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6년(1460) 6월에 설치된 刊經都監은 정음 창제 이후에 이 문자로 책을 간행한 가장 큰 기관이었으니 정음의 초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간경도감은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세조 자신이 직접 참여하였으며 놀랄만큼 많은 책들을 몇 해 동안에 간행하였는데, 그것은 모두 불경 언해들이었다. 중요한 국가적 사업으로 그처럼 많은 불경을 간행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고 하겠다.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중요한 책들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楞嚴經諺解≫10권(세조 7년;1462) ≪妙法華經諺解≫7권(세조 8년) ≪金剛經諺解≫1권(세조 9년) ≪佛說阿彌陀經諺解≫1권(세조 9년) ≪禪宗永嘉集諺解≫2권(세조 9년) ≪般若心經諺解≫1권(세조 9년) ≪圓覺經諺解≫12권(세조 10년) ≪牧牛子修心訣諺解≫1권(세조 13년)
이 간행 사업의 한 결과로 정음과 불교의 밀접한 관계가 수립되었다. 그 결과로 정음은 불가의 문자라는 인상마저 주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상은 유교 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정음에 결코 유리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음과 불교의 깊은 인연은 그 뒤에도 계속되었으나 세조대에≪救急方諺解≫2권(세조 12년)이 간행되고, 성종대에≪內訓≫(성종 6년;1475)·≪杜詩諺解≫25권(성종 12년)·≪三綱行實圖≫(성종 12년)·≪救急簡易方≫(성종 20년)·≪樂學軌範≫(성종 24년) 등이 간행되면서 정음 사용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하였다.
<李基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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