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Ⅰ. 과학
  • 4. 의약과 약학
  • 4) 의서의 편찬과 간행
  • (2) 국내 의서의 편찬과 간행

(2) 국내 의서의 편찬과 간행

 조선 전기에는 고려 의학의 계승, 중국의학의 수입과 더불어 이들을 소화, 발전시키는 작업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여러 종류의 종합의서·전문의서·구급방·수의서·양생서·전염병서 등이 편찬되어 그 어느 시기에도 볼 수 없었던 의학의 발전이 이룩되었다. 여기서는 따로 장을 두어 살펴 볼 종합의서인≪향약집성방≫·≪의방유취≫·≪동의보감≫·≪신주무원록≫과 이 저작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의서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서들을 시대순으로 살펴보겠다.

 정종 원년(1399)에 간행된≪향약제생집성방≫에 덧붙여서 출간된≪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은 수의서로 주목할 만하다. 현존하는 이 책은 여말선초의 수의학 수준을 알려주는 유일한 수의학서로 우마의 치료에 크게 활용되었다. 房士良의 서문에 의하면 이 책이 趙浚과 金士衡의 주관 아래 權仲夏와 韓尙敬이 편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원의≪馬醫方≫을 참고하면서 고려의 수의서인≪東人經驗方≫을 활용하여 편찬되었다. 2권 1책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내용을 보면≪마의방≫은 총론으로 良馬相圖 등 28조, 각론으로 五臟門 등 16개의 병문에 대한 치료법으로 되어 있다. 이 중에는 4조에≪동인경험방≫의 내용이 들어 있다.≪牛醫方≫도 총론 相牛法 등 5조, 각론 瘟疫門 등 12개 병문에 대한 치료법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도≪동인경험방≫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고려와 조선 수의학의 결정판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서 사용되었다.

 조선초의≪향약혜민경험방≫·≪향약제생집성방≫·≪향약채취월령≫·≪本朝經驗方≫ 등 향약 관계서를 제외한 의서 중 가장 먼저 기록에 보이는 것은≪産書≫이다. 편자를 알 수 없는 이 책은 조선초에 나온 산과 전문의서로, 세종 때부터 의관과 의녀의 필독서가 되었다.

 ≪산서≫는 세종 12년(1430) 12월 의원과 의녀의 교육 및 취재과목으로 채택되었고, 세조 8년(1462)에는 새로 마련된 醫書習讀官 권장법에 따른 시험과목 중의 하나가 되어 성종 때까지 이어졌다. 이 책은 盧仲禮의≪胎産要錄≫과 함께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태산요록≫은 세종 16년에 간행되었다. 노중례는 조선초의 뛰어난 의관으로 조선 전기의 의학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태산요록≫은 상권 胎産門 20조, 하권 嬰兒將護 28조로 되어 있으며,≪胎産救急方≫·≪全氏小兒方≫ 등 16조의 의서를 참고로 하여 저술되었다. 이 책 역시≪산서≫와 마찬가지로 의생의 교육과 의학의 취재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으며 조선 중엽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한편 이 책은 선조 41년(1608)에 나온≪諺解胎産集要≫의 원본이기도 하다.

 ≪鍼灸擇日編集≫ 1권은 세종 29년(1447)에 내의원 의관 全循義와 金義孫이≪孫眞人秘笈千金方≫·≪資生經≫ 등 16종의 의서를 참작하여 침 놓을 때의 길흉을 선택하기 위해 편찬한 것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세종 20년부터 매년 침구전문생 3인을 敍用하여 三醫司에 각각 1명씩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침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오늘날에는 원간본은 없어지고 그 抄本만이 남아 있다.

 任元濬이 찬술한≪瘡疹集≫은 세조 8년 이후 의과와 취재의 과목으로 지정되어 활용되었던 조선 최초의 천연두 전문서이다. 후에 許浚의≪瘡疹集要≫가 나올 때까지 조선 전기의 유일한 종기 치료 전문서로 매우 중시되었다.

 ≪救急方≫은 세조 때 찬술되었다. 세조 12년에 8도에 구급방 각 2권을 보내도록 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바로 이 무렵 이 책이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구급방≫은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원본의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허준이 다시 꾸민≪諺解救急方≫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면, 이 책이 中風·中寒 등 45조의 치료법을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食療纂要≫는 조선초 대표적인 의관의 한 사람인 전순의가 찬술한 것으로, 내용은 잘 알 수 없으나 섭생을 통한 양생서로 생각된다. 이 책은 孫舜孝가 경상도관찰사로 있을 때 간행한 것이다.

 성종 때에 나온 다른 의서로는≪新撰救急簡易方≫이 있다. 이 책은 성종 20년(1489) 內醫院 提調 尹壕를 비롯하여 任元濬·許琮 등 의관 8명이 공동으로 편찬한 것으로 모두 9권으로 되어 있다. 모든 도의 감사들이 이를 발간하여 널리 통용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의 판본이 전국 각지에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구급방을 모아 종류에 따라 나누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지방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구급치료를 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되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醫方要錄≫은 현존하지 않아서 내용을 알 수 없다. 다만≪成宗實錄≫에 이를 간행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이 책이 이 때에 발간되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醫門精要≫는 성종 때 편찬되고 연산군 때 간행되었다. 이 책은 현존하지는 않으나, 申用漑의 발문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의문정요≫는 성종 24년≪의방유취≫의 요점을 발췌하여 이용하기에 간편하도록 하려는 편찬 목적에 따라 허종이 왕명을 받아 편찬에 착수하여 이듬해 편찬을 마쳤다. 이 책의 이름은 성종이 직접 내린 것이다. 그러나 발간을 준비하던 중 허종과 성종이 잇따라 죽자≪의문정요≫의 발간 작업은 일시 중단되었다. 그 후 연산군 10년(1504)이 되어서야 총 50권 87문으로 발간되었다. 비록 중국 의서를 깊이 연구하여 집성한≪의방유취≫가 매우 뛰어난 의학대백과사전이기는 하였지만 너무 방대하여 실제 임상에 사용하는 데에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한결 간결하게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며≪의문정요≫는 그 산물인 셈이다. 이렇게≪의방유취≫의 요점만을 뽑아 재구성함으로써≪의문정요≫는 중국 의학의 토착화에 크게 기여했다.

 ≪黃疸瘧疾治療方≫은 명종 5년(1550)에 “각 도·주·군·현의 僉使, 萬戶 등에게 황달·학질 치료방을 발행하여 배포하고 다시 감사와 州·府·巨邑에서 인쇄하여 境內 인민에게 분급토록 하라”는 기록에서 이 책의 존재를 알 수 있다.

 ≪治腫秘方≫ 1권은 任彦國이 편찬한 것으로 명종 14년 금산에서 간행되었다.≪治腫指南≫ 2권 역시 임언국과 그 제자들이 편찬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내용이≪치종비방≫보다 자세하다.≪救急良方≫1권은≪치종비방≫ 뒤에 붙어서 한 책을 이루고 있는데, 내의원의 여러 의관들이 편찬한 구급처방집이다.

 楊禮壽가 편찬한≪醫林撮要≫13권은 질환 121개별로 치료방을 나누어 실어 놓은 큰 규모의 종합의서이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각 門의 머리에는 병론을 실었고 이어서 관련되는 처방을 실어 놓았다. 주로≪醫學正傳≫·≪得效方≫·≪鄕藥集成方≫·≪萬病回春≫·≪古今醫鑑≫·≪醫學入門≫·≪和劑局方≫·≪東垣十書≫·≪必用方≫·≪袖珍方≫·≪婦人良方≫·≪玉機微義≫·≪救急方≫·≪聖惠方≫·≪活人心法≫·≪濟衆方≫·≪纂圖脈≫·≪御藥院方≫·≪永類鈴方≫·≪衛生寶鑑≫·≪靑狼集≫·≪醫林集要≫·≪簡易辟瘟方≫·≪千金方≫·≪增類本草≫·≪外科樞要≫·≪醫方類聚≫·≪本國退思翁所製方≫ 등의 의서를 인용하였다. 이들 의서는 조선 전기에 이루어진 의서와 당시 사용되던 중국 의서들을 거의 망라한 것인데 이로부터 당대 의학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 비록 얼마 뒤에 나온≪동의보감≫에 가리어 있지만≪의림촬요≫는 당시 의학계의 거의 모든 지식을 소화하여 하나로 엮어낸 책으로≪동의보감≫에서도≪향약집성방≫·≪동방유취≫와 함께 대표적인 국내 의서로 꼽고 있는 저작이다.

 선조와 광해군 때의 의서 편찬은 거의 전부 허준에 의해 이루어졌다. 허준은≪동의보감≫외에도, 전문 진맥서인≪纂圖方論脈訣≫, 산과 전문서인≪胎産集要≫, 천연두 전문의서인≪諺解痘瘡集要≫, 구급의서인≪諺解救急方≫등과 전염병 전문서인≪新撰辟瘟方≫과≪辟疫神方≫을 편찬하였다. 허준의 저술 외에도 선조 때 나온 의서로 선조 33년(1600)에 柳成龍이 펴낸≪鍼灸要訣≫2권이 있다. 이 책은 유성룡이 河村에 은거중에≪醫學入門≫의 내용을 발췌하여≪醫學辨症指南≫과 함께 지은 것이다.≪침구요결≫은≪의학입문≫의 침구 부분과 똑같은 내용을 싣고 있지만, 침구학의 복잡한 경혈, 시술방법, 효과 등을 계통적으로 분류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특징이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