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Ⅲ. 문학
  • 3. 언어
  • 2) 언어
  • (3) 문법

(3) 문법

 조선 초기 국어의 문법체계는 현대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 주된 내용을 體言과 助詞, 活用의 순서로 설명한다.

 체언도 그 末音에 用言의 語幹과 같이 ㅎ이 있다. 예컨대 ‘나[ㅡ], 돌[石]’ 등은 조사가 연결되면, ㅎ이 드러나서 ‘나히·나·나·나콰, 돌히·돌·돌·돌콰’ 등으로 된다. 이러한 체언은 약 80에 이르는데, 근대어에 들면서 말음 ㅎ은 ‘가히[犬], 불휘[根]’ 등 한 단어 안의 ㅎ과 함께 약화되어 탈락하였다. 현대어에서는 복합어 ‘수탉, 조팝’ 등에 그 흔적을 남겼을 뿐이다.

 格助詞에서는 우선 主格助詞가 ‘이’뿐이라는 점이 다르다. 母音體言 뒤에서는 ‘ㅣ, ㅇ*/’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컨대 ‘世尊이, 부톄(←부텨+ㅣ), 불휘(←불휘+ㅇ*/)’ 등과 같은데, 현대어의 모음체언 뒤의 ‘가’는 16세기 후반의 한 諺簡에 나타난 것이 유일하나, 17세기 이후에는 문헌에도 산발적으로 나타난다. 屬格助詞는 母音調和에 따라 ‘/의’가 나타나나, 尊稱體言에는 ‘ㅅ’이 연결됨이 특이하다. 예컨대 ‘부텻 功德, 如來ㅅ 法, 世尊ㅅ ’, 與格助詞는 속격조사에 ‘그, 게(<그)’가 통합되어, 예컨대 ‘사그·사게, 겨지븨그·겨지븨게, 부텻그·부텻게·부텻긔’ 등으로 쓰인다. 呼格助詞는 존칭체언 뒤에는 ‘하’가 쓰임이 특이하여, 예컨대 ‘님금하 아쇼셔, 世尊하 니쇼셔’ 등으로 나타난다. 존칭체언의 속격조사 ‘ㅅ’과 호격조사 ‘하’는 근대어 이후에 소멸되었다.

 補助助詞로는 근대어 이후에 없어진 ‘(/으)란, 두고, 곰/옴, 잇’ 등이 특이한 것들이다. 이들이 나타나는 例文 하나씩 들고 괄호 안에 현대어로 풀이한다.

제 란 초고(제 쌀은 감추고, 月釋 1, 45)

光明이 두고 더으니(光明이 해와 달보다 더하니, 月釋 1, 26a)

各各  아옴 내야(각각 한 아들씩 내어, 釋詳 6, 9b)

히 여위신 金色잇 가시리여(살이 여위신들 金色이야 변하실까, 月印上, 其 62)

 활용의 유형으로는 動詞와 形容詞가 비슷한 유형이나 繫辭(이른바 指定詞)가 다른 유형이다. 계사는 체언의 주격형이 어간으로 되는데, 동사와 형용사의 語尾頭音 ㄷ, ㄱ은 각각 ㄹ(다만 ‘디’는 예외)과 ɦ으로 변하고 母音語尾 앞에는 ㄹ이 덧난다. 예컨대 ‘아리라(-라←-다),·弟子ㅣ로다 (-로다←-도다), 아리오 (-오←-고)·가지어니 (-어니←-거니), 아리로 (-로←-오)·가지롬 (-롬←-옴)’ 등이 그러하다. 모음어미 앞의 ㄹ은 어간의 말음으로 분석하여 계사의 어간을 체언에 ‘-일/이’가 통합하여 이루어진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계사의 특이한 활용은 근대어에 동사와 형용사의 그것에 통일되었으나, 현대어에서도 일부 그 흔적이 남기도 하였다.

 先語末語尾의 경우에서는 먼저 敬語法語尾가 주목된다. 謙讓法(客體높임법)은 어간에 ‘--’이 직접 통합되어 문장의 客語로 지시되는 사람이 主語로 지시되는 사람이나 話者보다 上位者임을 표시하는 경어법이다. 예컨대 ‘우리히 世尊 보고, 菩薩이 世尊 묻샤’에서 객어로 등장한 ‘世尊’은 화자는 물론이고 주어로 등장한 ‘우리, 菩薩’보다 상위자이므로 동사 ‘보-, 묻-’에 겸양법어미가 통합된 것이다. 尊敬法(主體높임법)은 용법이 현대어와 같으나 母音語尾 앞에서 ‘-시-’가 ‘-샤-’로 교체하여, 예컨대 ‘가샤, 가샴, 가샤’로 나타난다. 恭遜法(相對높임법)은 文末語尾 앞에 ‘--’가 통합되어 ‘가다, 가니가’ 등과 같이 사용된다. 근대어에 들어 겸양법은 용법이 위축되어 어미 ‘--’은 공손법어미로 변하고, 존경법어미 ‘-샤-’는 ‘-시-’로 통일되고, 공손법어미 ‘--’는 형태가 약화되어 겸양법어미와 융합된 ‘-습니다, -습니까’에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또 하나 16세기 이후에 소멸한 先語末語尾로 意圖法語尾가 주목된다. 화자의 강한 의도나 의지를 나타내는 서술에 사용되는 ‘-오/우-’가 그것이다. 예컨대

(太子ㅣ)닐오 金으로 해 로  업게 면 이 東山 로리라 須達이 닐오 니샨 로 호리다 (釋詳 6·246).

에서 ‘로리라(←-오-리라), 호리다(←-오-리다)’의 ‘-오-’는 각각 화자인 ‘太子, 須達’의 의도나 의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說明文에서는 ‘-오-’가 화자 자신의 일을 서술할 때 사용되므로, 1인칭의 주어에 호응하는 인칭어미라고 설명하는 학설도 있다. 그러나 의문문에서는 2인칭의 주어에도 ‘-오-’가 나타나는 일이 있으므로 현재로는 意圖法이라 함이 무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어미는 冠形形에서도 사용되는데, 이 경우는 15세기 후반에도 혼란을 보이고 있다.

 語末語尾에서는 의문법에서 설명의문과 판정의문이 대립되는 어미로 나타남이 가장 특징적이다. 설명의문은 의문사를 제시하여 설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고, -오’계통의 어미, 판정의문은 命題를 제시하여 가부를 묻는 것으로 ‘-가, -어’계통의 어미로 표시된다. 예컨대

이 엇던 光明고 (月釋 10, 76)

과 눈괘 이제 어듸 잇뇨(楞嚴 1, 46b)

이 리 너희 가 (月釋 8, 94b)

모 사미  브르녀 아닌녀(楞嚴 1, 53b)

에서 앞 두 문장은 의문사가 나타나는 설명의문, 뒤의 두 문장은 판정의문을 나타내는 의문문이다. 15세기에도 공손법어미 ‘--’와 결합된 경우에는 설명의문에도 ‘-가’가 사용되었으나 체계 전반의 변화는 근대어에 들어서 설명의문의 어미가 판정의문의 어미로 대체된 데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하여 현대어에서는 설명의문과 판정의문은 형태상 동일하나 억양에서 구별되는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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