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고려 시대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Ⅱ. 문화의 발달
  • 9. 민속
  • 2) 민속놀이
  • (2) 경기적 내용

가. 격구

 擊毬는 막대기로 공을 쳐서 문안에 넣는 경기로서 무예를 숭상하던 고려시대에는 성행하였다. 주로 무관들의 무예훈련으로도 이용되었으며, 귀족자제들이 배웠는데 특이하게 부녀자들까지 격구를 한 기록도 있다. 격구는 打毬·擊棒·弄杖戱·抛毬·棒戱·擊鞠 등으로도 불렀는데 우리말로는 장치기·공치기·얼레공이라고도 한다.1067) 羅絢成, 앞의 책, 2쪽. 격구는≪海東繹史≫에 보면 당에서 행해진 것이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보여진다.

 격구는 고려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무예적 유희가 되었는데, 태조 원년(918) 尙州의 阿字盖가 귀순하려 하자 그를 맞는 의식을 毬庭에서 익히도록 한 것으로 보면1068)≪高麗史≫권 1, 世家 1, 태조 원년 9월 갑오. 이미 고려 초에 격구장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예종 5년(1110) 9월에 왕은 격구를 보고 물건을 하사했으며, 11년에는 女擊毬가 행해지는 것을 보고 폐지토록 하였다.1069)≪高麗史≫권 14, 世家 14, 예종 5년 9월·11년 4월. 그러나 이후에도 남성격구는 계속되어 왕 스스로 즐기거나 관람하는 일이 잦았다. 특히 의종은 격구를 좋아했으며 능하였기에 격구 잘 하는 사람을 뽑아 관직을 주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대간들이 이를 말렸다. 그러나 격구에 관심이 컸던 왕은 의종 2년(1148) 北園에서 다시 격구를 하였고, 다음해에도 西樓 등에 나아가 사흘 동안 관람하였다. 또한 22년 神騎軍의 弄馬戱를 관람하였다. 의종은 수희도 즐기고 마희 역시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격구는 단오절의 나라풍속으로 성대해졌다.1070)≪高麗史≫권 17, 世家 17, 의종 원년 5월 정해·경인, 2년 12월 임술, 3년 2월 경오·3월 정유, 22년 4월 을사.

 계속하여 희종과 고종·충렬왕에 이르기까지 격구는 성행했는데, 충숙왕 원년(1314)에 격구 금지령이 내려졌고1071)≪高麗史≫권 85, 志 39, 刑法 2, 禁令. 공민왕 23년(1374)에 다시 금지시켰다.1072)≪高麗史≫권 44, 世家 44, 공민왕 23년 5월 경오. 그것은 다름아닌 사치스러움에 따른 병폐 탓이었다. 황금 등으로 지나치게 말을 장식하고1073)≪高麗史≫권 129, 列傳 42, 崔忠獻 附 沆. 집을 빼앗고 백성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하니까 물의를 일으켰던 것이다.1074)≪高麗史≫권 129, 列傳 42, 崔忠獻 附 怡條에, 崔怡는 이웃집 100여 區를 빼앗아 毬場을 만들었는데 東西가 수백보였으며, 격구를 할 때에는 동네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게 했다. 또 인가를 헐어 넓혔는데, 빼앗은 것이 모두 수백채나 되었다는 것이다.

 격구는 궁중에서만 행해졌던 것은 아니었다. 곧 우왕은 시가에 나와서까지 격구를 하였던 것을 보아 궁중무예였던 것이 점차 일반에 퍼졌음을 암시한다. 또 고려의 대표적 무예놀이로서 경기형식을 띤 격구는 말 위에서 행한 것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이루어졌다. 따라서 일반 서민아동층에서는 지상격구가 성행했을 것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격구의 재미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동쪽으로 갈 듯하다가는 다시 서쪽으로 뛰고, 달릴 것처럼 하다가는 다시 머무른다. 사람들은 서로 손을 모으고 말들은 서로 말굽을 모은다. 뛰고 구르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는 사이에 서로 공을 다툰다. 비유하면 뭇 용이 갈기를 떨치고 발톱을 세워 큰 바다 속에서 한 개의 진주를 다투는 것과 같으니 아, 놀랄 만하다(李奎報,≪東國李相國集≫ 권 24, 記 又大樓記).

 ≪高麗圖經≫에 보면 격구할 때 쓰는 공채에 대해 “나무를 깎아 만들고 은(白金)으로 이를 감싸되, 조금 좋은 것은 구멍에 采綬를 꿰어 늘어뜨렸다”1075) 徐 兢,≪高麗圖經≫ 권 10, 儀物 2, 毬杖.고 하였다.

 고려 중기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된 격구는 처음에 왕을 즐겁게 하기 위한 무예로 시작하여 의종 스스로 격구를 하였는가 하면 최씨정권 때는 사치스런 모습이 되었다. 그러던 중 우왕이 단오놀이로 부활하여 각종 기악을 연주하는 등으로 유희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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