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Ⅲ. 민속과 의식주
  • 1. 촌락제의와 놀이
  • 1) 촌락제의
  • (2) 제사철과 제사비용

(2) 제사철과 제사비용

 촌락공동체 제의의 제사철은 정월, 9월, 3월의 순으로 많아 거의 춘추로 양분된다. 祭天儀式은 주로 연초, 파종 후, 추수 후에 있었으니 농경민족으로서 매우 중요한 계절이었다. 정초는 모든 일이 시작되는 출발의 시점이다. 시작이 좋아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여 산제·동제·여역제의 대부분이 정월에 거행되어 왔다.

 정월 초사흘 무렵부터 대보름(上元)까지 10여 일 동안 대개의 산제·동제가 거행되었다. 제일이 일정한 경우도 있고, 정초에 祭主·化主의 生氣福德에 맞는 길일을 택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상원까지 끝내는 것이 상례였다. 동제 끝에는 마을 공동의 대동굿·대동계를 해서 마을 1년 동안의 계획을 세우고, 1년 내내 마을이 태평하기를 빌었으니 정월은 공동참여의 시기였다. 3월의 행사는 밭농사에서 씨뿌리기와 옮겨심기를 할 때 성장을 기원하는 경향이 있고, 9월의 행사는 수확을 맞아 풍작에 대한 감사제의 성격이 있었다. 정월제의가 전국적으로 특히 한강 이남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3월제와 9월제는 한강 이남에서 보다 이북에 많다. 농경민족이기에 농번기가 되는 여름철에는 제의 횟수가 매우 적다.

 제사에는 제물의 비용을 마련하고, 飮福을 위해서 많은 음식이 있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제사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정한 소득원을 갖는 것, 즉 촌락공동의 기금으로 전답을 사서 경작하여 그 소출로 제사비용에 충당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수시로 그때그때 제사비용을 갹출하는 방법이다.

 마을재산이 넉넉할 때에는 「동네 논」·「동네 밭」·「洞山」이 있어서 그 수입이 촌락공동의 재산이 된다. 협동이 잘 되면서 역사가 있는 마을에는 이와 같은 洞財도 있고, 때로는 소·돼지 등의 가축을 길러 그 수확으로 제사비용을 충당한다.

 수시로 갹출하는 방법은 제사 때를 맞아 농악을 치고 각 집마다 다니면서 곡식이나 돈을 기부받아 제사비용이나 마을기금으로 삼았으니, 지방에 따라 지신밟기·걸립·매기굿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지신밟기의 경우는 지신을 위로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일행에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데 때로는 돈과 곡식을 주는 일도 있다.

 농촌에서는 여름에 공동작업 양식으로 두레가 있다. 두레 때에 지주가 낸 돈의 일부를 따로 적립했다가 마을 공동의 복지를 목적으로 쓴다. 공회당 수리, 교량가설과 보수, 농악기·상여구입, 마을 제의비용 등으로 지출한다. 촌락제의는 개인이 아닌 마을 공동을 위해서 거행하는 것이므로 고루 부담하거나 빈부에 따라 자발적으로 갹출하는 돈과 곡식이 제사비용으로 충당되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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