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것을 결정한 조선정부는 태조 3년(1394) 新都宮闕造成都監을 설치하고 종묘·사직·궁궐·관아 등을 조성하면서 아울러 도성의 가로망을 구획하였다.⁰⁸⁴³⁾≪太祖實錄≫권 6, 태조 3년 9월 무술·병오. 많은 인구가 새 수도로 집중되리라는 예상에서 사회 발전의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가로망의 정비가 요구되었다. 가로망 조성의 노력으로 도성 내에는 크고 작은 길이 계획적으로 건설되었고, 평탄하고 곧은 길로 수레의 왕래가 빈번하게 되었다.

그 후 정종의 開京還都를 계기로 한양의 가로망은 무지한 백성들의 집터로 침범당하고, 울타리로 인하여 길에 굴곡이 생기게 되었으며, 심한 경우에는 도로가 가로막혀 통행의 불편을 일으킬 때도 있었다.⁰⁸⁴⁴⁾≪太宗實錄≫권 13, 태종 7년 4월 갑진. 이에 한양으로 도읍을 확정한 태종 이후에는 도로관리에 특히 유의하였다. 즉 태종 15년(1415)에는 길의 너비와 길가의 배수로 관리를 정하게 하였고, 세종 8년(1426)에는 도성의 길을 大路·中路·小路로 구분함으로써 길의 등급을 정하였으며 그에 따른 관리 대책을 강구하였다.⁰⁸⁴⁵⁾≪太宗實錄≫권 30, 태종 15년 8월 신미.
≪世宗實錄≫권 32, 세종 8년 4월 무진. 그리하여 한양 성안에는 대로·중로·소로의 가로망이 체계있게 형성되어 교통의 편의를 제공하였다.

≪經國大典≫에 의하면 대로의 너비는 56척, 중로는 16척, 소로는 11척, 그리고 길 양쪽에 있는 도랑 즉 배수구의 너비는 2척으로 하였다. 오늘날의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대로는 17.48m, 중로는 5m, 소로는 3.43m이고, 도랑의 너비는 각각 62㎝ 정도가 된다. 이러한 한양 성내의 도로 구조는 그 후에도 큰 변화없이 유지되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가로망 중에서 대로는 셋, 중로는 여섯이었다.

○ 대로 　① 黃土峴(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 앞에 이르는 길로서 좌우 양쪽에 의정부·6조·사헌부 등 관아가 있었다. 　② 興仁門(동대문)에서 慶熙宮까지의 길로서 동서를 관통하였다. 오늘의 종로거리가 중심이었다. 　③ 崇禮門(남대문)에서 廣通橋(보신각 앞)에 이르는 길로서 백성들의 내왕이 빈번하였다. 특히 삼남 지방에서 도성에 들어서면 먼저 밟는 큰 길이다. ○ 중로 　① 종로3가에서 창덕궁 돈화문에 이르는 길(돈화로). 　② 종로4가에서 창경궁을 끼고 혜화문에 이르는 길(혜화로). 　③ 을지로 입구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길(을지로). 　④ 충무로 입구에서 광희문에 이르는 길(지금의 퇴계로). 　⑤ 사직단 입구에서 경복궁을 거쳐 보신각에 이르는 길. 　⑥ 덕수궁 대한문에서 궁궐담을 끼고 서대문에 이르는 길.

새 서울 한양은 지형으로 보면 크고 작은 산과 구릉으로 둘러 싸여 있고, 그들 산에서 한강으로 흘러가는 개천이 여러 갈래로 뻗어있었다. 그리하여 도로의 개설에는 장애 요소가 적지 않았다. 장애 요소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개에 길을 내고 개천에 다리를 놓아야 했다. 도성 안에 있는 큰 고개로는 누르재·구리개·진고개·풀무재·배고개 등이 유명하고, 다리로는 도성 중심부를 관통하고 있는 청계천을 건네주는 광통교·수표교·효경교·오간수교 등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고개와 다리 등을 통해 곧고 바르게 건설된 도성의 가로망은 처음부터 규모있게 구획되어 사람과 수레의 통행이 원활하였으나, 점차 도로의 침식 현상이 나타나 정부는 도로의 침식을 법제적으로 규제함과 동시에 도로 수리사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도로에 대한 관리는 漢城府가 주관하되, 공조와 병조도 이에 관여하였다. 도로를 보수함에는 한성부 주민들이 동원되었다. 도로에 대한 관리 규칙은 대단히 엄격하여 도로 및 그 양편에 있는 도랑에 함부로 오물을 버리거나 파손하는 자가 있을 때는 그 범법자는 물론 해당 관리까지 책임을 물어 처벌하였으며, 파손된 도로나 다리는 즉시 수선하고 복구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