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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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회화의 제경향
  • (2) 강희안과 강희맹의 화풍

(2) 강희안과 강희맹의 화풍

 조선 초기의 화단에서 안견의 화풍과 현저한 대조를 이루었던 것으로 강희안(1419∼1464)의 화풍을 먼저 들지 않을 수 없다. 안견과 동시대인으로서 안평대군을 중심으로 서로 잘 알고 지냈음이 확실한 강희안은 전형적인 사대부화가였고, 아버지인 강석덕, 동생인 강희맹과 더불어 시·서·화에 뛰어났던 인물이다. 그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는<고사관수도>가 꼽힌다(<그림 2>).

 이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인물이 중심이 되고 산수는 인물을 위한 배경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자연이나 산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인물이나 동물은 상징적으로 작게 표현하던 안견파 화풍과는 대조를 이루는 상반되는 경향이다. 산수 배경의 비중이 극히 작아져서 인물 중심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小景山水人物畵의 범주에 속하는 이러한 구도와 구성은 남송대 梁楷의<出山釋迦像>으로부터 명대의 浙派 화가였던 張路의<漁夫圖>로 이어져 내려간 전통과 연관이 깊다고 믿어진다.801) 洪善杓,<仁齋 姜希顔의 ‘高士觀水圖’硏究>(≪정신문화연구≫ 27, 1985), 93∼106쪽. 특히 이 작품들과 강희안의<고사관수도>는 절벽을 배경으로 하여 인물을 부각시킨 점에서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나타낸다.

 또한 필묵법과 皴法에서도 당시로서는 새로운 화풍이었던 절파 화풍의 수용이 감지된다. 그러나 거침없는 활달한 필치와 화면 전체의 분위기에서는 직업화가의 작품들에서도 보기 힘든 문인적인 격조와 취향이 느껴진다.

 이 밖에 주인공인 고사가 턱을 고인채 물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중국의 대표적인 화보인≪芥子園畵傳≫중의 권 4, 人物屋宇譜에 게재된 ‘高雲共片心’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흥미롭다.802) 李東洲,≪우리 나라의 옛그림≫(博英社, 1975), 41쪽 및 圖版 11∼13 참조. 아마도 강희안과≪개자원화전≫이 공동의 소재를 다룬 중국의 고대회화를 나라와 시대를 달리하여 함께 참조했던 결과가 아닐까 추측된다. 아무튼 강희안의 이<고사관수도>는 15세기 화단의 또 다른 경향과 복합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 하다고 하겠다.

 강희안의 작품으로 전칭되고 있는 것으로는 片畵들이라고 믿어지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高士渡橋圖>·<折梅揷甁圖>·<小童開門圖>가 있는데, 이 그림들에 보이는 인물들과 바위·나무 등은 절파계 화풍의 영향을 보여 준다.803) 劉復烈,≪韓國繪畵大觀≫(文敎院, 1979), 74∼75쪽의 도판. 이 밖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橋頭煙樹圖>와 일본 小倉컬렉션의<山水圖>등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안견 화풍과 절파 화풍이 절충되어 있어 흥미롭다.804) 劉復烈, 위의 책, 73쪽의 도판.
安輝濬, 앞의 책(1985), 圖 16 참조.

 강희맹의 작품으로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역시 오쿠라 컬렉션 소장의<獨釣圖>이다.805) 安輝濬, 위의 책, 圖 17 참조. 한 쌍의 고목이 서 있는 강가에서 배를 탄채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선비를 소재로 다룬 이 그림은 원대 李郭派 화가였던 李衎과 李士行 부자의 산수화에 보이는 구도와 친연성을 보여 준다.806) Osvald Sirén, Chinese Painting : Leading Masters and Principles Vol. Vl(New York ; The Ronald Press Co., 1958), Pl. 50.
Sherman E. Lee and Wai-kam Ho, Chinese Art under the Mongols : The Yüan Dynasty(1279∼1368)(The Cleveland Museum of Art, 1968), 圖 225 참조.

 강희안과 강희맹 형제는 안견의 그림을 구하고 찬문을 썼던 것이≪晋山世稿≫의 기록을 통하여 확인된다.807)≪晋山世稿≫ 권 3. 이로써 보면 그들은 안견의 화풍을 잘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며 어느 정도의 영향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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