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1. 상인층의 성장과 도고상업의 전개
  • 3) 반도고활동의 전개와 상업계의 동향
  • 나. 사상도고에 대한 반도고운동

나. 사상도고에 대한 반도고운동

 관상도고의 독점활동에 대한 반발과 저항으로 사상층이 성장하게 되면서 시전상업체제로 대표되는 특권상업체제는 해체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상들 가운데에는 우세한 자본력과 영업망을 바탕으로 상품유통과정을 주도하면서 독점적 매집과 판매를 통한 도고상인이 나타나게 되었다. 출현의 배경은 관상과 달랐지만, 자본 집적을 위한 영업행위의 성격은 별반 다름이 없었다. 물품의 독점에 따른 물가의 앙등과 그에 따른 백성들의 생계에 대한 심대한 타격 등 도고활동이 가져오는 폐해 역시 관상도고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도시의 소비자층과 소상인층을 보호하기 위한 시전도고체제의 해체는 이 점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사상도고의 소상인층·소상품생산자층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시전도고의 경우와 다름이 없었다.0949) 姜萬吉, 앞의 책, 196쪽. 신해통공의 주창자로서 통공 이후 시전상인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던 蔡濟恭이 통공을 실시한 지 불과 수개월 후 도고를 혁파하지 않으면 백성의 생활과 상품의 유통이 염려된다고 한 것도0950)≪正祖實錄≫권 32, 정조 15년 6월 임술. 사상도고의 독점행위의 폐단에 대한 인식의 결과였을 것이다.

 이처럼 통공 이후 시전도고가 해체되었지만, 사상의 도고상업에 대한 폐단이 제기되면서 사상도고에 반대하는 반도고의 움직임이 일게 되었다. 사상도고의 독점적 매점에 의한 물가등귀의 피해를 직접 느끼고 있던 도시소비자층이 사상도고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하였고, 전국에 번성해가던 농촌시장을 상대로 활동을 벌이고 있던 소상품생산자들도 사상도고에 저항하기 시작하였다. 소비자층의 반발은 순조 33년(1833) 서울에서 일어난「쌀소동」을 대표적 예로 꼽을 수 있다.0951) 姜萬吉, 앞의 책, 84∼91쪽. 이는 미곡을 도매하던 일부 미곡도고상들이 서울 시내의 미전과 결탁하여 미곡을 매점매석한 결과 미가가 폭등하게 되었고, 이에 격분한 도시빈민층들이 미전을 방화·파괴하고 미곡을 매점해 둔 江上의 가옥 15호를 불지른 사건이었다. 도고상업체제에 저항하는 도시빈민층의 대규모적인 반도고운동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반도고운동의 분위기는 지방으로 확산되어 농촌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던 소생산자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으며, 농민항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洪景來亂 이후 제기된 민심 수습책 가운데 각종 물화의 도고를 혁파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것도 이같은 현상과 무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도고자본은 계속해서 유지·성장해간 것으로 보인다. 개항기에 이르러서도 도고상업의 혁파에 대한 주장은 지속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개항 이후에 가서는 밀려오는 외국상인의 침탈로 말미암아 도고자본에도 점차 위축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그 성격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吳 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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