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7. 어·염업의 발달
  • 1) 어업
  • (7) 수산제조업

(7) 수산제조업

 조선시대의 수산가공품의 제조는 수산물의 변질·부패를 방지하여 저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각종 가공품이 제조되었고 그 중에서도 어류나 패류의 건제품, 어류나 새우의 젓갈, 魚油 등이 주종을 이루었다.

 조선 후기에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 수산물 생산의 증가에 따라 수산제조업도 발전하여 가공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영조대에 편찬된≪御製宣惠廳定例≫와≪貢膳定例≫에 실려 있는 供上 수산물 중 가공품을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乾大口魚, 半乾大口魚, 仇非(굴비)石首魚, 貫目靑魚(마른 청어), 乾銀魚, 乾秀魚(마른 숭어), 乾黃魚, 乾錢魚, 乾廣魚, 乾鰈魚(마른 가자미), 乾加兀魚(마른 가오리), 乾鰱魚, 乾餘項魚(마른 열목이), 乾瓜魚(마른 빙어), 乾烏賊魚, 乾大文魚, 乾小文魚, 半乾文魚, 乾海蔘, 乾紅蛤, 乾大鰕, 乾全鰒, 搥鰒, 條鰒, 長引鰒, 引鰒, 乾鰒短引(이상 鰒은 전복의 가공품임), 乾秀魚卵, 葦魚假造開(마른 웅어), 鹽銀口魚, 鹽松魚, 鹽鰱魚, 靑蟹醢(청해젓), 紫鰕醢(곤쟁이젓), 蟹醢, 秀魚醢(숭어젓), 大口魚卵醢, 大口古之醢(대구 이리젓), 石首魚卵醢, 古刀魚膓臟醢(고등어 내장젓), 葦魚食醢(웅어 식해), 蘇魚食醢(밴댕이 식해), 灸仇非石首魚(구운 굴비).

 이들을 부류별로 보면 대부분이 건제품과 발효제품이다.≪여지도서≫의 進貢條에는 이 밖에도 함경도의 乾古刀魚·古刀魚體醢·銀口魚醢·鰱魚醢·鰱魚食醢·松魚醢, 충청도의 小螺醢·秀魚食醢·錢魚食醢·生鰒食醢 등이 보인다. 발효제품의 종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고등어 장장해는 지금은 만들지 않지만 과거에는 기호식품이었던 것 같다.≪惺所覆瓿藁≫에서는 고등어의 설명에서 동해에 이것이 있는데 腹臟醢가 가장 좋다고 하였다.0604) 許 筠,≪惺所覆瓿藁≫屠門大爵 古刀魚. 복장해는 장장해와 같은 것이다. 식해(생선젓의 일종)의 종류가 많은 것도 오늘날과 다르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함경도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에 연어·송어가 많이 잡혔기 때문에 이들의 가공품이 많았다.

 대량으로 어획된 수산물은 저장성과 운반성을 높이기 위하여 각각 독자적 가공법이 발달되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른 명태 제조이다. 명태는 살을 머리·꼬리와 함께 햇볕에 말려 건제품(鯗)으로 만드는데, 정월 것이 살이 부숭부숭하여 상품이고 2∼3월 것은 그 다음이고 4월 이후의 것은 살이 여물어 하품이라고 하였다.0605) 徐有榘,≪蘭湖漁牧志≫魚名攷 海魚 明鮐魚. 이 가공법은 소금을 치지 않고 素乾品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엄한기에 말리는 凍乾法을 사용하였다. 명태의 동건법은 우리 나라에서 개발한 독특한 가공법이다.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건조가(木德)에 걸어 저온을 이용한 냉동, 태양열을 이용한 용해와 건조의 과정을 반복시켜 동건품을 만들었다. 낮은 기온에서 만들어진 것일수록 살이 해면처럼 부드러워 품질이 좋으므로 정월에 말린 것이 가장 좋다. 이를 통하여 19세기초에 명태의 동건법이 개발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공법이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량 생산된 명태를 무난히 처리하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명태를 말리기 전에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면서 명태 알을 골라 젓갈을 담갔다. 알을 들어내면 황색이고 이를 소금에 절이면 홍적색이 되는데,0606) 위와 같음. 이 명태 알젓을 明卵이라고 하였다.0607) 李圭景,≪五洲衍文長箋散稿≫권 11, 北魚辨證說. 마른 명태가 많이 제조되었기 때문에 이 명란의 생산량도 많았을 것이다.

 조기의 가공품도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조기는 명태와 반대로 부패하기 쉬운 고온 다습한 시기에 잡히는 일시다획성 물고기이므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소금을 쳐서 염건품으로 가공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젓갈을 담근 것과 소금을 쳐서 말린 것이 나라 안에 흘러 넘쳤다고 한다.0608) 徐有榘,≪蘭湖漁牧志≫魚名攷 海魚 石首魚. 소금을 쳐서 말린 것이 바로 굴비이다.≪增補山林經濟≫에서는 조기에 대하여 말하기를, 탕과 구이가 모두 좋고 소금을 쳐서 통째로 말린 것의 맛이 배를 갈라 펴서 말린 것보다 낫다고 하였고, 그 알젓도 먹을 만하다고 하였다.0609) 柳重臨,≪增補山林經濟≫治膳下 石首魚. 굴비의 맛이 가조기의 맛보다 낫다는 것이다. 굴비는 옛날부터 기호 식품이기도 하였으므로 많이 생산되었던 것이다.

 청어는 소건품과 燻製品으로 가공되었다.≪난호어목지≫에 의하면, 청어는 등을 가르지 않고 새끼로 엮어 햇볕에 말려 건제품을 만드는데 그 빛깔이 紫赤色을 띠는 것이 귀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말린 청어는 멀리까지 수송할 수 있고 오래 두어도 부패하지 않는데 이를 보통 貫目이라고 하였다. 관목이라고 한 것은 양 눈이 투명하여 새끼로 관통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청어를 잡는 즉시 배 위에서 말린 것이 품질이 좋았다.0610) 徐有榘,≪蘭湖漁牧志≫魚名攷 海魚 靑魚. 청어는 훈제품으로도 가공되었다. 청어를 굴뚝에서 薰하여 살이 뭉크러지는 것을 막았는데, 그 이름을 烟貫目이라고 하였다.0611) 李圭景,≪五洲衍文長箋散稿≫권 11, 鱅魚辨證說 低帶魚. 이는 청어에 연기를 스며들게 하여 부패를 방지하는 훈제법으로, 예로부터 유럽에서 많이 만들어지던 훈제 청어가 우리 나라에서도 만들어졌던 것이다.

 멸치도 일시 다획성 물고기이므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가공이 필요하였다. 멸치는 회로 먹거나 구어 먹을 수 있고, 마른 멸치로 만들 수 있으며, 지방을 채취하여 어유를 만들 수도 있고, 부패하면 비료로 쓰기도 하였다.0612) 李圭景,≪五洲衍文長箋散稿≫권 22, 鯨鰐辨證說. 이 가운데 가공품은 마른 멸치와 멸치 어유이다. 마른 멸치는 잡은 멸치를 모래사장에서 말려서 만들었는데 오늘날처럼 삶아서 말리는 煮乾品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멸치는 말려서 포를 만들기도 하고 미끼로 쓰기도 하였으며 국이나 젓갈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고 하므로,0613) 丁若銓,≪玆山魚譜≫권 1, 鱗類 鯫魚. 멸치를 원료로 한 젓갈을 만들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멸치의 대량 처리는 소건품과 젓갈로 가공함으로써 가능하였던 것이다.

 대구도 건제품으로 가공하였고 겨울에 반쯤 건조한 것이 가장 좋았다.0614) 柳重臨,≪增補山林經濟≫治膳下 大口魚. 소건품에 속하는 통대구를 많이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우는 소건품도 만들었으나 주로 젓갈로 제조되었는데 젓새우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앞에서 배에 독과 소금을 싣고 출어하여 새우를 잡는 즉시 젓갈로 담갔다고 하는 것을 언급한 바 있는데 그것이 바로 白蝦醢, 즉 젓새우젓이다. 곤쟁이도 많이 잡혀 젓갈로 가공되었다. 곤쟁이로 담근 젓갈인 甘冬醢는 기호식품이었다. 새우를 많이 잡아 전국적으로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은 새우젓 가공법이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산물 각각의 자연적 속성과 생산 시기 등에 알맞는 가공법을 개발하여 수산물의 강한 부패성과 비보존성을 극복함과 동시에 품목에 따라 부가 가치도 증가시켰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증대할 수 있었다.

 조선 후기에는 수산물의 조리법도 발달하였다. 17세기부터 몇 가지 조리서가 나왔는데, 이들에는 각종 수산제품의 가공법과 수산식품의 조리법이 잘 밝혀져 있다. 광해군 8년(1616)에 李時明의 繼室 張夫人이 만년에 쓴 것으로 보이는≪飮食地味方≫(≪閨壼是議方≫)은 순 한글로 쓰인 조리서로서 여기에는 각종 수산물의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18세기에 저술된 洪萬選의≪山林經濟≫와 이를 柳重臨이 증보한≪增補山林經濟≫에도 수산물의 조리법이 실려 있다. 19세기에는 실학자들의 저서 가운데에도 수산물의 조리법을 취급한 것이 있다. 徐有榘의≪林園十六志≫鼎俎志에서는 당시까지 전해왔던 많은 국내외 문헌을 참고하여 다종 다양한 수산물의 가공법, 조리법, 보장법 등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19세기의 조리 전문서로서 대표적인 것은 서유구의 백씨 徐有本의 부인이었던 李氏가 순 한글로 순조 15년(1815)경에 쓴≪閨閤叢書≫인데 이 책에도 여러 가지 수산물 조리법이 실려 있다. 이들 책에 실려 있는 수산물을 원료로 한 발효제품의 조리법을 보면, 아주 뛰어난 것이 있어, 오늘날 이를 참고하여 발효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朴九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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