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동북방면의 영토개척 요인은 14세기말 대륙에서 원의 세력이 쇠퇴하고 한족인 명이 새로이 발흥하여 원·명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과, 한반도에서는 고려에 대신하여 조선이 건국되는 시세에 말미암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여말 선초 동북지방으로의 영토개척은 공민왕 5년(1356) 동북면 병마사 柳仁雨에 의한 쌍성총관부 관할지역의 수복으로부터 비롯되었다.³³⁹⁾≪高麗史節要≫권 26, 공민왕 5년 7월. 수복한 땅은 和州(永興), 登州(安邊), 定州(定平), 長州(定平), 豫州(豫原), 高州(高原), 文州(文川), 宜州(德源) 등 8주와 宣德鎭, 元興鎭(이상은 豫原땅), 寧仁鎭, 耀德鎭, 靜邊鎭(이상은 永興땅) 등 5진이다. 원에 정복당한 지 99년만에 수복한 것이다.
方東仁,＜雙城總管府考(上)＞(≪關東史學≫1, 關東大, 1982) 참조. 원의 覊縻지역으로서의 쌍성총관부 지역에서는 반고려분자들인 趙暉·卓靑의 후예들에게 摠管과 千戶의 직이 세습되었으나 이들 후예들 중에는 고려에 벼슬하기도 하고 관직을 수여받은 자도 있었다. 쌍성총관부를 공파하고 이 지역을 수복할 수 있었던 것은 趙暾·趙都赤과 같은 친고려적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에 李氏 족단이 두만강 하류유역의 斡東지방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남하하여 咸州(함흥)일대에 정주하였고 그들은 쌍성총관부의 기존 세력과 대립하였다. 따라서 유인우는 이성계의 父 李子春의 내응을 얻어 쌍성총관부를 함락시킴으로써 함주 이북까지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공민왕 9년 이자춘은 朔方道萬戶兼兵馬使에 임명되어 동북지방을 진무하였다.

　이 지역에로의 진출은 영토의 확대뿐 아니라 동북면 남부일대의 중심세력의 교체를 가져왔다. 동북면에서 구축당한 조씨세력은 드디어 원의 遺將 納哈出[나하추]을 끌어들여 동북면 일대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나하추의 침입은 공민왕 11년부터 여러 차례 계속되었으나 이성계에 의해 모두 격퇴되었다. 그 밖에 공민왕 11년의 홍건적 격파, 공민왕 13년 여진족인 三善·三介의 대파, 공민왕 19년의 汚羅山城 공파 등은 이성계의 대표적인 전공이다. 이성계의 여진족 삼선·삼개의 대파로 고려의 동북지방 영토는 伊板嶺(현 磨天領)을 넘어 海陽(현 길주지방) 지방에까지 미치게 되었고 여진의 추장으로 투항하거나 복속해 오는 자들이 앞뒤를 이었다.

　그 후 우왕 8∼9년(1382∼1383)에 이성계가 吉州平에서 胡拔都를 대파한 사건은 동북지방 영토개척사에서 특히 큰 의미를 갖는다. 당시 호발도와 高鐵頭 등은 동북면에 침입하여 이 일대에서 큰 세력기반을 가진 이씨를 몰아내고 제패하려 했으나 이성계에 의해 격퇴되었다. 이성계가 동북면 일대의 땅을 회복한 후 올린 獻議를 보면, 당시 해양에는 고려의 인구가 무수히 이입하여 점차 고려의 영토로 편입될 소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호발도의 침입으로 많은 인민이 잡혀갔다.³⁴⁰⁾胡拔都가 노략질해 간 인민은 대략 17,141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때 剽掠을 면한 여진족들은 그 본거지를 버리고, 동북면의 남부 해안지대로 이주했는데, 대략 1,020여 호로 추정되고 있다(金九鎭,＜尹瓘九城의 範圍와 朝鮮六鎭의 開拓＞,≪史叢≫21·22, 高麗大, 1977).

　드디어 공양왕 2년(1390) 길주만호부가 西之委(현 臨溟驛)에 설치되었다. 길주만호부의 성격은 변경에서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군사중심지라 할 것이다. 공양왕 3년 이성계는 동여진의 여러 부락을 招諭하여 두만강 연안의 2대 여진부족이라 할 오랑캐와 吾都里[오도리]가 來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여진족들은 이성계가 즉위한 후에도 자주 내조하였다.

　이와 같이 고려말 동북지방 영토의 경계선은 군사핵심지로서의 길주만호부가 설치되어 있었고, 길주 이북으로는 미한정 경계지역으로서의 군사지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