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仁王百高座道場은 국가 관념과 관련하여 가장 비중이 큰 행사로 전국적인 飯僧이 수반되기도 하였다. 이 인왕백고좌도량은≪仁王護國般若羅蜜多心經≫즉≪仁王般若經≫을 외워 읽으며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법회이다.≪인왕반야경≫은 호국경전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경전으로, 이 가운데 護國品에서는 갖가지 재난과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국왕이 이 경을 하루에 두 번씩 외어야 할 것을 설하고 있다.
인왕경은 두 종류가 있는데 鳩摩羅什의≪佛說仁王般若波羅蜜經≫과 不空이 번역한≪仁王護國般若波羅蜜多經≫으로 각각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두 경전이 모두 유포되었지만 처음 인왕백고좌도량이 열렸던 신라 진흥왕 12년(551) 당시에는 구마라집의 번역본을 토대로 하였고, 불공의 인왕경은 765년에야 도입되었다. 인왕경의 내용은 일관되게 호국신앙을 설하고 있으나 그 체제는 둘로 구분된다. 첫째 부분은 철저하게 대승사상과 보살사상을 설하여 호국사상의 근본 태도에 대하여 가르쳐 주고 있다. 호국 신앙은 불국토의 건설에 그 최고의 목적이 있으므로 국가를 평안케 하는 것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국왕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노력할 때에 반드시 보살정신에 의거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둘째 부분은 호국품으로서 인왕경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 즉 부처가 대왕들에게 법을 설하면서 일체국토가 문란해지려 하고, 갖가지 재난과 외적이 침입할 때 이 법을 시행하라고 한다.
대왕들이여 국토가 혼란할 때에는 먼저 귀신이 亂하느니라. 귀신이 亂하므로 만인이 亂하고 적이 와서 나라를 겁탈하고, 백성이 망하고 목숨을 잃는다. 왕의 아들들, 그 밖의 백관이 서로 시비를 하고, 천지에 괴변이 생기며 28宿의 별들과 해와 달이 때를 잃고 그 절도를 잃는다. 큰 불과 홍수와 대풍 등의 갖가지 難이 생긴다. 이러할 때는 이 경을 강독해야 한다.
여기에 열거된 여러 가지 難을 경에서는 7難이라고 하였다. 첫째 日月이 그 도를 잃는 일이고, 둘째는 28宿가 그 도를 잃는 것이며, 셋째는 大火, 넷째는 大水, 다섯째는 大風, 여섯째는 旱魃, 일곱째는 사방의 적이 침입해 오는 것이다.
고대사회에 있어서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재해는 국가적인 재난으로 국왕뿐만 아니라 온 나라의 걱정거리였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이나 괴리현상에 대처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역사상으로 이러한 인왕경의 의궤를 토대로 百高座講會나 百座仁王道場이라는 의식을 낳는 근거가 되었고, 또「飯僧」이라는 고려왕실의 빈번한 행사의 전거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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