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6. 수산업
  • 4) 수산양식업과 수산제조업
  • (2) 수산제조업

(2) 수산제조업

조선시대의 수산제품의 제조는 수산물의 변질·부패를 방지하여 사용가치를 유지시키는 데 주목적을 둔 저차가공품의 제조에 불과하였다. 초기에 있어서도 역시 그러하였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의 수산제품은 앞서 소개한 지리서들에 나타나 있다. 本草學의 발달에 따라 약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어류나 다른 수산동물이 특정 부위를 채취하여 말린 것들이 많았다.

공예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가공한 어류의 껍질이나 부레풀과 수산동물의 모피도 있었다.

식용 수산물 중 건제품으로 제조한 것도 있었다. 乾水魚·乾紅蛤·全鮑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건제품은 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각종 어류를 위시하여 연체동물·갑각류·해조류 등도 채포 즉시 소비하지 않는 것은 말려서 저장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日照시간이 길고 공기가 건조하여 건조품 제조에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복의 가공품인 引鮑·槌鮑·條鮑 등은 제주도의 토공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槌鮑는 槌鰒이라고도 하였는데, 말린 전복 살을 엷게 저며 두들겨서 편 것을 이어 종이처럼 길게 만든 것이다. 이를 長鰒이라고 하였다. 引鮑나 條鮑같은 것도 이와 유사한 제품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식용제품으로서 발효제품인 젓갈류도 당시에 많이 제조되었던 것 같다. 魚醢라고 한 것은 어떤 종류의 어류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 젓갈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여러 가지 종류의 어류가 젓갈 재료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곤쟁이젓인 紫蝦醢는 기호식품이었던 것 같다. 곤쟁이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제조법이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魚油는 어떠한 어류에서 채유한 것이었는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상어나 대구 등의 간유가 채유되어 등유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세종실록≫의 吉禮序例에 보이는 新祭社稷儀를 비롯한 각종 의식에 쓰였던 음식 중에는 반드시 魚醢와 魚鱐가 포함되어 있다. 어류젓갈이나 어수, 즉 어포 등은 중요한 의식에 사용된 식품이었던 것이다.

세종 11년(1429) 명나라에서 궁중에 사용할 해물을 요구하여 각종 수산식품을 보냈는데, 그것은 眞魚 1,830미, 民魚 550미, 沙魚 90미, 芒魚 380미, 洪魚 200미, 蘆魚 100미, 年魚 500미, 大口魚 1,000미, 鯉魚 200미, 秀魚 440미, 文魚 200首, 石首魚 1,000미, 靑魚 500觔(斤과 같음), 蘇魚 500근, 鯽魚 500근, 鰒魚 700근, 古國魚 200근, 烏鰂魚 200근, 大蝦 200근, 黃魚鮓 6桶, 鯉魚鮓 1통, 土花鮓 9壜(담), 石花酢 3담, 生蛤酢 4담, 蘇魚鮓 3담, 白蝦鮓 7담, 紫蝦鮓 4담, 石首魚子酢 4담, 紅蛤酢 2담, 早海菜 500근, 海菜 1,000근, 絲海菜 300근, 海菜耳 300근, 昆布 400근, 海衣 100근, 甘苔 200근, 海花 200근, 黃角 300근 등이었다.0721)≪世宗實錄≫권 45, 세종 11년 7월 계해.

이와 같이 종류도 많고 수량도 많은데, 새로이 등장한 수산물의 명칭이 보인다. 烏鰂魚는 오징어, 石首魚子는 조기알이다. 여기에 보이는 海菜는 미역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早海菜는 早藿, 絲海菜는 絲藿이고, 海菜耳는 藿耳, 즉 미역귀라고 생각된다. 海花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어류나 해조류는 모든 건제품으로 보아야 한다. 발효제품이 여러 가지 있는 것이 주목된다. 黃魚鮓, 鯉魚鮓, 土花鮓, 石花酢, 生蛤酢, 蘇魚鮓, 白蝦鮓, 紫蝦鮓, 石首魚子酢, 紅蛤酢 등이 보인다. 어류·패류 및 새우의 발효제품이다. ‘鮓’자가 붙은 식품은 식해[食醢]가 아니면 젓갈이었다. ‘酢’자가 붙은 것도 있는데 이는 ‘초 초’ 또는 ‘단 것 초’자이다. 당시 酢자는 鮓자와 동일한 뜻을 지닌 것으로 보았는지 의문이다. 酢는 鮓자를 잘못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조선 초기의 식용 수산제품은 건제품과 발효제품이 가장 많이 제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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