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Ⅲ. 수공업과 상업
  • 1. 수공업
  • 1) 관청 수공업
  • (3) 관청 수공업자들의 존재형태

(3) 관청 수공업자들의 존재형태

고려시대 관청수공업의 인적 구성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양인 및 노비 신분의 수공업자들과 所 출신의 수공업자들이었다. 이 시기 관청수공업자들 가운데서, 지방에 존재하였던 양인 출신의 수공업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소 출신의 수공업자들이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수공업을 위주로 하는 수공업소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이 관청수공업장에 징발되었던 사정과 관련된다.

한편 노비신분의 수공업자들에 대해서 살펴 보면, 노비신분 수공업자들 가운데는 원래의 노비들과 함께, 전쟁포로로서 노비가 된 수공업자들이 많았다.1314)≪高麗史≫권 2, 世家 2, 태조 10년 9월. 이러한 형편에서 고려의 통치자들이 신라의 반항세력이나 후백제와의 전쟁과정에서 붙잡은 포로들을 노비로 만들어 관청수공업의 수공업자로 만들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통합전쟁과정에서 지방세력들이 소유하고 있던 노비신분 수공업자들이 고려의 관청수공업자들의 대열을 보충하게 되었다. 고려는 이 밖에 대외전쟁에서 붙잡은 포로들도 관청수공업의 노동력으로 충당하였다.1315)≪高麗圖經≫권 19, 工技. 이러한 사정으로 국내외 전쟁에서 획득한 포로들의 적지 않은 부분이 관청수공업장의 구성원이 되었다. 또한 비록 수는 적지만 외국사람으로서 고려에 귀화한 수공업자들도 있었다.1316)≪高麗史≫권 83, 志 37, 兵 3, 州縣郡 東界.

아무튼 당시에 가장 기술이 뛰어난 工匠은 양인이든 노비 출신이든 所 출신이든 간에 상관없이 대부분 관청수공업장에 동원되었을 것이다. 국가는 수공업자들을 장악하기 위하여「工匠案」을 만들어 그들을 등록시키고, 또 그들이 양반층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그들이 벼슬자리에 오르는 것을 봉쇄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즉≪高麗史≫선거지 한직조에 의하면 “南班 및 流外 人吏와 장교 등의 아들로 공장안에 付籍하지 않은 자는 조상 중에 흠이 있는 사람의 예에 의하여 入仕케 하였다”고 하였으며, 또한 “工匠과 商人들은 기술을 취급하므로…그 직업에 전념하고 선비와 같이 入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기록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고려시대에는 수공업자들의 명부인 공장안 제도가 있었다는 것과 수공업자들이 벼슬하는 것을 엄격히 봉쇄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노비들은≪高麗史≫백관지에, “都官은 노비들의 명부와 노비소송을 판결한다”에서 알 수 있듯이 도관에서 관장한 듯하다. 고려는 수공업자들을 공장안과 도관에 등록한 후 그들 중·상층 수공업자를 각 수공업장에 전속시켜 복무케 하였다. 대부분의 일반 수공업자들의 경우에는 수시로 징발하여 복무케 하였다.

상층 수공업자들과 일부 일반수공업자들의 경우 그들이 관청수공업장에 전속되어 근무하는 대가로 국가로부터 토지수조권을 부여받는 한편 공장별사를 지급받았다. 문종 21년(1067)에 제정된 전시과에 의하면 대장·부장·잡장인 등에게는 무산계를 받은 경우에 17결의 토지에 대한 수조권이 주어져 있었다. 여기서 대장·부장들은 수공업자들의 상층이었으며 잡장인들은 일반 수공업자들이었다. 이들에게 17결의 수조권을 준 것은 그들이 관청수공업장에 장기적으로 전속된 공장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관청수공업장에서 장기 복무하는 장공인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전속된 공장들이 아니고 일정한 기간씩 교대하여 복무하는 존재였다면 부단히 교체되는 그들에게 수조권을 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高麗史≫식화지 공장별사조에 의하면, 관청수공업자들의 상층에게는 그들이 1년에 300일 이상 근무하였을 경우에는 공장별사를 주었다. 별사의 액수는 작업의 중요성에 따라 벼는 최고 20섬으로부터 최하 6섬까지, 쌀은 최고 15섬부터 최하 7섬까지였다. 이 공장별사는 관청수공업자들의 생활자료를 보장하여 그들의 재생산을 유지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공장별사는 그들이 농사를 지어 생활자료를 해결하는 몫 대신 지불하는 공장들의 녹봉 또는 料米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高麗史≫식화지 공장별사조에, “고려의 녹봉제는 문종 때에 이르러 정비되었는데 중앙의 妃主·宗室·百官들과 함께 지방의 동경·서경·남경 등과 주·부·군·현의 관원들이 모두 다 녹봉을 받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나아가서는 잡직·서리·공장들에 이르기까지 무릇 직무가 있는 자라면 그들에게도 역시 정상적으로 주는 녹봉이 있어서, 그들이 농사를 지어서 얻을 수 있는 것 만큼 보장하여 주었는데 이것을 곧 별사라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공장들에게도 녹봉으로 별사미를 주어 그들이 농사지어 얻을 수 있는 것 만큼의 생활 자료를 보장하였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高麗史≫에는 공장별사를 지불하는 규정과 그 대상이 밝혀져 있는데 다음의<표 3>은 각 관청의 공장들이 별사를 받은 양이다.

  구 분
관청명\별사량 20섬 15섬 10섬 8섬 7섬 6섬 15섬 12섬 10섬 7섬
1 군기감(군기시)     3   7 4 4 3 4  
2 중상서(공조서)   1 2 3 3 2   2 6  
3 장 야 서     2   4 5   4    
4 도 교 서 2   1       1 3    
5 상 의 국     2 1   3   3 1 1
6 잡 직 서         3 1        
7 액 정 국         1 1 1   1  
8 상 승 국                 6  
9 태 복 시                 2 1
10 내 궁 전 고         1     3    
11 태 악 관 현 방  米 1料     3,    2料   8섬 9

<표 3>

* 비고:≪高麗史≫권 80, 食貨 3, 工匠別賜.

이에 따르면, 공장별사 대상자가 가장 많은 관청은 군기감을 비롯하여 중상서·장야서·상의국·도교서·상승국의 순서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관청들에 직종이 많고 수용하는 공장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수공업 자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한 데 있었다.

군기감은 국가경비에 중요한 군수품을 생산하는 기관이었기 때문에, 공장별사 대상이 가장 많이 규정되어 있었다. 중상서는 국왕을 비롯한 귀족들의 옷에서부터 그에 따르는 각종 일용사치품들을 생산하는 관청이었다. 이는 국왕 및 귀족들과 직접 연결된 수공업관청이었고 또 그것이 국왕의 권위와 위신을 보장하는 물품의 생산을 담당한 관청이었기 때문에 별사 대상을 많이 설정하였던 것이다. 장야서와 상의국도 그 중요성 때문에 많은 공장별사 대상을 설정하였다.

이와 같이 고려시대 관청수공업장의 상층 수공업자들은 수조권을 받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장별사의 명목으로 녹봉에 해당하는 보수도 받았다. 수공업자들에게 국가가 別賜米·稻를 지급했다는 것은 공장들이 신라에서처럼 노예적 예속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노임 형태의 공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1317)劉元東(敎聖),<高麗時代의 手工業>(≪韓國文化史大系≫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65), 1027쪽. 그러나 수조권과 공장별사를 받는 수공업자들은 상층의 수공업자와 일반 수공업자 중의 일부에 국한되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공업자들이 수조권을 받으려면 직위와 직계가 있어야 했고, 공장별사를 받으려면 1년에 300일 이상을 근무해야 했기 때문에, 그 해당자는 많지 않았으리라는 이유에서이다.

이들 외의 일반 수공업자들의 경우 관청수공업장에서 작업하는 대가로 일정 정도의 반대 급부가 주어졌으리라고 짐작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활자료를 스스로 해결해 가면서 관청수공업장에 근무해야 했다. 즉 대부분의 수공업자들은 일정한 기간은 관청수공업장에서 일하고 또 얼마 동안은 자기 경리를 하여 생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1318)洪承基,<高麗時代의 工匠>(≪震檀學報≫40, 1975), 66∼70쪽.

이런 상황에서 관청수공업장에서의 작업기간이 길면 길수록 도시나 농촌에서의 민간수공업의 발달은 저해되었으며,1319)姜萬吉,<手工業>(≪한국사≫5, 국사편찬위원회, 1973), 189쪽. 점점 고려의 중앙집권력과 관청수공업의 관리 체제가 약화되는 데 따라 일부 수공업자들은 지방에 흩어져서 독립적 수공업자로 전환되어 갔다.1320)≪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職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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