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Ⅲ. 민속과 의식주
  • 2. 의식주생활
  • 3) 주생활
  • (2) 서민주거의 발달과 지역적 특성화

(2) 서민주거의 발달과 지역적 특성화

 경제력의 증대에 따른 서민주택의 질적 향상은 한편으로 주거문화의 지역적 특성을 발현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물론 지역의 환경적 조건에 경제적으로 적응해야 했던 서민계층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재료의 사용이나 건설방법에서 독특한 지역적 특성을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 자력이 의한 주택생산과 단순한 주거공간만으로는 지역적 특성을 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경제력의 증대에 따라 건축요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기능적으로 다양한 주기공간을 다루어야 했을 때, 비로소 주거계획에 있어서 다양한 대안들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거공간의 분화는 지역에 따라 공간의 결합방식을 독특하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지역의 환경적 차이에 따라 적합한 건축적 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축적 방법은 공간의 결합방식, 공간들의 건물별 분리, 건물의 배치방법, 각 건물의 평면형식, 구조 및 재료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조선 후기의 서민주거는 비단 살림채의 평면형태뿐만 아니라 부속채의 평면 및 공간·배치·구조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건축요소들에서 지역적 특성을 발현하게 되었던 것이다.794)종래에 조선 후기의 민가를 분류하는 방법은 주로 살림채의 평면형식에 의존해 왔는 바, 여타의 건축적 특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장적의 폐지에 따라 국가에 예속되어 있던 건설기술자들의 민간활동이 자유로워진 것도 서민주택의 질적 향상과 지역적 특성화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조선 중기 이전까지 서민의 주택생산은 거의 자급자족식의 생산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저급한 수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주거유형이 지역적으로 전파되기도 어려웠다.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 활동하게 된 건설기술자들은 비록 중앙의 고급장인들처럼 수준높은 지식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요구조건들을 건축적 방법으로 체계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을 것이다. 이들은 일정한 지역적 범주내에서 활동하면서 자신들의 지식체계 안에서 유사한 형태의 주택을 반복하여 건설했기 때문에 일정한 주거유형이 지역적 전형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795)현존하는 민간대목들은 지역마다 주거건축에 대한 독특한 지식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체계는 지역의 환경적 조건을 인식하는 태도와 주거계획의 방법들, 그리고 그 방법에서 파생된 건축요소의 선택적 대안들이 범주화됨으로써 지역적 특성으로 자리잡게 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姜榮煥,≪삼척이남 동해안지역 전통민가에 관한 연구≫, 서울大 博士學位論文, 1989).

 조선 후기에 특성화되었다고 보여지는 시민주택의 지역적 유형들은 다음의 도표와 같이 분류된다.796)姜榮煥, 앞의 책, 119쪽. 이러한 분류법은 주거공간의 결합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조선 후기 민가에서는 기능적으로 다양한 부속공간들이 분화됨으로써 이러한 공간들을 건물별로 분리, 또는 집중시키는 방법들이 지역마다 독특하게 발전되었다는 이해를 전제로 한다. 공간을 결합하는 방식은 지역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건축적 대안들에 대한 포괄적인 특징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타의 건축적 방법들이 지역적 특성을 갖게 되는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 주거건축이 특성화를 이루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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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서민주택의 유형분류 체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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