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4. 4군 6진의 개척
  • 4) 함길·평안도에의 사민입거
  • (5) 사민입거의 성과

(5) 사민입거의 성과

 세종대까지의 사민은 새로이 개척한 영토를 지키기 위한 군정의 확보를 위하여 시행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평안도지역으로 사민된 입거인들은 물론 元居人까지도 대량으로 유리·도망하는 일이 계속되어 赴防과 迎送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현상은 특히 세종 25년 이래 집중되었다. 본래 사민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변방의 방어를 위하여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입거인의 입장에서는 자원자로서 신분의 향상을 꾀한 경우라면 모르나 양민으로서 거의 강제적으로 사입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역이었다.412)≪世宗實錄≫권 112, 세종 28년 5월 경오.

 또 사민은 그 본질에 있어서 범죄인을 변방으로 유형보내는 것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일종의 형벌이었다. 가령 세종이 각 도 감사에게 내리는 유지가운데 銅의 산지를 알리거나 吹鍊法을 아는 자에게는 변경지역 입거를 면제시켜 주게 한 것이라든지, 강원도감사에 내리는 유지에서 동해의 蓼島를 발견하는 자는 입거자일 경우 향리로 放還시킬 것을 지시하고 있는 것은 입거와 유형이 큰 차이가 없는 것임을 증명하여 준다.413)≪世宗實錄≫권 109, 세종 27년 7월 갑술. 그러므로 국가에서 베푸는 신분상 특전 조항이나 경제적 우대조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거인의 원망스런 소요는 그치지 않았고, 이 때문에 3,000호의 평안도 입거계획과 1,600호의 함길도 입거계획이 세종 25년에 이르러 돌연 유이민의 쇄환으로 대체되었던 것이다.

 소장관원들은 입거인의 입장을 대변하듯 사민을 반대하는 상소를 하기도 하고 사민을 추진하는 대신들을 자주 비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관원들의 사민반대론이나 연기론에 대하여 세종은 “만약 국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만세의 계책을 삼을진대, 어찌 백성들의 원망을 두려워하여 가만히 있겠는가. 사민 또한 중대한 일이니만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414)≪世宗實錄≫권 94, 세종 23년 윤 11월 기사·권 111, 세종 28년 정월 계유 및 권 112, 세종 28년 5월 경오.고 하여 굳은 의지를 밝히기도 하였다.

 입거의 대상자가 되고, 또 옮겨져서 적응하기 어려움이 있었던데다가 赴防·入保·築城과 飢饉·使節迎送支供에 시달리고, 越江耕田도 금지되는 점 또한 도망의 원인이 되었다. 이 가운데서 부방·입보·축성 등은 함경도 및 평안도민의 일반적인 도망 원인이 되었으며, 사절영송지공과 기근, 압록강을

 건너 기름진 농토가 있음에도 국경을 넘지 못하는 월강경전의 금지 등은 특히 평안도민의 도망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상승작용을 하면서 입거인과 원거인의 도망을 촉진시켰으며, 그것은 함길도보다 평안도에서 더욱 문제가 되었다.

 세종 4년부터 30년까지 평안도에서 유리·도망간 인구 가운데 추쇄하지 못한 숫자가 11,258인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은 세종 31년 4월에야 추쇄되었지만, 이 때까지도 세종 20년부터 30년까지의 유망민 가운데 추쇄하지 못한 자가 2,185명이었다. 이로 본다면 세종대에 유망한 수는 모두 13,400여 명에 달해 평안도의 유망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415)≪世宗實錄≫권 123, 세종 31년 정월 경술·권 124, 세종 31년 3월 갑신·4월 신유 및 권 125, 세종 31년 8월 갑술.

 이처럼 평안도 입거인이나 원거인이 도망한 곳은 주로 황해도나 하3도 지방이지만, 혹은 도내의 深遠處에 숨거나 나라를 등지고 요동지방으로 도망하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함길도에 신설된 5진으로 도망하고 있었던 사실이다.416)≪世宗實錄≫권 123, 세종 31년 3월 병신. 평안도민이 함길도 변경으로 도망하고 있는 것은 함길도에서 사민이 성공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이민의 속출로 인한 평안도의 虛疎와 凋弊는 자성 이북 4군을 철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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