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1. 대동법의 시행
  • 1) 공납제의 변통과 대동법의 실시
  • (2) 대공수미법의 시행

(2) 대공수미법의 시행

 임진왜란을 당하자 정부는 극심한 군량난에 봉착하였다. 이에 정부는 임기응급책으로 納粟의 관례를 채택·시행하는 한편, 공납물 대신에 그에 상당하는 미곡을 납부하도록 적극 장려하였다. 壬辰年條 공납물부터 兵禍의 상황에 따라 적당히 감소하여 주면서 이들을 미곡으로 바꾸어내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전쟁의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된 데서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군현에 따라 그 기준이 고르지 못하여 백성들의 원망을 사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정부는 군량의 확보와 민심의 안정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것은 선조 27년 정월에 일어난 宋儒眞의 모반사건0937)선조 27년(1594) 정월에 자칭 의병대장 宋儒眞과 여러 群盜들이 牙山·平澤의 兵器를 탈취하여 京城을 침공하다가 실패로 끝난 사건이다. 宋儒眞은 경성 庶族이고, 群盜는 대부분이 유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金潤坤, 앞의 글, 154∼155쪽 참조).으로 인하여 매우 신속하게 추진되었다. 이른바 代貢收米法이 제안되어 시행된 것이다.

 전란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선조 27년 4월에 영의정 柳成龍은 국왕에게 시무책을 올리면서 재정의 충실, 곧 군량의 확보와0938)柳成龍은 이 글에서 모든 京役, 즉 上番軍役과 各司 노비·諸員·皂隷·樂工의 立役 등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이들 입역자와 그 保人에게서 1인당 쌀 1석씩을 징수하여 군량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西厓文集≫卷 5, 陳時務箚). 민생의 안정을 위한 공납제의 개혁안을 다음과 같은 요지로 건의하였다.0939)柳成龍,≪西厓文集≫卷 5, 貢物作米議.

○ 공물·진상제도를 폐지하고, 도별로 공납물에 상당하는 미곡을 계산하여 이를 도내의 모든 田土에 균등하게 배분·징수한다.

○ 전라·충청·경상·강원·황해도에서는 징수한 미곡을 京倉에 납부하고, 함경·평안도에서는 그 도에 留置하여 國用에 사용한다. 단, 경상도의 경우는 경상도가 戰禍에서 소생할 때까지 유치하여 군량으로 사용한다.

○ 경창에 납부된 미곡은 각 중앙 관서의 소요 物種(종래의 공물·진상물)을 구입하는 경비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군량으로 한다.

 유성룡이 건의한 이 같은 대공수미법은 곧장 課收量의 상정(1결에 쌀 2말씩)을 거쳐 그 해 가을부터 전국에 시행되었다. 貢案의 개정(貢納制의 지속)을 주장하는 일부 관료들의 반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시급한 군량의 조달 방안이 달리 없었고, 또 민심의 慰撫가 다급하였기 때문이다. 宋儒眞 일당이 토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약탈과 살생을 자행하는 群盜가 성행하여 수령이 邑治를 버리고 산골짜기에 들어앉아 官務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0940)≪宣祖實錄≫권 49, 선조 27년 3월 신사. 형편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대공수미법은 시행된 지 1년도 못되어 폐지되고 말았다. 징수한 쌀의 수량이 예정과는 달리 매우 적어서 군량 조달에 차질이 생겼을 뿐 아니라, 정부의 소요 물품을 구입하는 일도 여의치 못하여 수시로 원래의 현물로 징수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가 아직도 전란 중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주요 원인은 당시의 사회경제적 기반의 취약성이나 제도상의 결함에 있었다기 보다는 유성룡의 말대로 방납·호우배의 이권회복 운동에 있지 않았나 생각되고 있다.

 이리하여 임진왜란의 종식과 더불어 공납제의 폐해는 다시 일어났다. 阿多介(虎皮방석) 1坐의 代價가 무명 200필(백미 70여 석)로 치솟는 가운데 농민은 날로 유망하여 갔고, “가난한 농민은 처자를 먹이지도 못하는 형편인데 부자들 중에는 1년의 쓰임새가 쌀 수천 석에 이르는 사람이 있다”는0941)趙 翼,≪浦渚集≫卷 2, 因求言論時事疏. 극심한 빈부의 차이를 형성하여 갔다. 농민의 대대적인 항거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위태로운 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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