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Ⅰ. 학문의 발전
  • 3. 역사학
  • 2) 춘추관과 당대사의 편찬
  • (1)≪용비어천가≫와 조선건국사 정리

(1)≪용비어천가≫와 조선건국사 정리

 모든 왕조는 건국자에 대한 비상한 신화와 설화·전설이 있는 바, 조선왕조는 선조의 유덕함과 공로를 중국의 역대 왕들과 비교하여 설명하는≪龍飛御天歌≫를 편찬하였다.≪용비어천가≫는 조선 세종대 선조인 穆祖에서 태종에 이르는 6대의 행적을 영웅적인 행위로 서술하고, 왕조창업의 위대함을 노래한 서사시로 모두 10권으로 이루어졌다. 세종 27년(1445) 4월 권제·정인지·안지 등은 六祖의 행적을 한글과 한시로 125장의 노래로 적어 찬진하였으며, 세종은 그 이름을≪용비어천가≫라 내리고 판각하도록 명하였다.282)≪世宗實錄≫권 108, 세종 27년 4월 무신.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비록 역사책에 있다고 하나 다 펴보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박팽년·姜希顔·신숙주·李賢老·성삼문·李塏·辛永孫 등에게 한문으로 주해를 붙이게 하여 세종 29년 2월 10권의 책으로 완성하였다.283)≪龍飛御天歌≫, 龍飛御天歌跋.

 이≪용비어천가≫는 가장 먼저 훈민정음으로 적힌 글이라는 점에서 국어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용비어천가≫는 사학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조선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조선왕조 건국을 정당화하기 위해 편찬한 조선 당시대인들의 조선건국사 이해라고 할 수 있으며, 가사를 주해한 부분에서 철저히 실증을 거친 것으로 보아, 이는 당시 역사학의 방법론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 내용은 세종의 직계 6조의 행적으로서 이웃에게 덕스러운 은혜를 베풀어 인민들이 추종하였으며,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노력은 하늘이 도왔다는 것이다. 즉 모두 하늘의 명을 받든 것으로, 이러한 천명의 수수는 중국제왕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는 여섯 선조의 창업도 하늘의 명을 맏든 것으로 조선왕조의 건국이 하늘의 명을 받은 필연적인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284) 李熙德은<龍飛御天歌와 瑞祥說>(≪東方學志≫54·55·56, 1987)에서 천명설의 근거로 전통적인 五德說과 三統說을 들면서 편찬자들이 천변재이를 자의적인 瑞祥으로 돌려 자신들의 의도를 증험하려 하였다고 적어, 편찬자들의 정치적인 의도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서술에서는 자연히 고대적인 신이성이 줄어들고 유교적인 합리주의에 의한 필연성이 강조된다. 그리고 이들이 임금이 되기까지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창업의 기초를 닦은 점을 지적하여, 임금이 되기 위해서는 하늘의 명을 받아야 된다는 점과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밝히면서 후대 임금에게 이렇게 피나는 노력 끝에 쌓은 공덕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는 점에서 당시 교훈 중심의 역사학과 그 궤를 같이 하였다.

 한편 그 편찬 동기에 대해서는≪용비어천가≫편찬과정을≪고려사≫편찬과정과 결부시켜,≪고려사전문≫의 조선건국사 서술에 불만을 가진 세종이 고려왕조 말기부터 시작된 조선왕실의 활약과 이들의 조선건국에 끼친 공덕과 새 왕조의 왕실로 자리잡게 되는 역사적인 필연성을 전왕조에 대한 역사서술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로 편찬을 명하였다는 주장이 있다.285) 鄭杜熙,<龍飛御天歌의 編纂과 高麗史>(≪震檀學報≫67, 1990). 또≪용비어천가≫는 그 형식이 詩歌 형태를 빌려 한글과 한문으로 대중에까지 널리 홍보하려는 목적의식의 중요함은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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