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Ⅳ. 학문과 종교
  • 6. 역사학
  • 2) 고려 이전의 역사에 대한 서술
  • (1) 사략형 사서의 유행

(1) 사략형 사서의 유행

 이 시기에는 사림들의 교육은 관학인 4학이나 향교보다는 사설의 서당에서 행하여졌다. 사림들은 과거공부를 위하여서나 교양을 위한 역사공부는 주로 중국의 역사였고, 그 교재는 주로≪資治通鑑節要≫나≪十八史略≫이었다. 그러나 비록 정규교육과정상의 과목에 우리 나라의 역사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의식있는 사람은 우리 나라의 역사도 알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목적으로≪東國通鑑≫을 줄여 필요한 부분만을 간략하게 축약하게 되었다. 이것을 사략형 사서라고 부를 수 있다.0718)鄭求福,<16∼17世紀의 私撰史書에 대하여>(≪全北史學≫1, 1977), 48쪽. 그 대표적인 예로서 朴祥(1474∼1530)의≪東國史略≫과 柳希齡(1480∼1552)의≪標題音註東國史略≫, 吳澐(1540∼1617)의≪東史纂要≫, 趙挺(1551∼?)의≪東史補遺≫등을 들 수 있다. 그외 李堣·閔齊仁·柳仲郢·李惟章 등도≪東國史略≫을 남겼던 것으로 전한다.0719)16세기 사림들의 역사의식에 관해서는 다음의 글 참조.
鄭求福, 위의 글.
韓永愚,<16世紀 士林의 歷史敍述과 歷史認識>(≪東洋學≫10, 1980;≪朝鮮前期史學史硏究≫, 서울大 出版部, 1981).
鄭求福,<標題音註東國史略 解題>(≪校勘標題音註東國史略≫, 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5).
韓永愚,<17세기 초 東人의 歷史敍述-吳澐의『東史纂要』와 趙挺의『東史補遺』->(≪朝鮮後期史學史硏究≫, 一志社, 1989).

 이들 사서들은 주로≪동국통감≫을 간략하게 줄인 것으로 모두 개인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이전의 관찬사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들 사서들의 특징을 종합하면 첫째 사찬이기 때문에 서술에 있어 개인적인 특성이 현저하게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유희령은≪동국통감≫에서 삼국의 역사를 하나의 편년으로 서술한 방식에서 탈피하여 各國別로 서술하였으며, 삼국의 순서도 고구려·백제·신라의 순으로 적어 역사발전의 순서를 올바르게 이해하였다. 또한 역대의 지도를 앞에 첨부하는 방식도 택하였다. 오운은 편년체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기 위한 기전체 형식을 통해 地理志를 덧붙이고 列傳에서도 名臣·忠義·孝烈·義烈傳 및 叛賊·權凶傳을 덧붙이고 있다.

 둘째, 기왕의 사론을 다시 인용하는 것을 대폭 줄였으며, 저자 자신의 사론도 마찬가지로 적게 썼다. 사론의 내용에 있어서는 충절과 지조를 지킨 신하는 상대적으로 강조하였으니, 고려말의 李穡·李崇仁·鄭夢周·吉再 등 절의를 지킨 이들이 강조되었다.

 셋째,≪동국통감≫에서는 삼국 이전의 상고사를 간략하다는 이유로 外紀에 서술하였으나, 사략형 사사에서는 본편에 포함하여 서술하였다. 이는 상고사에 대한 인식의 진전이라기 보다는 역사를 간략히 서술하는 과정에서 삼국사에 합하여도 무리가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서술형식에 있어서는 細字의 附註나 標題, 音註 등의 주석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0720)大字로 실린 원문에 대한 설명기사, 연대, 지명 등에 대한 주석 등을 2行으로 附註하거나, 주요 사건의 제목을 따로 만들어 책의 상단에 기록하여 標題로 내세우거나, 古語의 음을≪韻解群玉≫에 의거하여 주석을 단 音註 등이 활용되었다.

 넷째, 사략형의 사서는 17세기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던 강목형의 역사서술을 통해 개인 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되고 역사를 바라보는 폭도 확장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한편 이 시기의 사략형 사서 편찬과 짝하여 주목되는 것은 연표나 도표와 같이 쉽게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일련의 서적들이 편찬되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이 역시 교육과 편람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표류는 紀傳體 역사서술의 한 편목으로≪삼국사기≫에 이미 작성되었던 것이나, 이 시기가 되면 역사의 줄거리를 간략히 별도의 책으로 편찬하였다. 이에는 鄭逑(1543∼1620)의≪歷代紀年≫, 鄭克後(1577∼1658)의≪歷年通考≫, 申翊聖(1588∼1644)의≪皇極經世書東史補編通載≫, 朴繘(1621∼?)의≪歷代帝王傳世之圖≫등이 있다.0721)金恒洙,<寒岡 鄭逑의 學問과 歷代紀年>(≪韓國學報≫45, 1986). 도표류로는 金正國(1485∼1541)의≪歷代承統圖≫와 柳希齡(1480∼1552)의≪標題音註東國史略≫卷首에 수록된<歷代國都之圖>와<歷代分理之圖>, 洪萬宗(1643∼1725)의≪東國歷代總目≫권수에 수록된<東國歷代傳統之圖>와<歷代建都之圖>등을 들 수 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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