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2. 농업생산력의 발달과 상품작물의 재배
  • 2) 한전농업의 생산력
  • (3) 시비법의 발달

(3) 시비법의 발달

 조선 전기 한전농업의 시비는 첫번째 起耕(初耕)을 전후한 시기와 파종할 때 비료를 주는 방법이나, 파종한 후 비료를 넣어주는 방법을 이용하였고, 파종시에 糞種法과 분종의 일환인 漬種法(눈을 녹인 물이나 오줌물에 종자를 담그는 방법)이 행해졌다. 조선 전기에 사용된 비료는 팥·녹두 등의 綠肥와 草木肥, 草灰, 糞, 尿灰, 廐肥 등이었다. 조선 전기에 한전에서 많이 행해진 시비법은 파종할 때 행하는 분종법이었고, 다음으로 초경전에 행해진 掩耕(갈아엎는 방법) 및 火耕法이었다.0057) 李鎬澈,<糞田法>(앞의 책).

 그러다가 17세기에 이르면 人糞과 人尿를 다른 재료와 섞어 비료를 만들었으며, 그에 따라 비료의 양도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0058) 閔成基,<朝鮮時代의 施肥技術>(앞의 책), 237∼247쪽. 예를 들면≪농가월령≫단계에서는 칙간에 큰 독이나 항아리를 묻어 인분과 인뇨를 모아서 비료로 지속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또한 나무가지뿐만 아니라 참깨 껍질 등의 재료도 외양간에서 소나 말이 밟도록 하여 1년 내내 비료로서 이용하였다.0059)≪農事直說≫에서는 버드나무가지만 보리밭의 비료로 이용하는 것으로 기록하였다.≪농가집성≫단계에서는 보리와 밀을 재배할 때 7월에 백양나무와 갈나무·싸리나무의 가지를 베어다 작두로 썰어 외양간의 마소가 밟아 썩도록 하여 거름으로 사용하였으며, 목화를 재배할 때는 주로 우마분과 요회를 중심으로 시비하였다.0060) 申 洬,≪農家集成≫大小麥 種木花法.≪농가집성≫에서는 아울러 시비에 관한 항목을 많이 추가하여 기록하였다.

 18세기에는 시비법이 더욱 발달하게 되었다. 인분과 인뇨·회 등을 섞어 다양한 방법으로 분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외양간 옆에 웅덩이를 파고 尿를 저장하게 하고 볏짚이나 겨를 태운 재를 섞어서 거름을 만들거나, 마당가에 큰 웅덩이를 만들어 집 내외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고 그 곳에 풀을 베어 넣어 썩혀서 퇴비를 만들기도 하였다.0061)≪山林經濟(補說)≫(金容燮, 앞의 책, 1988, 250∼251쪽에서 재인용). 이 다양한 비료를 바탕으로 18세기 중엽 이후에는 追肥法이 행해졌다. 추비법이란 작물이 성장하는 동안에도 비료를 줌으로써 수확을 많이 하는 방법이었다. 이와 같이 17·18세기에는 외양간을 만들어 소와 말의 분과 요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비료를 만들어 작물에 시비하였다.

 18세기말 이후에는 한국 중세사회 시비법의 완성된 형태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특히≪천일록≫과≪임원경제지≫등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다. 당시의 농서에서는 사람의 분과 요뿐만 아니라 외양간에서 나오는 분과 요를 허비하지 않고 철저히 수집하여 초목과 회·흙을 혼합하여 다양하게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비하는 방법도 자세히 기술하였다. 그리하여 농민들이 비료를 중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농사를 지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었다.≪천일록≫에서는 草糞 등 11종류의 비료를 만드는 방법과 시비하는 방법을 기술하였다. 그것은 이전의 농서와는 달리 비료를 만드는 과정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었으며, 비료의 종류도 많아지고 양도 풍부해져 갔음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임원경제지≫에서 더욱 정리되고 세련된 형태로 나타났다. 서유구는≪임원경제지≫에서 시비와 추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료를 마련할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당시의 상황하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즉 “매일 새벽에 家童으로 하여금 도로에 버려진 인축의 屎를 가져다가 퇴비를 만든다든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에서 돈을 주고 1년간의 분뇨를 미리 예매한다든가, 또는 비료를 모으는 곳을 벽돌로 쌓아 분뇨가 새지 않도록 하고 매일 재와 쓰레기 및 쌀뜨물·생선 씻은 물 등을 부어서 비료로 만드는”0062) 徐有榘,≪林園經濟志≫本利志 권 4, 營治 糞壤 儲糞雜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료를 마련하는 방법을 예시하였다. 그리하여 비료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하며, 시비가 생산의 다수확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서 중요하게 언급하였다. 아울러 곡식 껍질과 초목·흙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바탕으로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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