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Ⅰ. 사회구조
  • 4. 형률제도
  • 2) 사법제도
  • (1) 고려율의 적용문제

(1) 고려율의 적용문제

 高麗律의 적용문제에 있어 우선 검토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첫째는 형법의 적용에 있어 對人的 효력에 관한 문제이고, 둘째는 형벌법규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문제이며, 셋째는 형벌 적용에 있어서 객관주의적 입장의 해석이라 하겠다.

 먼저 형법의 대인적 효력에 대해 살펴보자. 唐 名例律 48, 化外人相犯條에 는 “모든 化外人에 있어서 同類 간에 발생한 범죄는 本俗法에 따르고, 異類간 에 발생한 범죄는 法律로서 논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화외인의「동류」 간에 발생한 범죄란 가해자 및 피해자가 국적을 같이 하는 외국인을 뜻하며, 이 경우에 발생한 범죄는 그 화외인의 자국 법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한편「이류」간의 범죄란 양자 간에 국적이 다른 경우로써 가령 고구려인과 백제인사이에 발생한 범죄행위는 당률을 적용하여「斷之」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당률에서의 형법의 대인적 효력에는「동류」간에 발생한 범죄는 속인법주의를 취하고, 이류간에 발생한 범죄는 속지법주의를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려율에도 다음의 기사를 살펴볼 때 속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東界兵馬使가 보고하기를 ‘威州·雞洲에 사는 女眞人 仇屯과 高刃化 두 사람이 그 곳의 都領將軍인 開老와 재물을 다투다가 개로가 술에 취한 때를 이용하여 때려 죽였습니다’라고 하니, 侍中 徐訥 등은 아뢰기를 ‘여진인이 비록 종족은 다르나 이미 귀화하여 이름이 版籍에 실려 있어 일반 백성과 같으니 당연히 국가의 법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재 재물을 다투다가 그 長을 때려 죽였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청컨대 법대로 논죄하십시요’라고 하였다. 內史侍郎 黃周亮 등이 의논하기를 ‘그들이 비록 귀화하여 우리의 울타리가 되었다고 하나 사람의 얼굴을 하였고 짐승의 마음을 가져 事理를 알지 못하고 風敎에 익숙하지 못하니 형을 가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또 律文에 이르기를 ‘모든 화외인으로서 자기들끼리 서로 범하는 경우에는 각각 그들의 本俗法에 따른다고 되어 있는데 하물며 그 이웃의 老長이 이미 (그들의) 본속법에 따라 범인 두 사람의 가산을 개로의 집으로 실어감으로써 속죄를 하였으니 어찌 다시 논죄하겠습니까’라고 하니 왕이 周亮 등의 의견에 따랐다(≪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殺傷 정종 4년 5월).

 위의 기사는 고려에 귀화한 여진인들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의 처벌 사례이다. 당시 시중 서눌 등은 여진인도 귀화한 이상 고려율에 의해 구속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비해, 황주량 등은 여진인이 설사 귀화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고려의 風敎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여진인끼리의 사건은 고려율에 따르지 말고 여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정종은 황주량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투화외인에 대한 율문의 적용에 있어 서눌은 속지법주의를, 황주량은 속인법주의를 각각 채택할 것을 주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이 판례는 여진법에 따라 賠賞制를 적용하여 일단락된다.386)이 사건을 屬地法主義를 적용할 경우 고려율에 따라「鬪殺論」으로 단죄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투화인의 「異類相犯」에 대하여 고려에서는 속지법주 의가 적용되었다. 그 예로 투화인이 고려인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고 려율에 따라 南界로 유배보낸 경우가 그것이다.387)“諸投化人犯盜 配南界水路 不通州縣”(≪高麗史≫권 85, 志 39, 刑法 2, 盜賊)이란 科條的 記事이다.

 다음은 형벌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시간적 효력에 대해 살펴보자. 널리 알려져 있는「刑法不遡及」의 원칙이라 하는 점은 罪刑法定主義의 귀결이며, 오늘날 서구를 비롯한 자유주의 국가의 근대적 형법도 이 원칙에 따르고 있다.388)仁井田陞,≪中國法制史硏究≫(東京大出版部, 1959), 247∼256쪽.「형법불소급」이란 범죄가 발생한 시기와 재판할 때의 법률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재판시의 법률에 따르지 않고 범죄시의 법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犯罪時法主義). 마찬가지로 당률에서도 범죄시와 재판시의 법률이 다를 때에는 범죄시의 법률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재판시의 법률이 가벼울 때에는 양자 중에서 輕法에 따르게 하였다.389)仁井田陞, 앞의 책(1933), 776쪽.

 그런데 고려율이 당률을 모법으로 하여 제정되었다고 할지라도 이와 같은 「형법불소급」의 원칙을 설정한 법률 조항은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형법의 기본정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죄가 의심스러운 것은 가벼운 형벌을 택한다”390)≪唐律疏議≫斷獄律 33, 疑罪條.는 당률의 취지에 준거한 덕종 3년(1034)의 敎旨 내용391)≪高麗史≫권 85, 志 39, 刑法 2, 恤刑 덕종 3년 7월 敎.은 당률의 기본정신에 의거한 것이라 생각된다.

 고려율의 객관주의적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로는 형법지 대악조의 각 조문을 들 수 있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표 2>와 같다.

 다음의<표 2>에서 보듯이 동질의 범죄에도 범의·범죄의 정황, 범죄의 방법, 가해자 및 피해자의 신분, 범죄의 목적물의 여하에 따라서 그 처벌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즉 같은 살인죄에도 고의로 죽인 것과 과실치사의 여부가 구분되며, 거기에다 謀殺·鬪殺·戱殺·誤殺 간에는 법률의 적용이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또 범죄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尊長인가 卑幼인가에 따라 법률의 적용이 각각 다르다. 가령 존장 중에는 부모·조부모·주친존장·외조부모·백숙부모 등으로, 비유 중에서는 형제·당자매·생질·형제의 자손 등으로 구분해서 적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夫와 妻, 처와 첩, 관리와 서민의 구별, 특히 서민 중에서도 양민과 천민 간에는 법률 적용과 그 처벌내용이 다르다. 또한 가해방법이 단순구타인가 흉기를 사용했는가 또는 끓는 물이나 불을 사용했는가의 여부에 따라서 재판상의 구별이 있었음은 전술한 바 있다.

관계\형량 死 刑 流 刑 徒 刑
3천리 2천리 3년 2년반 2년 1년반 1년
父 母·祖 父 母
外 祖 父 母
伯 叔 父 母
大 功 尊 長
親 兄 弟
堂 兄 弟
小 功 兄 弟
周 親 卑 幼
堂 弟 妹
弟 妹

謀殺
至死
已殺
至死

至死



故殺

折傷
折傷
已傷
折支
二事


故殺

至死
過失毆
告死罪




二事
已殺





謀殺
折傷
折筋


毆殺
故殺
誤傷
告流罪

告死罪

折齒
折筋
已傷

毆殺
二事



告流罪


二齒
謀殺



告得罪




折齒



折支



告得實
















絶筋

<표 2>고려율의 적용 일례

≪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大惡條에 의거하여 작성함.

 객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고려율은 생명과 신체에 관한 범죄뿐만 아니라 재산에 관한 범죄에도 여러 종류의 贓을 설정하여 그 종류와 장물액을 기준으로 하여 형량을 정하고 있다.392)贓은 범죄행위 또는 부당이익에 대해 불법적이며 비합법적으로 취득한 재물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① 强盜贓, ② 竊盜贓, ③ 收賂罪에 있어서 賄賂 즉 枉法贓, ④ 賄賂를 취해도 법을 어기지 않는 不枉法贓, ⑤ 官物橫領에 해당하는 受所監臨의 贓, ⑥ 부당이득에 의한 坐贓(≪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職制·盜賊). 형법 적용에 있어서 객관주의적 경향은 당률을 모법으로 하여 설정된 고려율이지만 당 이후 중국의 여러 왕조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되었던 것이다.393)仁田井陞, 앞의 책(1959), 25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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