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Ⅰ. 사상계의 변화
  • 1. 불교사상의 변화와 동향
  • 7) 대장도감과 고려대장경판
  • (5) 고려대장경의 위치

(5) 고려대장경의 위치

 역사적으로 간행된 漢譯大藏經은 北宋官板이 효시이고 그 다음은 고려 현종 때 간행한 初雕大藏經으로 이어진다. 우선 한역대장경의 종류를 간행연도별로 살펴보면 다음의<표 6>과 같다.

 <표 6>을 통하여 23종의 한역대장경이 간행되었음을 볼 수 있다.0213) 大藏會 編,≪大藏經≫(京都, 百華苑, 1964).
楣浦晉,≪近代編纂漢譯大藏經關係略年表≫(1990年度佛敎史學會學術大會發表要旨).
이외에 중국에서는 ≪影印磧砂版大藏經≫(1933∼1936)과≪影印宋藏遺珍≫(1935),≪修訂中華大藏經≫(1974∼),≪中華大藏經≫(1984∼) 등이 영인되었거나 영인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高麗大藏經≫(1957∼1979)이 영인되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간행된 대장경이 모두 고스란히 전래되지는 않고 있다. 최초의 대장경판인 북송관판대장경도 전체 5,048권 가운데 9권 정도가 알려져 있으며0214) 竺沙雅章,<宋元藏の系譜>(佛敎史學會學術大會發表原稿, 1990). 고려초조대장경은 현재 1,600여 권 정도가 확인된 실정이다.0215) 國內傳來本과 日本 南禪寺의 소장본에서 필자가 현재 확인 조사중임. 세 번째로 간행된 거란판대장경은 그 동안 전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 들어와서야 敦煌출토 경전 가운데 보이는 인쇄된 잔편 몇 조각을 거란본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0216) 大藏會 編, 앞의 책, 41쪽에 의하면 현재 東京의 書道博物館·靜嘉堂文庫·龍谷大學圖書館에 소장되어 있다 함. 그리고 현존하고 있는 북송의 東禪寺版이나 開元寺版도 온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해인사에 있는 고려대장경판은 그 판본이 여러 곳에 고스란히 전래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목판까지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의<표 6>에 나타나 있듯이 萬曆 이전(1573)까지 간행된 중국의 대장경보다 그 수록내용이 풍부했음을 볼 수 있다.

  대 장 경 명 간 행 시 기 권 수 비 고






蜀版(北宋官版, 開寶勅版)
高麗初雕版
契丹版
崇寧版(福州東禪寺版)
毘盧版(福州開元寺版)
思溪版(圓覺寺版)
高麗大藏都監版(再雕大藏經)
弘法寺版(金藏)
思溪版(資福寺版)
杭州版(普寧寺版)
磧砂版(延聖寺版)
明版南藏(報恩寺版)
明版北藏(北京版)
萬曆版(嘉興楞嚴寺版)
宗存版
天海版(寬永寺版)
黃檗版(鐵眼版)
龍藏(淸版)
북송(971∼983)
고려(1011∼ ? )
거란(1031∼1054)
북송(1075∼1103)
남송(1112∼1151)
남송(1126∼1132)
고려(1233∼1248)
남송(1149∼1294)
원 (1239∼ ? )
원 (1277∼1290)
원 (1231∼1305)
명 (1373∼1403)
명 (1410∼1440)
명 (1589∼1676)
일본(1614∼1624)
일본(1637∼1648)
일본(1669∼1681)
청 (1735∼1738)
5,048


5,700
6,117
5,480
6,568

5,740

6,000
6,331
6,361
7,334
284
6.323
6,958
7,838
<開元釋敎錄>收錄經典
勅 版
勅 版
私 版
私 版
私 版
勅 版
私 版
圓覺寺版의 追·補刻
思溪版의 重刻
私版, 1287년 追刻
金陵(南京) 開版
北京서 開版
方冊本·北藏 增補
高麗大藏都監版 底本
木活字
方冊本·萬曆版 底本
明北藏版 底本



大日本校訂大藏經(縮藏)
日本校正大藏經(卍正藏)
上海頻伽精舍版
大正新修大藏經
佛敎大藏經
佛光大藏經
일본(1880∼1885)
일본(1902∼1912)
청 (1891)
일본(1922∼1934)
중국(1979)
중국(1983∼ ? )
8,534
7,148
8,534
9,041

 
高麗大藏都監版 底本
麗明對校錄 底本
縮刷藏 底本
高麗大藏都監版 底本
頻伽精舍版 底本
高麗大藏都監版 底本

<표 6>한역대장경의 종류

 고려대장경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수용하여 대장경연구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고, 그 결과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간행한≪大正新修大藏經≫은 불교연구의 기본서로 세계적 명성을 지니게 되었다. 역사상 일본에서는 대장경간행을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이룩하지 못하였고, 본격적으로 대장경간행을 시도한 것이 京都 北野經王堂에서 착수한 宗存版대장경이다. 이 대장경은 天台宗의 宗存이 建仁寺의 고려대장경에 의해서 1613년에 대장목록을 간행하고, 다음해부터 사업에 착수하여 1624년까지 간행하였는데 현재 85부 284권이 알려지고 있다.0217) 大藏會 編, 위의 책, 97∼98쪽. 이 때 판식과 간기는 모두 고려대장경을 그대로 답습하고 간지표시를 “(甲寅)歲大日本國大藏都監奉勅雕造”라고 고려 대신에 일본으로 바꿔 사용하였다. 그런데 목판으로 간행하지 않고 임진왜란 때 데리고 간 인쇄기술자에 의해 목활자로 간행하였다. 이 대장경은 당시 天皇이 1617년에 죽자 “奉勅雕造”란 글자가 지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천황의 명에 의해서 간행이 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후 종존이 입적하자 이 사업은 중단된 것이다.

 이후 일본에서 최초로 완성한 대장경이 倭藏이라고 일컬어지는 寬永寺에서 간행한 天海版대장경이다.0218) 大藏會 編, 위의 책, 99쪽 이 대장경은 德川家光의 후원으로 天海僧正이 관영사에서 남송의 思溪 資福寺版을 저본으로 1637년∼1648년에 간행한 것이다. 이 역시 임진왜란 이후 성행한 활자인쇄술에 의해서 간행된 것이었다. 이외에 목판본인 黃檗版은 중국 황벽 希運의 종풍을 계승한 萬福寺 開山祖 隱元의 제자인 鐵眼이 주관하여 1669년∼1681년에 서민의 시주를 얻어 스승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만력판을 복각한 것이다.0219) 佛敎大學 佛敎文化硏究所,<麗藏對校黃檗版大藏經 解題>(同朋舍, 1989), 16∼21쪽 참조. 여기에서 萬曆版覆刻이 아닌 것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大藏會 編, 위의 책, 101쪽에는 1669년∼1678년으로 되어 있다. 이 황벽판은 일본 전역에 염가로 널리 보급되었으나 내용에 오류가 많아 학술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정토종의 승려 忍徵이 1674년에 황벽판대장경에 오류가 많음을 알고 1706년부터 경도 建仁寺에 있는 고려대장경과 내용대교를 시작하여 1710년에 모두 마치고<麗藏對校錄>을 완성하였다. 그후 眞宗大谷派 淨勝寺 順惠(順藝)라는 승려가 明藏에는 없고 고려대장경에 있는 500권을 건인사본으로 전사했다는 기록이 있다.0220)<增上寺大藏經目錄解說>(≪增上寺史料集別卷≫, 1981). 이러한 사실은 고려대장경이 일본에서 중국판 대장경보다 월등히 뛰어난 대장경으로 여겨졌음을 확실하게 밝혀준 최초의 예가 되는 것이라 하겠다.

 19세기 말부터 대장경도 신활자로 간행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가 역시 일본에서 1880년∼1885년에 縮刷版으로 간행된≪大日本校訂大藏經≫이다. 이 대장경은 明治維新 직후 불교부흥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인데 인징이 고려대장경과 대교한<麗藏對校錄>을 본 것이 동기가 되어 고려대장경을 定本으로 삼고 송·원·명의 대장경을 참고하여 차이가 나는 부분에 頭註를 달아 금속활자 5호로 간행한 것이다.0221) 大藏會 編, 앞의 책, 102쪽. 이 판본은 일본 최초의 독창적 판본이라 하겠다. 이 대장경은 1911년에 상해의 빈가정사에서 4호 활자로 다시 배열하여 인쇄하였다.0222) 大藏會 編, 위의 책, 103쪽. 그러나 활자가 커서 보기에는 편리하나 두주를 생략한 것이 흠이 되고 있다. 1902년에 경도에 藏經書院이 설립되어 인징의 麗明對校本을 정본으로 1912년에 출판된 것이≪卍字藏經≫과 ≪卍字續藏≫이다.0223) 大藏會 編, 위의 책, 104쪽. 이후 불교서적의 총서로 東京大學의 梵文學敎室 高楠順次郞 등이 중심이 되어 1922년∼1934년까지 13년이 걸려 완성한 것이≪大正新修大藏經≫이다. 당시 유통되고 있던 축쇄판 대장경이 값이 비싸 학자들이 구입하기 어려웠고 또한 일본 국내에 있는 필사본 대장경을 異本과 비교조사하여 가장 정확한 대장경을 만들고자 하는 요망이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동경 增上寺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하고 남송 思溪版, 원 大普寧寺版, 명 萬曆版, 그리고 宮內省圖書寮의 북송 福州東禪等覺院版을 대교하여 지방사찰이나 대학도서관과 개인소장을 모두 망라하고 돈황본까지 참고하여 간행한 것이다.0224) 大藏會 編, 위의 책, 105쪽. 이 대장경은 학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여 현재 세계 각국에서 불교연구의 기본서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일본에서의 대장경간행은 거의 고려대장경을 정본으로 하여 우리 나라의 인쇄문화를 받아들여 간행하였고, 특히 신활자본 대장경은 일본과 중국을 막론하고 모두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하여 간행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장경은 판각할 당시 수기법사 등에 의해서 대교가 철저히 이루어져 그 내용이 정교하기 때문에 유명하다. 당시 대장경을 간행하면서 국내본과 송본·거란본을 대교하여 선본을 실었으며, 그 내용을 기록하여<高麗國新雕大藏校正別錄>을 남겨 놓고 있어 현재 거의 전래되지 않는 북송관판과 거란본의 내용을 살필 수 있는 유일한 대장경이다. 그리고<法苑珠林>·<一切經音義>·<續一切經音義>·<內典隨函音疏> 등은 고려대장경에 수록되지 않았더라면 명목도 모르고 영원히 멸실되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고려대장경은 역사상 간행된 대장경 가운데 완벽하게 전래되고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장경으로 해인사에는 그 목판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미 17세기부터 가장 정확한 대장경으로 알려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대장경간행에 있어 정본으로 사용되고 있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니고 있는 보배를 우리의 손으로 그 위대성을 밝히지 못했음은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역사적 수난 탓이긴 하지만 국내에는 古版本이 없어 대장경판각 당시의 면모를 살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朴相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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