田을 먹으며, 또 軍田을 먹는다. 授受의 일을 맡은 관리는 이미 관직에 나아가 마땅히 역분전을 먹어야 하는 자인지, 未仕未嫁하여 마땅히 한인전을 먹어야 하는 자인지, 그 몸이 과연 府兵인지 묻지를 않는다(≪高麗史≫권 78, 志 32, 食貨 1, 田制 신창 즉위년 7월 趙浚等 上書).

구체적으로 ‘미사미가’한 자가 지급받는 한인전이란, 사실은 한인의 자제로서 관직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결혼하지 않은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의 한인전은 전시과 규정에 따른 한인전이 아니라, 한인구분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인전은 이상에서 보았듯이 동정직을 갖는 관료에게 지급한 토지로서, 한인구분전과는 구별되며, 한인구분전은 한인의 자제로서 관직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결혼하지 않은 자에게 지급되는 토지인 것이다.

<李炳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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