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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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지도와 지리지

(1) 지도와 지리지

 고려 전기에 그려진 地圖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지도가 만들어 졌음은 여러 가지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다만 당시의 지도 가운데에는 일부 외국에 대한 것도 있었으나 그 범위는 극히 제한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예를 들면 중국에 대한 지도도 적지 않았고 인도까지 포함한 지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밖의 세계에 대한 지도적인 자료까지는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고려 지도에 대한 기록으로는 목종 5년(1002) 7월 고려에서 본국의 지리도를 거란에 보냈던 사실을 들 수 있다.339)≪遼史≫권 14, 本紀 14, 聖宗 統和 20년 7월. 이 때의 지리도는 단지 지도만이 아니라 지도가 포함된 地理志 같은 내용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인종 23년(1145) 金富軾이 펴낸≪삼국사기≫에는 지리지가 들어있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현존하는≪삼국사기≫에 지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지도와 지리지 등을 근거로 김부식이 편찬한 것인만큼 고려 초에도 이에 준할 정도의 지리지가 있었음은 확실하다.

 거란에 보낸 지리도가 이 정도의 것이었다면, 의종 2년(1148) 10월 고려의 李深이 송나라 사람과 결탁하여 고려의 柳公植의 집에 보관되어 있던 고려도를 송의 秦檜에게 보냈다는≪고려사≫의 기록은340)≪高麗史≫권 17, 世家 17, 의종 2년 10월. 당시의 상황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 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지도는 국가의 기밀로 여겨져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 또 이들이 불법적으로 송에 보낸「고려도」도 지도만이 아니라 지리지까지 포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리지라면 고려 초의 사람들은 국내의 지리지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것도 상당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선종 8년(1091) 중국에서는 자기 나라에서 사라진 옛책을 고려에서 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고려측의 협조를 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고려에 있던 자료로는 지리분야에서≪括地志≫500권, ≪輿地志≫30권, ≪高麗風俗紀≫1권, ≪高麗志≫7권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중국에서 출판된 중국지리지였으나, 뒤의 둘은 분명히 고려에서 나온 고려에 대한 지리지적인 자료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종 16년(1025)과 그 이듬해에 大食國人 100명이 고려를 방문하고 그들 의 토산물을 바친 것을 비롯하여, 아랍인들은 고려 초기에 상당히 빈번하게 고려를 방문했고 여러 가지 문물을 전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과의 접촉으로 어느 정도 남방에서 아랍지역에 이르는 세계에 대한 지리적 지식도 얻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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