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4. 조선업
  • 4) 조선기술의 발달
  • (2) 개삭

(2) 개삭

한선은 본래 나무못을 써서 건조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배를 사용하고 난 후에 썩은 널판자와 낡은 나무못을 전면 새것으로 바꾸는 큰 수리를 몇 차례씩 거듭 시행하여 배의 수명을 연장하도록 했다. 그와 같은 개수작업은 못을 갈아치운다 해서 改槊이라 했다.0651)金在瑾,≪韓國船舶史硏究≫(서울大出版部, 1984), 111쪽.

<그림 5>에서 외판을 나무못으로 고착한 모양을 보면, 나무못을 뾰족하게 깎아서 위 아래의 판자를 비스듬한 각도로 꿰뚫어 관통시키고 판자 안팎에서 남아도는 못의 위 아래 부분을 판자 두께에 맞추어 절단했음을 알 수 있다. 개삭의 작업은 배 안에서 나무못 끝을 올려쳐서 못을 다 빼내고 배를 전부 해체한 다음에 썩어서 못쓰게 된 판자를 갈아치우고 종전보다 치수가 큰 새로운 나무못을 그 전 못구멍에 박아넣으면 된다. 개삭은 그렇게 낡은 나무못을 전부 갈아서 선체를 새로운 배처럼 탄탄하게 만드는 큰 보수 작업이다.

목선이라면 철못을 사용하였건 나무못을 사용하였건 으레 썩은 판자와 일부의 못을 갈아치우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선처럼 아예 전면적으로 나무못을 써서 배를 짓고 일전항 기간을 정하여 전면적으로 나무못을 바꾸는 개삭을 실시하는 예는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개삭작읍은 한선의 큰 특징인데 그것은 조선 초기에 중국식 조선법을 버리고 한국 전래의 조선법으로 복귀한 무렵부터 적극적으로 채택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얼마만큼 한선의 수명 연장에 이바지하였는지 모른다. 조선 후기의 경우이지만≪全羅右水營誌≫에는 그런 예가 수없이 많다. 가령 金甲島의 戰船은 23차례나 개삭을 하여 71년째 쓰고 있고, 海南의 龜船은 12차례 개삭을 하여 36년째 사용하고 있다는 따위이다.0652)金在瑾, 앞의 책(1989), 118쪽.

그러한 개삭시공은≪경국대전≫에서 완전히 법제화되기에 이른다. 그 兵典兵船條에는 “제 포의 병선은…만든 지 8년에 수리를 하고 또 6년에 다시 수리를 하며 또 6년에 새로 만든다. 漕船도 동일하다”고 되어 있는데, 모든 군선과 조운선은 건조한 지 8년과 14년에 각각 수리를 하고, 또 6년이 지나서 새로 만들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것은 각종 관선을 20년간 사용하되 그 동안에 두 번 개삭을 실시하라는 뜻이다.

조선 후기에 오면 개삭의 규정은 여러 번 개정이 되고 개삭 기간은 지역과 선종에 따라 모두 전반적으로 짧아진다.

이상과 같이 한선은 조선 전기부터 개삭을 존중하는 나머지 鐵釘의 사용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한선에서 철정을 쓰게 되는 것은 숙종대 이후에 경상도 군선, 그리고 정조대 이후에 전라도 군선에서 뿐이다.0653)金在瑾, 앞의 책, 120쪽.

이런 사실을 가지고 한국에서는 철정을 쓸 줄 몰라서 쓰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한선의 기술적 낙후성을 말하는 이도 간혹 있다. 그러나 여기서 고려가 원종 15년(1274) 원나라와 연합하여 일본을 원정하고자 서둘러 조선을 할 적에 그 군선에 철정을 사용하는 남중국식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고려식 조선법에 따라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0654)≪高麗史≫권 105, 列傳 18, 金方慶.과 세종대에 철정을 써서 만드는 중국의 甲造法을 한때 전적으로 채택하였던 일을 상기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철정의 사용법을 몰라서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개삭이라는 아주 독특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철정을 돌보지 않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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