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Ⅲ. 문학
  • 3. 언어
  • 2) 언어
  • (4) 어휘

(4) 어휘

 조선 초기 국어의 語彙體系는 앞선 시기에 확립된 漢字語體系가 固有語體系와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몽골어와 近代中國語에서 직접 차용한 外來語가 없지는 않으나, 한자어에 비교하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한자가 혼용된 조선 초기의 한글문헌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예컨대<訓民正音序>의 전반을 언해한 다음 글을 보더라도

나랏 말미 中國에 달아 文字와로 서르 디 아니 어린 百姓이 니르고져  배 이셔도 내 제 들 펴디 몯 노미 하니라

에서 한자로 표기된 ‘中國, 文字, 百姓’은 한자어인데, 특히 ‘百姓’은 원문인 한문에 ‘民’으로 쓰인 것을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한자어는 한자나 한문에서 유래하였으나 그 쓰임이 고유어와 똑같은 자격을 가진 말이라고 인정된다.

 한자어는 한글문헌에서 완벽할 정도로 한자로 표기되는데, 간혹 한글로 표기되는 예들이 있다. 앞에서≪東國正韻≫에 따른 한자음 표기가 인위적으로 교정된 것임을 말하는 예증으로 든 한글표기의 한자어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이미 고유어와 구별이 어려운 ‘먹[墨], 붇[筆], 소[俗]’등과 함께 한자나 한자어와의 類緣性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音韻變化까지 표기에 반영된 ‘녜(月釋 2, 47a와 楞嚴 6, 20b), 비왕(牧牛 42b), 셜웝(번朴 上, 75a)’ 등은 더욱 그러하다. 여기 ‘례’는 ‘常例’(月釋 1, 15a)로 표기되는 어형의 ‘例’가 선행한 鼻音에 동화된 것이고, ‘비왕, 셜웝’은 ‘誹謗(蒙法 58a), 說法(月釋 1, 15a)’으로 표기되는 語形에서 有聲音 사이의 ㅂ이 약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고유어의 세력이 현대어보다는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의 한글문헌에서는 현대어에서 한자어에 자리를 물려주고 사라진 고유어가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는 基本語彙라 할 ‘[江], 마[官衙], 뫼[山], [壁], 온[百], 즈믄[千], 알-(관장하다), 가멸-(富하다)’ 등 상당한 양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한자와 한문의 보급과 함께 문물제도가 漢化한 결과로 이해된다. 그리하여 근대어를 거쳐 현대어에 이르러서는, 사전의 올림말만으로 따지면 한자어가 고유어보다 많다는 통계가 나오게 된 것이다.

<安秉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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