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1. 성리학
  • 2) 인물성논쟁의 쟁점과 전개
  • (2) 인물성상이론(호론)의 전개

(2) 인물성상이론(호론)의 전개

 18세기 초 권상하의 문하에서 수학한 李柬(巍巖, 1677∼1727)과 韓元震(南塘, 1682∼1751)을 중심으로 기호지역에서 광범하게 확산된 人物性同異論의 일대 논쟁은 이 시대 성리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원진은 24세 때 이미 인물성상이론의 입장을 정립하고, 27세 때 동문 崔徵厚(梅峯)와 스승 권상하에 보낸 편지에서, 그리고 이듬해 그와 동문으로 대표적 논쟁 상대자인 이간과 숙종 35년(1709) 洪州(洪城 興寧)에 있는 寒山寺에서 만나 토론을 벌이고 왕복서한을 통해 인물성문제를 상이론의 입장에서 논쟁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였다.021)한국사상사연구회,<南塘 韓元震의 인물성이론>(≪人物性同異論≫, 한길사, 1994), 217∼218쪽.

 한원진은 理가 순수한 선이요 氣에는 淸濁·粹駁의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먼저 이는 본래 하나이지만 ‘形氣를 초월한 것(超形氣)’으로 언급하는 차원과 ‘기질에 의거한 것(因氣質)’으로 언급하는 차원과 ‘기질에 섞인 것(雜氣質)’으로 언급하는 차원 등 이른바 性三層說을 제시하고 있다.022)韓元震≪南塘集≫ 권 11, 書 擬答李公擧. 여기서 그는 ‘형기를 초월하여’라고 말한 것은「太極」을 가리키는 것으로 만물의 이가 동일하며, ‘기질에 의거하여’라고 한 것은「健順·五常」을 일컫는 것으로 人과 物의 性이 다르고, ‘기질에 섞여서’라는 것은 선·악의 성으로 사람마다 사물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023)韓元震의 性三層說은 스승 權尙夏가 제시한 一原·分殊·分殊之分殊의 三分法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 본다(裵宗鎬, 앞의 책, 1974, 211쪽). 이에 따르면 한원진은 인·물에 동일한 ‘형기를 초월한’ 것은 성이 아니라 이요 태극이라 보고 ‘기질에 의거한’ 차원과 ‘기질에 섞인’ 차원을 성이라 하여, 성개념을 기질에 떨어진 이후의 단계로 파악하며 인과 물의 기질적 차이가 곧 성의 차이로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心卽氣說에 근거하여 心을 ‘氣가 모인 것이요 그 體는 본래 비어 있다(氣之聚而體本虛)’는 것으로 정의하여 심이 발동하기 이전(未發)의 본체는 비어서(虛) 밝으며(不昧) 선한 것이요, 기가 모인 현상은 고르지 않으며(不齊) 선악이 있는 것이라 하였다. 곧 심을 體·用의 양면으로 분석하여 이 심의 체에 깃든 성을 가리켜 ‘大本之性’이라 하고, 이 심의 용에 깃든 성을 가리켜 ‘氣質之性’이라 구분하기도 하였다.024)韓元震,≪南塘集≫권 11, 書 擬答李公擧 附未發五常辨.

 윤봉구(1681∼1767, 屛溪·九菴)는 德山(현 예산군 덕산면)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이재(陶菴)·박필주(黎湖) 등의 낙론학자들과 논쟁을 전개할 뿐 아니라, 같은 호론의 한원진과 사이에서도 이론의 일치점과 차이점을 면밀히 분별하는 엄밀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인물성론이 정자·주자에 의해 확립되어 방향이 제시되었으나 이간이 과격하게 동론을 주장하였다고 봄으로써 이론(호론)의 입장이 정통적임을 확인한다. 그는 성리설로는 朱熹의 ‘答石子重’과 이이의 ‘答金子張’ 등에 기준을 두고, 낙론의 견해를 비판함으로써 쟁점의 이해를 심화시켰다. 동론자인 이재가 심을 合理氣로 보는데 반하여 그는 심을 기라 정의하고, 성인과 범인이 같이 부여받은 성도 기의 청탁에 얽매이고 가려져서 차이가 생긴다고 제시한다.025)李 縡,≪陶菴集≫권 10, 書 答尹瑞膺鳳九心說辨問.

 그는 인물성의 동이문제는 ‘理는 같고 氣는 다르다(理同氣異)’는 ‘一原’ 곧 본체의 단계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氣는 오히려 가까우나 理는 같지 않다(氣猶近而理不同)’는 ‘異體’의 단계에 와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 하여 일원의 이는「성」으로 볼 수 없음을 강조한다.026)尹鳳九,≪屛溪集≫권 30, 書 答洪克念章海. 여기서 그는 李珥의 “理가 氣 속에 있는 것을 性이라 한다. 만약 氣 속에 있지 않으면 마땅히 理라 해야 한다”는 언급에서 나온「性」개념을 논거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인간을 포함한 만물에 부여되기 이전의 이치(天理)는 하나이지만, 각각의 기질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기질 속에 부여된 성품은 기질의 차이에 따라 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이의 모난(方) 그릇과 둥근(圓) 그릇에 담긴 물의 비유에 따라 모나거나 둥근 그릇은 形이라면 물은 性이라 하여 성은 이가 기질 속에 떨어진 다음에 일컫는 명칭이라 하며, 이가 기질 속에 떨어진 상태에서 이만을 가리킨 것(單指)을 본연지성이라 하고 치우치거나 온전한 기를 아울러 말한 것(兼言)을 기질지성이라 정의한다. 이 때 본연지성에서는 치우치거나 온전한(偏·全) 차이가 남아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면, 기질지성에서는 天命의 이가 인간에게 주어져 있는 것을 仁·義·禮·智·信의 성이라 하고, 소에게 있는 것을 경작하는 성이라 하고, 말에게 있는 것을 달리는 성이라 하여 각자의 성이 호환될 수 없는 것이라 본다.027)尹鳳九,≪屛溪集≫권 30, 書 答洪克念. 곧 그는 특히 인간의 성품인 인·의·예·지·신은 동물이나 다른 사물에 있을 수 없음을 단정하며, 본연지성도 기질 속에 있는 것으로 확인하여 기질을 초월한 성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원진은 주자의 견해를 따라 호랑이에게 仁이 있고 개미에게 義가 있는 등 동물에게도 五常(인·의·예·지·신)이 부분적으로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지만, 윤봉구는 동물에게 부분적으로라도 오상이 있다는 견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028)동물의 性에는 五常이 부분적으로 있다는 한원진의 견해를 ‘量分’이라 하고, 동물의 性에는 五常이 전혀 없다는 윤봉구의 견해를 ‘質分’이라 하여, 같은 湖論에 있어서도 人·物의 分殊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裵宗鎬, 앞의 책, 222쪽).

 또한 한원진과의 토론에서도 한원진이 마음의 본래 부여받은 청·탁과 허령이 상관없는 것이라 하여 마음의 허령을 발동하기 이전의 虛明으로 보고 있는데 대하여, 그는 허령이란 고요함(寂)과 감응함(感)을 갖추고 있으며 발동하기 이전과 발동한 이후를 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한원진이 인간 마음의 기질인 精爽과 그 작용인 허령을 별개로 보는데 대해 그는 허령은 정상의 작용이라 보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같은 이론자인 한원진과도 개념적 차이를 엄격하게 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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