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Ⅱ. 문화의 발달
  • 1. 과학과 기술
  • 4) 무기제조와 조선
  • (2) 화통도감과 화기의 제조

(2) 화통도감과 화기의 제조

 화통도감의 발족과 함께 화약과 각종 화기의 제조는 급속도로 발전하여 대량생산의 단계에 들어섰다. 얼마 후에는 20종 가까운 화기가 제조되었고, 우왕 4년 4월에는 화기 발사의 전문적인 부대로서 화통방사군이 편성되었으며, 처음에 시도했던 바와 같이 화포를 증강하여 전선에 화포를 설치함으로써 왜구의 격퇴에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고려사≫에는 우왕 6년의 전라도 鎭浦싸움과 9년의 珍島싸움에서 발휘한 화포의 위력을 격찬하고 있다.

 고려 말에 제조된 초기의 화포는 탄환 종류를 쏘아 적을 살상하거나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로 불(화)살을 발사하여 목표물을 불태우는 이른바 화공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발사물에는 주로 火箭이 쓰였고 그 다음 단계에서 鐵彈子가 사용되었다. 초기에 철탄자 즉 탄환이 별로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발사력이 약해서 불화살의 사정거리 조차도 겨우 200보 정도밖에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화기의 종류는≪고려사≫에 銃筒·火箭·火筒·火㷁·火炮 등이 나타나고,≪太祖實錄≫에는 좀더 자세히 大將軍·二將軍·三將軍·六火·石砲·信砲·火砲·火㷁·火箭·鐵翎箭·皮翎箭·蒺藜砲·鐵彈子·穿山·五龍箭·流火·走火·觸天火 등의 모두 18종의 명칭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들은 크게 나누어 화포와 화통 등의 총통과 화전과 전 등의 발사물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 종류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어 고려 말의 화기의 실상을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다만 철탄자가 눈에 띄는데 그것이 고려 말 조선 초에 만들어진 탄환으로 새로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체로 銃·筒 등의 이름이 붙은 것은 소형화기이고 㷁은 중형, 砲 또는 炮의 이름으로 불린 것은 중화기에 속하는 것이다. 대장군·이장군·삼장군 등은 그 크기에 따라 지은 이름인데, 대장군포는 大箭을 사용하는 중화기이다. 大將軍箭은 가장 큰 것으로≪戎垣必備≫에는 그 길이가 11척 9촌이라고 설명되었다.0422) 許善道,≪朝鮮時代 火藥兵器史硏究≫(一潮閣, 1994), 5∼21쪽. 이 화기들은 그 당시 중국에서 만들던 화기들의 이름과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그 본보기도 중국의 것과 비슷한 것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고려에서 이러한 최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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