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이 바다로 에워싸이고 내륙에도 하천이 많은 반도를 생활터전으로 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배를 잘 만들어 꾸준히 해상활동을 전개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간혹 아예 바다를 잊어버린 민족으로 오해되고, 그 배들도 아주 형편없는 것처럼 곡해되는 수가 있지만 알고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선민들의 평화적인 해사활동과 군사적인 수군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온 전통은 연면하고, 그 배의 역사도 유구하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배들은 다른 지역의 것, 가령 중국이나 일본의 배와는 명확히 구별이 되는 독특한 체질을 지니게 되었는데, 이러한 한국의 독특한 전통적인 재래식 배가 바로 韓船이다.

한선의 구조적 특성⁰⁶¹³⁾金在瑾,≪우리 배의 歷史≫(서울大出版部, 1989), 64쪽.은 두껍고 평탄한 底板을 밑에 깔고 있는 平底船으로서 양현에 외판은 클링커 이음(clinker joint)방식⁰⁶¹⁴⁾외판의 고착방법에는 판자를 서로 맞대어 결착하는 카벨(carvel)이음방식과 판자를 서로 겹쳐 붙이는 클링커 이음방식의 구별이 있다.으로 붙여 올라가되 아래 판자의 윗면을 ㄴ자형으로 모를 따내고 거기에 윗 판자를 겹붙이도록 되어 있으며, 선수재는 예리하지 못하고 평면을 이루고, 선체 내에 격벽을 두지 않고 加龍 또는 加龍木이라는 막대기로 배가 찌부러지려는 횡강도를 유지하는 등이었다.

이런 한선의 구조법은 1984년 전남 莞島郡 藥山面 漁頭里 앞바다에서 발굴 인양된 이른바 莞島船에 아주 잘 나타나 있는데, 그 배는 고려 문종 연간(1047∼1082) 전남 海南郡 山二面 珍山里 일대의 도요에서 산출된 초기의 고려 청자 3만여 점을 가득히 싣고 남해안을 항해하던 중에 침몰된 것으로 고증이 되어 있고,⁰⁶¹⁵⁾文化財管理局,≪莞島海底遺物≫(1985) 61·109·130쪽. 그 배의 구조는 한선구조의 연원적 형태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⁰⁶¹⁶⁾金在瑾,＜莞島海底發掘船의 船體構造에 대하여＞(≪學術院論文集－人文·社會科學篇－≫25, 1986), 281쪽.

그 배의 중앙단면은＜그림 1＞과 같다. 여기에는 두껍고 평탄한 저판, 턱을 따서 붙여 올라간 외판, 가룡목의 존재 등 한선구조의 기본요소가 모두 구비되어 있어 11세기에 한선구조법이 이미 보급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큰 배에서는 한선구조법이 더 빨리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 靖宗(1035∼1046)대에 1천 석을 실어나를 수 있는 哨馬船을 연안 각 漕倉에 배정하였는데,⁰⁶¹⁷⁾≪高麗史≫권 79, 志 33, 食貨 3, 漕運. 그 초마선은 조선 초기까지도 조운선으로 그대로 사용된 한 선구조의 배였다.

고려는 원종 15년(1274)과 충렬왕 7년(1281) 두 차례 元과 연합하여 일본을 원정했다. 고려는 그 때마다 원나라 세조의 요청으로 도해작전을 위해 각도에서 배목수와 잡역부를 징집해 扶安의 邊山과 長興의 天冠山 등에서 대대적으로 조선작업을 했다.⁰⁶¹⁸⁾≪高麗史≫권 27, 世家 27, 원종 15년 정월·2월. 그 때 건조한 배는 大船 300척, 中型輕快船 300척, 汲水小船 300척 등 모두 900척에 달했다.⁰⁶¹⁹⁾≪元史≫권 208, 列傳 95, 外夷 1, 日本.

이 배를을 전조하는 데 중국의 조선법에 따르면 비용도 많이 들거니와 소정기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원의 양해를 얻어 고려의 조선법에 따라 배를 건조하였는데, 불과 4, 5개월만에 그 막대한 척수를 완공할 수 있었다.⁰⁶²⁰⁾≪高麗史≫권 105, 列傳 18, 金方慶. 이「고려의 조선법」이란 그전부터 전래되어 내려오는 한선구조에 의한 조선법이었던 것이다.⁰⁶²¹⁾金在瑾, 앞의 책, 88쪽.

이상과 같이 한국 역사상 고유한 한선구조법은 고려시대 이후 조선시대에 계승 발전되고 금세기 전반기까지도 전래되어 내려왔다. 그런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배는 너무 빈약해서 한선이라면 매우 보잘 것 없는 배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전 세기까지의 한선은 결코 그렇게 빈약한 것이 아니고 당대 중국의 전통적인 정크선이나 일본의 和船(또는 大和型船)에 비하여 결코 손색이 없는 당당한 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