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Ⅰ. 불교
  • 2. 대장경의 조판
  • 2) 속장의 조판
  • (4) 속장의 특성

(4) 속장의 특성

 漢譯 正藏에 대한 동양 학승들의 신구찬술과 소초를 국내는 물론 송나라, 요나라, 일본 등에서 두루 수집하여 이를 최초로 간행 유통시키려는 것이 義天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의천이 일찍 입적하여 비록 전질의 간행은 어려웠다 하더라도, 이것이 동양에서 최초로 수집되어 정장과 쌍벽을 이루게 하였다. 그 속장의 간행목록인≪교장총록≫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역 정장에 대한 동양 학승들의 신구 찬술과 소초의 전래 여부를 알고자 할 때 누구나를 막론하고 한 번은 으레 살펴보아야 하는 주요한 서지자료로 구실하고 있다. 이 점이 의천의 속장이 지니는 첫번째 특성이라 하겠다.

 속장을 인쇄기술사적인 시각에서 초조대장경 및 재조대장경의 한역 정장과 비교해 볼 때 조판술에서 현격한 차이가 드러난다. 초조 및 재조 대장경은 본문을 비롯하여 매 줄 14자 형식의 항자수 그리고 판식 등을 이미 간행된 책에 준거하거나 또는 번각형식으로 새겨낸 것이라면, 속장은 국내와 외국에서 수집한 장소의 본문을 일일이 교감하고 脫誤를 바로잡은 다음 매 줄 20∼22자 형식의 중간 글자로 판서본을 정성껏 써서 새겨냈다. 글자체는 모난 필의의 힘있고 단정한 구체계인 점에서 정장과 공통되나, 속장은 정장보다 작은 중간글자로 판서본을 마련하면서도 명필가 또는 달필가가 정성껏 써서 정각해냈기 때문에 글자획의 필력이 사뭇 예리하고 판본이 보다 우아하며 정교하다. 말하자면 속장은 본문의 교감, 판서본의 정서, 판각의 과정이 완전한 독자적 개판과정을 거친 간본인 점에서 초조 및 제조대장경을 훨씬 능가하는 조판술의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속장본은 초조본 및 재조본의 조판술과는 천양의 차이가 있는 바, 고려 조판술을 대표하는 정수작이라 일컬어 마땅하다. 이것이 義天의 속장에서 두번째로 손꼽히는 특성이라 하겠다.

<千惠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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