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1. 학술의 진흥
  • 3) 규장각의 학술활동
  • (2) 학술활동

가. 교육활동

 처음 규장각을 설치했을 때의 기능은 군주의 御製·御眞·訓謨 등을 봉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규장각의 정치적 의미의 증대와 더불어 抄啓文臣의 교육, 서적의 수집과 정리 및 편찬, 侍講과 元子의 교육 등 매우 기능이 확대되었다.

 초계문신제도는 정조 5년에 비로소 규장각의 소관사항으로 설치되었다. 초계문신이란 문과합격자로서 承文院에 분관되었던 사람들 가운데 37세 이하의 참상·참하관을 의정부에서 선발하여 규장각에서 교육하고 40세에 마치게 하는 제도이다.373)≪奎章閣志≫(완성본) 권 2, 敎習 抄啓. 초계문신의 교육내용은 講과 製로 이루어지며 시험관은 현임과 전임의 규장각 각신이었다. 講은 試講, 製는 試製라고도 하였으며 시제는 경전류 강독인 강을 시험한 뒤 그것을 기반으로 제술문을 짓는 것이었다.

 시강의 교재는 4서와 3경이며 강의 순서는≪大學(章句)≫·≪論語(集註)≫·≪孟子(集註)≫·≪中庸(章句)≫·≪詩傳≫·≪書傳≫·≪周易(本義)≫으로 하되≪주역≫의 경우는 정자의≪易傳≫을 겸하도록 하였다. 주자학계통의 주석서가 교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정조의 학문경향은 정통주자학과 다소 다르다. 그럼에도 규장각의 경전교재는 주자학계통 일색이었던 것은 당시 주자학이 국가의 공식적인 교학이었으며 다른 교재를 채택할 경우 국왕으로서도 그 반발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교재는 주자학의 것이었으나 강의 가운데 다른 성향의 것도 논의될 수 있었다.

 시강의 강의는 매달 10일 전과 15일 이후(뒤에 20일 후로 개정)의 2차로 하였으며 매달의 강의할 내용 및 매일의 학습내용을 세밀히 규정하였다.374)이하 시강과 시제의 내용은≪奎章閣志≫(완성본) 권 2, 敎習 講製 및 文臣講製節目에 의거하였다. 강의는 글의 뜻과 구두를 시험하며 반복 질문하는 형식을 취하였고 성적은 4등급으로 나누었다. 질문과 대답의 내용은 모두 기록해 보고하도록 하였다.

 試製는 論·策·序·記 등 한문의 여러 가지 서술양식으로 시험을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6종이었으나 점차 늘어나 마지막에는 30종목이나 되었다. 시제의 여러 종목 가운데 중시된 것은 논과 책이며 그 이유는 致用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이다.375)鄭玉子, 앞의 글(1980), 17쪽. 시제는 매월 20일 이후에 한 번 시행하였다.

 한편 초계문신에 선발되면 실직이 있는 경우 본래 업무와 기타 잡무의 면제 등의 특전이 있고 실직이 없는 경우 군직을 더해 주었다. 아울러 시강과 시제에서 성적이 좋은 사람은 품계를 올려 주었다.

 결국 정조는 초계문신제도를 통해 젊은 관료를 자신의 의도에 맞춰 재교육하고 당색에 구애되지 않는, 자신의 친위세력을 형성하여 이들을 왕권강화와 개혁정치의 주체세력으로 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정조의 이런 초계문신 교육이 반드시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것은 초계문신들 사이에 자기 출신의 당색·학통에 따라 국왕에게 제출한 대책문에서 입장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376)鄭玉子, 앞의 글(1982).

 한편 국왕과 유교경전·역사 등을 논구하며 왕의 고문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377)薛錫圭, 앞의 글(하), 85쪽. 정조는 학문에 열의가 매우 강하였으며 대학자로서 수시로 규장각 신료를 불러 학문적 토론을 하였다. 국왕과의 이런 일들은 수준 높은 학술연구 또는 토론이었으며 이를 위해서 규장각의 신료들은 쉬지 않고 새로운 학문연마를 계속해야 되었다.

 정조 말년 규장각은 원자교육의 임무까지 아울러 맡았다.378)≪正祖實錄≫권 46, 정조 21년 4월 신묘. 규장각의 時任과 元任각신이었던 金載瓚·李晩秀·金祖淳·尹行恁·南公轍이 교대로 매월 2명씩 원자의 강학에 참여하였으며 이들은 정조의 家人과 같은 존재였다.379)薛錫圭, 앞의 글(하), 86쪽. 정조가 다음 대를 위해 교육에 힘쓰는 한편 왕권을 지켜줄 측근을 미리 형성시키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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