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Ⅲ. 민속과 의식주
  • 2. 의식주생활
  • 2) 식생활
  • (4) 조선조 궁중의 식생활

가. 궁중의 일상식

 궁중에서는 평상시에 이른 아침의 別朝飯과 朝飯·夕飯의 水刺床 그리고 점심 낮것상과 야참 등 다섯 번의 식사를 올렸다. 낮것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단한 입매상으로, 장국상 또는 다과상이다. 야참으로는 면·약식·식혜 또는 우유죽(酪粥) 등을 올렸다. 오늘날 알고 있는 수라상차림은 대한제국 말기 궁중의 상궁들과 왕손들의 구전에 따라 전해진 것이다.767)金命吉,≪樂善齋周邊≫(中央日報社, 1977), 98쪽.

 궁중의 일상식에 대한 문헌자료는≪園幸乙卯整理儀軌≫가 유일하게 남아 있다. 이것은 정조 19년(1795) 惠慶宮 洪氏의 회갑을 맞아 아들인 정조가 華城의 顯隆園에 행차하여 잔치를 베푼 기록이다. 이 의궤에는 왕과 慈宮·공주들이 경복궁을 출발하여 화성에 가서 進饌을 베풀고 다시 환궁할 때까지 8일간 대접한 식단이 자세히 실려 있다. 특히 일상식에 해당하는 수라상과 죽상·응이상·고임상, 그리고 다과상에 해당하는 茶小盤果가 실려 있다. 이러한 음식의 내용은 1세기 후인 한말에는 많이 달라졌다.

 궁중의 일상식은 왕 자신의 인생관에 따라서 사치스럽게 山海珍味를 즐기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검박을 몸소 시범하는 경우도 있었다.768)金用淑,≪朝鮮朝 宮中風俗硏究≫(一志社, 1987), 403쪽.≪癸丑日記≫ (1613년경)에 의하면 연산군은 날고기를 좋아하여 한 고을에서 하루에 生牛를 7마리씩 잡았고, 광해군은 불고기만을 즐겼다고 한다. 혜경궁 홍씨의≪恨中錄≫에서는 “(정조가)당시 거처하신 집이 짧은 처마와 좁은 방에 단청을 베풀지 않으시고 수라를 허락하지 아니하여 숙연하기가 寒士의 거처와 다름없고, 의복은 龍袍 외에는 비단을 몸에 가까이 아니하시고 細布의 굵은 것을 취하시고 이불은 명주도 덮지 아니하시고 조석수라에 찬품 서너 그릇을 더하지 아니하시고 작은 접시에 많이 담지 못하게 하시니”라고 하였다.

 조선 후기 궁중의 식생활 양상은 고종과 순종을 모시던 상궁들의 증언으로부터 알 수 있는데 궁중의 일상적인 상차림은 다음과 같이 초조반상, 조석수라상, 낮것상, 면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769)韓熙順·黃慧性·李惠卿,≪李朝宮廷料理通攷≫(學叢社, 1957), 2∼3쪽.

 초조반;궁중에서는 아침수라를 10시경에 드시므로 보약을 드시지 않는 날에는 유동식으로 보양이 되는 죽·응이·미음 등을 이른 아침에 드렸다. 궁중에서 죽은 아플 때 먹는 것이 아니고 초조반이나 낮것상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라상;궁중에서는 아침수라는 10시가 지나야 드시고 저녁수라는 저녁 5시경에 드신다. 평상시의 수라상은 水刺間에서 주방상궁들이 만들어 올리는데 왕과 왕비는 각각 동온돌과 서온돌에서 받으시며 결코 겸상을 하는 법이 없었다. 대왕대비와 세자에게는 각각의 전각에 딸린 주방에서 만들어 올렸다. 수라상에 올리는 饌物은 왕의 침전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수라간에서 만들어 일단 至密에 부속되어 있는 配膳室의 退膳間에 보냈다. 퇴선간에서는 식은 찬물들을 덥히고, 곱돌솥이나 새옹에 백탄을 피워서 수라를 지어 상을 차려서 올렸다. 퇴선간은 수라를 드실 때 쓰이는 여러 가지 器皿·화로·상 등도 관장하였다.

 평소의 수라상은 12첩 반상차림으로, 수라와 탕 두 가지씩과 기본찬품, 쟁첩에 담는 12가지 찬물 등으로 구성된다. 기본음식으로 수라는 白飯과 팥 삶은 물로 지은 찹쌀밥인 붉은 빛의 紅飯 두 가지를 수라기에 담고, 탕은 미역국과 곰탕 두 가지를 모두 탕기에 담아 올려 좋아하시는 것을 골라서 드시도록 준비한다. 조치는 토장조치와 젓국조치 두 가지를 준비하고 찜·전골·침채 세 가지가 기본음식이다. 조미품으로는 청장·초장·초고추장·겨자집 등을 종지에 담는다. 쟁첩에 담는 12가지 찬물은 다양한 식품재료를 사용하고 조리법도 각기 달리하여 만든다. 수라상은 朱漆한 큰 원반과 작은 원반, 책상반의 세 개 상에 차린다.770)黃慧性,≪조선왕조 궁중음식≫(宮中飮食硏究院, 1994), 15쪽.

 큰 원반은 붉은 색을 칠하고 중자개로 문양을 넣거나 다리에 용트림 장식이 조각되어 있다. 큰 원반은 중앙에 놓이며 왕과 왕비가 앉아서 드시는 상이다. 곁반으로 작은 원반과 네모진 책상반이 쓰인다. 때로는 책상반 대신 둥근 소반을 쓰기도 한다.

 낮것상;점심은 낮것이라 하여 가벼운 음식인 응이·미음·죽 등의 유동식이나 간단한 다과상을 차려서 올린다. 왕가의 친척이나 손님들이 점심시간에 방문한 때는 국수장국이나 다과상을 차려서 대접한다.

 면 상;탄일이나 명절에는 면상인 장국상을 차려서 손님들을 대접한다. 진찬이나 진연 등 궁중의 큰 잔치 때는 병과와 생실과와 찬물 등을 고루 갖추어 높이 고이는 고임상(高排床)을 차린다. 실제로 드시는 것은 입매상으로 주로 국수와 찬물을 차린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