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건국된지도 30여 년이 경과되어 나라 안팎이 안정되게 되자 여러 가지 제도들을 정확히 확립시킬 필요가 있었다. 세종은 태종 때에 吉禮序禮와 각종 의식을 제정하였던 許稠에게 洪武舊制와 東國儀禮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五禮를 상세하게 제정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허주는 5례를 제정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표준으로서 造禮器尺을 만들게 되었다. 이 무렵 朴堧은 예악을 정돈하기 위해서 음악의 기본음과 정확한 12音律을 얻고자 하였다. 이에 海州産의 秬黎를 바탕으로 한 累忝法으로 黃鐘尺을 만들었다.

한편 고려에서부터 시작된 同科收租法을 중국식의 頃畝法으로 고쳐 貢法을 실시하자는 여론으로 인하여, 경무법의 양전척이 되고 있었던 정확한 周尺의 표준도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세종은 집현전에 표준이 될 척도를 제정하도록 명하여 가례의 주척을 새로이 고쳐 標準周尺을 제정하게 되었다. 이 때 제정된 것으로는 새로운 표준척으로서의 營造尺과 縱忝尺, 橫忝尺 등이었는데, 이 3종의 척도는 명나라에서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척도들은 세종 12년(1430)에 제정되었으나, 관청과 민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布帛尺의 표준은 제정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공조에서는 재가를 얻어 전국의 관부로 하여금 그 지방의 표준척으로 사용되고 있는 포백척을 대나무로 만들어 京市署로 보내게 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포백척을 제정하여 각 관부에 분급함으로써 포백척도 통일하였던 것이다.¹⁰²⁹⁾朴興秀,＜李朝尺度에 關한 硏究＞(≪大東文化硏究≫4, 1967).

周尺은 주공이 새로이 경무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옛부터 많이 사용되어 온 10지폭의 지척을 量田用으로 제정하였던 주나라의 관척으로서, 그 정확한 길이는 19.496㎝였다. 그러나 新의 王莽 때 劉歆은, 중국음악과 도량형이 舜임금의「同律度量衡」제도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근거로 하여, 중국의 표준척은 주척이 아니라 중국음악의 기본임인 黃鐘音을 내는 黃鐘律管長임을 밝혔다. 그 이후로 모든 樂理學者들은 劉歆 銅斛尺만을 표준척으로 여기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척은 실질적으로 양전과 里程用尺으로 사용되면서도 기록에서 그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도≪周禮≫의 기준척이었던 주척은 가례와 더불어 私尺으로 전해 내려와 우리나라에서도 禮制의 기준척이 되었음을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¹⁰³⁰⁾≪增補文獻備考≫권 85, 禮考. 즉 건국 초에는 가례에 있는 司馬公(光)의 石刻周尺을 바탕으로 했으나 그것이 오래되어 오차가 심하므로 洪武 癸酉年(1393)에 허조가 陳友諒의 아들 陳理家에게서 얻은 주척, 원나라 중추원사 金剛이 얻은 象牙周尺, 가례에 있는 사마공의 석각주척 등을 자료로 하여 집현전에서 가장 정확한 주척을 만들었던 것을 밝히고 있다.

이 때 제정되었던 각종 표준척의 길이 사이에는＜표 1＞에서와 같은 관계가 있었다고 했는데, 여기에 포백척과 세종 26년에 제정된 一等量田尺의 길이를 합하여 다시 정확하게 계산하면＜표 2＞에서와 같은 결과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세종 때의 표준척으로 나머지 척도들의 길이도 정확히 밝힐 수 있게 되었다.≪磻溪隨錄≫에는 임진왜란과 관리들의 관리 소홀로 모든 척도들은 없어졌지만 三陟府의 포백천과 水標橋의 水位周尺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¹⁰³¹⁾柳馨遠,≪磻溪隨錄≫권 2, 附錄 3, 陟布帛尺圖. 그러나 이것마저 없어져 순조가 부러진 世宗水標에서 世宗周尺을 실측함으로써 밝힌 釐正周尺記와 현재 전하는 수표교의 인조 甲戌量田周尺長, 南大門樓와 圓覺寺十層石塔에서 얻은 世宗營造尺 등에서 세종 때의 표준척 길이가＜표 3＞과 같음을 밝힐 수 있다.＜표 2＞에서 밝혔듯이 척도 사이의 길이 관계를≪經國大典≫의 기록과 비교했을 때, 오로지 周尺만이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경국대전≫에서 周尺長을 黃鐘尺의 6寸 6釐라 함으로써 세종 척도를 밝히려는 연구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는데,≪六典條例≫에서는 이러한 잘못을 정정하고 있다.¹⁰³²⁾朴興秀,＜李朝尺度 標準에 관한 考察＞(≪素巖李東植先生華甲記念論文集－道와 人間科學－≫, 1981).
≪世宗實錄≫권 50, 세종 12년 10월 18일 및 권 93, 세종 23년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