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Ⅱ. 문화
  • 1. 과학과 기술
  • 3) 의학
  • (3) 의약의 교류

(3) 의약의 교류

 앞에서 중국과의 의서 교류를 살펴보았지만, 중국과의 의학 교류는 그 밖에도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졌다. 고려가 여러 가지 약품을 송에 보냈고 송에서 수많은 약품을 수입해 왔으며, 약품의 수입은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와 아랍으로부터도 이루어졌다. 특히 송과는 의사의 교류도 빈번하게 진행되어 왕가의 질환 치료에 이바지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송에서 의사를 고려에 보내온 경우로는 문종 때만 해도 13년, 26년, 28년, 32년의 4회가≪고려사≫에 기록으로 남아있고, 그 밖에도 숙종과 예종 때에도 몇 차례씩의 宋醫의 파견이 있었다. 이들은 대개 고려측에서 왕실의 질환 치료를 위해, 또는 고려에서의 의학교육을 위해 송에 사신을 보내 의사의 파견을 요청하여 온 것으로, 이들은 고려에서 융숭한 대우를 받았다.

 약품의 교류에 관한 기록은 아주 많으나 고려에서는 주로 인삼·松子·香 油·茯笭·白朮·硫黃 등이 보내졌다. 이에 비하면 중국에서 수입해 온 약품은 훨씬 다양하여, 온갖 약재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남방지역의 특산인 여러 약품 역시 중국을 통해 들여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문종 33년(1079)에는 고려의 요청에 따라 송에서 100종의 약재를 보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353)≪高麗史≫권 9, 世家 9, 문종 33년 7월.

 인도의 의학이 얼마나 깊은 영향을 고려에 주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불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고려 초부터 열심히 제작했던 대장경 가운데에는 적지 않게 인도의학을 반영하는 서적들이 있었으므로, 이 책들을 통해서도 일정한 영향을 생각하게 된다.354)金斗鍾, 앞의 책, 127∼129쪽. 또한 아랍의학도 어느 정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종과 정종 때에 大食國사람, 즉 아랍사람들이 입국하여 방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정종 6년(1040)에는 아랍상인 保那盒 등이 찾아와 수은·龍齒·占城香·沒藥·大蘇木 등을 바쳤다.355)≪高麗史≫권 6, 世家 6, 정종 6년 11월. 아랍의 의약품을 직접 아랍인들로부터 전해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음으로는 거란·여진·일본 등과의 관계를 보자. 거란과 여진에는 적지 않은 약품이 보내졌고, 또 의사들이 파견되었음을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고려의 태의감 金得宏은 현종 5년(1014)부터 현종 11년 이후 언제까지인지 거란에 억류된 일도 있다. 또 숙종 8년(1103)에는 여진 추장을 고려 의사가 고쳐주었다는 기록도 보인다.356)孫弘烈,≪韓國中世의 醫療制度硏究≫(修書院, 1988), 147∼148쪽. 그 당시 상황의 한 부분을 전해주는 것이 라고 생각된다.

 일본과는 삼국시대 이래 많은 교류가 있었으나 고려에 들어와서는 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일본으로부터 수은·유황·감귤 등 의약과도 관련 있는 물품이 들어온 기록은 몇 차례 보이지만 그 이상의 의약에 관련된 교섭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平安시대의 고립주의로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 중요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357)金斗鍾, 앞의 책, 131∼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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