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Ⅲ. 민속과 의식주
  • 1. 촌락제의와 놀이
  • 1) 촌락제의
  • (1) 제사이름과 제신

(1) 제사이름과 제신

 촌락공동의 제의는 다양하다. 동제·洞神祭·산제·산신제·산천제·서낭제·路祭·府君祭·大洞祭(大同祭)·당산제·당제·天祭·天龍祭·별신제·厲祭·거리제[街里祭]·都祭·치성제·都堂祭·堂祀祭·里社祭 등 여러 명칭이 있다. 이상의 신제의를 분류하면 산신제계·동신제계·서낭신제계·癘疫神系·부군신계로 대별할 수 있다.

 산신·서낭신·여신·부군신은 구체적인 기능을 가진 신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나 동신만은 촌락공동으로 제의하기 때문에 공동제의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동신제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산신제·당산제·용왕제, 또는 일과성으로 지내는 기우제까지도 동제로 불리우는 경우가 있으므로 동신제는 그 대상신의 기능에 따라 다시 분류할 수 있다.

 촌락제의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산신제이다. 단군신화에서 太白山이 등장했고 신라에서는 三山·五岳을 제사한 일도 있어 산에 신을 설정하여 산신을 마을의 鎭山에 모시고 마을 공동으로 제사한 전통이 전승되어 산신신앙이 가장 보편적으로 강하게 나타나 있다.

 ≪東國輿地勝覽≫에는 각 지방의 명산이 기록되어 있다. 서울의 白岳神祠·木■神祠·漢江壇은 나라의 태평 및 백성의 평안과 한양사람들의 안녕에 관계가 있으므로, 백악산제의는 매년 봄·가을에 두 번 醮祭를 지냈고, 남산 꼭대기의 목멱신사도 봄·가을로 제사하였다. 開城의 松岳은 진산으로, 서낭·대왕·국사·姑女·府女의 다섯 당이 있었다. 고려 때부터 신앙이 두터워 촌락제의로 전승되어 왔다. 公州의 鷄龍山」은 삼국통일 이후 5악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도 명산으로서 춘추로 제사를 지냈다. 羅州 錦城山은 진산으로 춘추로 제사하였는데 남녀가 산을 뒤덮을 정도로 모여들고 밤에는 창기가 교대로 사당을 지켰으며 산신은 남신으로 나타나 있다. 산신에는 남신과 여신이 있어서 금성산·덕물산은 남성신이고 智異山을 비롯하여 老姑山·老姑壇이라는 이름의 산은 할미산으로서 여성신이 산신으로 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촌락은 북쪽이나 서북쪽의 산을 진산으로 여기는 예가 많고 진산에는 산신이 좌정하고 있어 산신이 촌락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수호신으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촌락에서는 거의 산신을 수호신으로 삼고 제사함으로써 마을의 안녕과 마을주민들의 「除禍招福」을 기도하였던 것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산신·당산신·산천신과 많은 동제신 가운데도 산신이 포함되어 있다.

 서낭신은 城隍이라 기록하기도 하는데 성황은 도교의 성황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서낭신계에는 서낭신·토지신·당신·지신이 있다. 서낭신의 소재지는 보통 서낭당으로 고개마루 길 옆이나 동네 입구에 돌무덤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왕래하는 사람들이 오갈 때에 돌을 올려 놓고 가면 어느 사이에 석단이 형성되어 왕래하는 사람의 행로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촌락 입구에서 재화나 不淨이 마을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서낭당을 경계로 해서 행정구역이 나누어지는 일도 있으며, 서낭당을 神域化하여 함부로 더럽히거나 부수지 않고 오염시키지 않아 성역시하는 민간신앙으로 전승되어 왔다.

 여역신계에는 여역신·별신·疫病神·牛疫神 등이 있다. 인간이 행복하려면 질병없이 건강해야 한다. 질병은 인간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하기 때문에 역신을 위압하거나 달래서 멀리 보내야 했으니 여역신을 상대하는 큰 부담이 있었다. 인간의 지혜와 지식의 한계로 질병의 원인을 다 밝히고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여역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했다.

 돌림병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순식간에 빼앗아가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마마신은 가장 두려운 역신으로 여겨져, 마마신에 대해서는 존칭을 쓰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여역신당이 따로 독립된 경우도 있지만 한 신당 안에 토지신·국사서낭·여역신이 함께 제사되는 경우도 많았다.

 예방의술이 약했던 그 시대에는 신에 의지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민간신앙이 있어 여역신제가 성행하였다. 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어 있는 恩山별신제는 여역신제라고 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것은 은산지방에 토질병이 없기를 기원하는 鄕土神祀로서 생긴 것이다.704)任東權,<恩山別神祭>(≪韓國民俗學論攷≫, 集文堂, 1971).

 府君神은 관아에서 모시는 신령이다. 지방에는 각 관아가 있고, 특히 죄인을 가두는 가막소[監獄署]에는 寃鬼가 도사리고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부군신이 있었으나 전승된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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