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4. 수공업과 염업
  • 1) 수공업
  • (2) 소 수공업

(2) 소 수공업

 ≪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고려시대 所는 金·銀·銅·鐵·絲·紬·紙·瓦·炭·鹽·墨·藿·瓷器·魚梁·薑所 등 15 종류가 있었다.1117)≪新增東國輿地勝覽≫권 7, 京畿 驪州牧 古跡 登神莊. 소 생산품은 금·은·구리·철 등 광산물, 비단·종이·먹·도자기 등 수공업품, 소금·미역·생선 등 해산물, 차·생강 등 특수농산물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자기·염·어량·곽소가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1118)徐明禧, 앞의 글, 430∼431쪽.

 소의 기본적 특징의 하나는 현지성이 요구되는 특산물이나 수공업품의 생산지라는 점이다.1119)金炫榮, 앞의 글, 113쪽. 소는 전라·충청도 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었다. 이렇게 이 두 지역에 집중된 것은 유리한 생산조건과 해로를 통해 개경에 쉽게 연결될 수 있는 교통상의 이점 때문으로 보인다.1120)朴宗基,≪高麗時代 部曲制硏究≫(서울大 出版部, 1990), 5∼8쪽.

 소 수공업은 국가나 지배계급의 수요를 충당해줄 수 있어야 했다. 따라서 소는 종래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지역을 일정하게 확보하기 위해 법제적으로 주민을 소민으로 규정하였다.1121)蔡尙植·金琪燮,<북한의 한국중세사 연구동향과 문제점-고려시기를 중심으로->(≪民族問題論叢≫2, 釜山大, 1991), 252쪽. 소제도는 특정산물의 안정적 수취라는 국가 의지에 의해 설치·운영되었지만, 지방 특산물을 구조적으로 수탈하면서 다른 지역과 분리·지배하는 것이므로 피지배층의 유통경제 발달에 일정한 장애가 되었다.1122)蔡雄錫,<高麗前期 貨幣流通의 기반>(≪韓國文化≫9, 서울大, 1988), 104쪽.

 고려 후기 수공업체제에서 생긴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소의 해체에 따른 소 수공업의 붕괴현상이다. 이는 중앙관청의 통제를 받던 소가 후기에 들면서 권력기관이나 권세가들에게 예속되어 부역을 면제받는 지역으로 전환되어 갔기 때문이다.1123)金炫榮, 앞의 글, 118∼119쪽. 그러나 이미 12세기 이래 국가의 과중한 수탈과 권세가의 탈점으로 所民의 유망을 초래하여 소제도는 붕괴되고 있었다.1124)北村秀人,<高麗時代の「所」制度について>(≪朝鮮學報≫50, 1969), 60쪽.
안병우, 앞의 글, 126∼127쪽.
예종 3년(1108)의 한 기록에 의하면, 동·철·자기·지·묵소 등에 대한 別貢 수탈이 심하여 장인들이 도망하므로, 각 소의 별공·상공을 다시 작정할 것을 요청하였다.1125)≪高麗史≫권 78, 志 32, 食貨 1, 田制, 貢賦 예종 3년 2월. 소가 붕괴되어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민에게 잡역이나 기타 부역을 면제해 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소제도에 의존한 수공업체제는 새로운 방식을 강구해야 했다. 그것은 소민의 역을 일반 군현민의 역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소민의 역을 지던 부류들은 대개 12세기 이후 유이민화한 군현민들로 특정 ‘干’이라 지칭되던 층이었다.1126)北村秀人, 앞의 글(1969), 60쪽.
金炫榮, 앞의 글, 126∼128쪽.
안병우, 앞의 글, 127쪽.
徐明禧,<高麗時代「鐵所」에 대한 硏究>(≪韓國史硏究≫69, 1990), 21∼23쪽.

 은소의 경우를 보면, 은 생산체제는 12세기 이후 큰 발전을 맞이하였다. 국내 유통경제의 발달, 대외무역의 증가, 원에 의한 각종 공물의 징수 등으로 은 수요와 유통이 크게 확대되었다. 은 유통의 확대에 따른 은 수요의 급증은 은소에 대한 과중한 징수로 이어져 은소민이 은소를 이탈하여 은소가 해체되는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군현민에게 은역이 전가되었다.1127)田炳武,<高麗時代 銀流通과 銀所>(≪韓國史硏究≫78, 1992). 철소의 경우 역시 일반 군현민에게 역을 전가시키고 監務로 하여금 鐵場을 관리하는 철장제를 시도하였다.1128)徐明禧, 앞의 글(1990), 26쪽.

 소 수공업은 12세기 이후 쇠퇴하여 갔다. 국가의 수취와 소민의 저항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지만, 소 지역 밖의 수공업생산이 발전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1129)李炳熙,<高麗時期 經濟史 硏究의 動向(1989∼1993)>(≪韓國史論≫23, 國史編纂委員會, 1993), 321∼322쪽. 소 수공업자가 점차 독립수공업자로 전환되어 간 것은 고려 후기 상품생산과 유통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1130)홍희유, 앞의 책(1989), 74쪽.

 요컨대 소는 고려 후기 이후 점차 해체·몰락의 길을 걷다가 15세기초에 완전히 해체되어 군현에 통합되고, 소에 예속된 수공업자는 독립적·전업적 수공업자로 전환하였다.1131)홍희유, 앞의 책(1979), 170∼217쪽.
남원우,<15세기 유통경제와 농민>(≪역사와 현실≫5, 1991), 72쪽.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