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Ⅴ. 교통·운수·통신
  • 5. 마정
  • 4) 말의 수요
  • (2) 중국 수출

(2) 중국 수출

말은 외교상 중요한 수출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말을 수출한 것은 공민왕 21년(1372) 명나라가 北元정벌 등의 필요에 따라 이를 요구하면서부터이다. 우왕 12년(1386)에는 양국의 합의에 따라 그 동안 명에 보낸 금·은·말 등의 朝貢品 가운데 오직 말만 3년에 한 번 50필씩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명의 수시적인 和賣 요구에 따라 공양왕 3년(1391)까지 명에 수출된 말은 약 3만 필에 이르렀다.

조선 초기에는 명의 국내외적인 불안한 정세(靖難의 役, 韃靼 등)에 대비한 徵馬 요구가 심하였으므로, 마정은 국내수요보다 명에 말을 증여 또는 易換(조선 말과 명 비단·포목과 교환)하는 일에 진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중 정기적으로 매년 正朝·節日·千秋節에 보내는 歲貢馬는 式年馬(매 3년마다 정기적으로 보내는 말)와 더불어 양국 친선외교의 중요 행사로서, 국왕은 물론 의정부·예조·사복시·승문원·進獻官馬色 등의 치밀한 계획으로 진행되었다. 즉 말의 높이가 周尺으로 別馬는 6척 이하 5척 8촌 이상이고, 種馬·土馬는 5척 7촌 이하 5척 6촌 이상이어야 하고, 털빛은 3색(黑五明, 鐵靑·赤·栗·黃色, 白·灰色 등)을 갖추고, 나이는 3∼4세로 간택하여 미리 길러 조련시킨 후에 북경에 보냈다.0975)≪世宗實錄≫권 49, 세종 12년 8월 임진·9월 갑진 신해.

세마는 정조에 34필(황제에 30필, 동궁에 4필), 절일에 40필, 천추절에 10필 도합 84필을 보냈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補數馬(흠결이 있을 때 보충하는 말) 16필을 합친 100필을 전국에 배정하되, 사신왕래가 많은 황해·평안도는 제외하고 경상도에 28필, 전라도에 23필, 충청도에 22필, 경기도에 10필, 강원도에 10필, 함경도에 7필을 바치게 하였으며, 세종 12년(1430) 이후에는 200필로 늘려 배정·준비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말을 바친 자에게는 魚鹽稅·神布稅 및 雜物로써 원하는 대로 말값을 주었으며, 명에서는 세마의 답례로 비단·포목 등을 보내왔다.0976)≪世宗實錄≫권 47, 세종 12년 2월 정유 및 권 48, 세종 12년 4월 정해.

식년마는 고려 우왕 13년(1387) 이후 보내던 것으로서 외교상 가장 중시되었다. 세종 23년(1441)에 承文院의 건의로서 결정된 절차는 다음과 같다.

亥·卯·未年을 당해서…(말을) 진공하여 왔습니다. 오늘 이후로는 진공 해당년 2년 전인 巳·酉·丑年 정월 상순에 承文院이 말의 털빛과 마필수를 예조에 첩보하고 병조에 관문을 보내면, 병조가 각 도에 내려서 監司로 하여금 가려 뽑아서 미리 기르게 하고, 그 해 10월에 각 도 감사가 그 수를 병조에 보고하게 합니다. 진공 1년 전인 寅·午·戌의 해 8월에 각 도 감사가 말을 병조에 보내면 사복시에 전송하여 기르게 한 후, 해·묘·미년 10월에 이르러 正朝가 북경에 진헌하도록 하십시오.…(≪世宗實錄≫권 92, 세종 23년 3월 갑인).

이러한 사무를 철저히 하기 위하여 승문원은 현관에 六甲(丑(덧말:①)·寅(덧말:②)·卯(덧말:③)·辰·

巳(덧말:①)·午(덧말:②)·未(덧말:③)·申·酉(덧말:①)·戌(덧말:②)·亥(덧말:③)·子)을 써 놓고 그 밑에 진행상황을 표하여 살피도

록 하였으며, 또한 예조·병조·승정원·사복시와 각 도 감사도 이 예에 따라 검찰케 하고, 그 종마 50필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烏觜·烏腎·烏蹄의 결백한 牡馬(성장한 숫말) 5필, 烏觜·烏眼의 결백한 牝馬(성장한 암말) 10필, 鐵靑의 牡馬 5필, 鐵靑의 牝馬 10필, 黑鬃·黑尾의 黃牡馬 2필, 黃牝馬 5필, 黑五明의 牡馬 2필, 黑五明의 牝馬 4필, 棗騮(털빛이 붉은 말)의 牡馬 3필, 棗騮의 牝馬 4필, 계 50필(≪世宗實錄≫권 92, 세종 23년 3월 갑인).

그리고 부정기적으로 명의 강제적인 易換馬 요구에 수시로 대량의 말을 수출하였다. 그런데 이로 인한 과중한 부담으로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고, 국내에 말이 부족하게 되어, 조신들은 그 조달책에 고심한 나머지 “사대의 예로 말하면 말을 바치지 않을 수 없고, 宗社의 계책으로 말하면 많이 바칠 수 없다”고 토로하였다. 한편 세종 5년(1423)에 許稠 같은 이는 명에 대하여 징마 감량을 진정할 것을 다음과 같이 건의하였다.

중국에서는 지난 해에 말을 1만 필을 청구하고 지금 또 1만 필을 청구하나, 본국의 말은 예전에 비하여 감소되고 또 强壯하지도 못합니다.…군정은 말보다 급한 것이 없는데 충실한 말 2만 필을 골라서 바치게 되면 이는 2만의 기병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됩니다.…어떻게 그 한정없는 요구에 응하겠습니까.…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서는 지금 주청하여 반감하지 않으면 만세에 걱정이 될 것입니다(≪世宗實錄≫권 21, 세종 5년 8월 경술).

그러나 명은 이러한 요청을 번번이 거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신을 보내서 횡포무례하게 징마를 독촉하고, 교역마의 退馬·酒食을 요청하거나 처녀 또는 기생 등을 요구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조선의 통치자들은 이런 요청이 있을 때마다 進獻官馬色을 설치, 이에 의정부 찬성, 병조판서, 공조판서, 판한성부사 등을 제조로 삼고, 관속 15인을 배치하여 역환마를 살피게 하였다.0977)進獻官馬色은 태조 3년 4월 6일 을해에 처음 설치되었으며, 그 구성에 관한 것은≪太宗實錄≫권 14, 태종 7년 8월 경술과≪世宗實錄≫권 13, 세종 3년 9월 을해에 전하고 있다. 역환마는 세종 9년에 결정된 예에 따라 크고 토실한 말로서 그 품등을 정하였다. 곧 中馬의 상등은 크기가 4척 7품, 중등은 4척, 하등은 3척 9촌 3푼으로, 그리고 小馬는 상등을 3척 8촌 6푼, 중등을 3척 7촌 9푼, 하등을 3척 7촌 2푼으로 정하였다.0978)≪世宗實錄≫권 127, 세종 32년 정월 경인. 이에 따라 역환마로 4자 이상(中馬 중등)으로 뽑았고, 그 수량은 각 도에 배정하되 목장말은 물론 時散官으로부터 經師·무당·부자·공인·상인·염색인·군인·양민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품위 또는 신분에 따라 마필수를 할당·배정하였다.

그리고 수집된 말은 험난한 요동까지 수송해야만 하였는데, 독촉이 심할 때는 1개월 여에 1만 필을 보내야만 했다. 한 예로서 태종 10년에는 19회에 걸쳐 5천 필을 보냄에 있어, 압송관과 호송관 813인, 炊飯軍 70인, 騎卜馬 408필, 몰이꾼 408인, 견마군 5,000인이 왕래하여, 이에 소요되는 6,291인의 왕래 숙박비 및 10,408필의 말먹이 등으로 백성을 피폐케 하였다.0979)≪太宗實錄≫권 19, 태종 10년 5월 기사. 더욱이 그 수송로에 위치한 평안도민의 부담은 다른 도의 배나 되어 그 참상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0980)≪世宗實錄≫권 127, 세종 32년 정월 임인·윤정월 갑인.

명에 수출된 마필수는 기록 미비로 명백히 밝힐 수는 없다. 다만≪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태조 원년(1392)부터 문종 즉위년(1481)까지 59년간에 걸쳐 약 7만 필을 수출하였는데, 그 가운데 86%인 약 6만(58,611)필은 태조∼세종 9년(1427) 사이에 보낸 것이다. 그 중 태종과 세종 때에는 일시에 1만 필 이상을 각각 2회씩 수출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1만 필은 문종 즉위년까지 수출하였는데, 문제가 된 것은 세종 31년에 명이 오이라트[瓦刺]의 침입을 받자 말 2∼3만 필을 강제로 요구하여 온 것이었다. 이에 河演·皇甫仁·鄭麟趾·許翊 등 조신들은 “우리나라는 사면에 적을 접하고 있어 말이 긴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5천 필만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명에 통고하고 수송하다가 적을 격퇴한 명이 문종 즉위년 3월에 “말을 보내지 말라”고 통고해옴으로써 2,477필만 보내고 중지한 일이 있었다.0981)≪世宗實錄≫권 126, 세종 31년 12월 무진 및 권 127, 세종 32년 정월 기축·정유. 이로써 명에 수출한 마필수는 고려 말에 약 3만 필을 보낸 것을 합치면 약 10만 필에 달하여, 조·명 외교 정상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 후 명은 국내적으로 안정되어 임진왜란 때를 제외하고는 무리한 징마요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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