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2. 실학의 발전
  • 1) 실학사상의 성립
  • (2) 실학사상의 형성 배경

(2) 실학사상의 형성 배경

 실학자들은 자신이 처해 있던 현실세계의 분석을 통해서 주자설에 입각한 성리학이 현실과 괴리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학자들은 성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왕도정치론을 존중했지만, 여기에서도 그들은 주자 유일기준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들은 성리학에 대체될 수 있는 經世論으로 六經古學에 기초한 왕도정치론을 제시했다. 실학적 왕도정치론은 17세기 이후의 조선왕조 사회에서 행정·군사·경제·사회·문화의 각 부문에 걸쳐 폭넓은 제도변화를 이루려는 시도였다. 이렇게 조선 후기 사회에 이르러 성리학적 왕도정치론을 반대하고 실학적 왕도정치론이 제기된 데에는 일정한 배경이 있다. 즉 실학사상의 등장 배경에는 조선 후기 사회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어 나가던 내재적 상황이 주된 역할을 담당했고, 일부 외래적 요인도 함께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408)강만길,≪고쳐쓴 한국근대사≫(창작과비평사, 1994), 150쪽.

 그런데 오늘날 ‘실학’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상의 경향에 대해 학문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식민지시대에는 이 사상의 형성 배경으로 주로 청조 문물의 수용이나 서학의 전래와 같은 외래적 요인들을 주목했다. 그 후 ‘실학’의 개념을 정립시켰던 해방 직후의 학계에서는 대부분이 식민사관 극복론과 민족사에 대한 주체적 인식 논리에 따라 내재적 발전론의 입장에서 실학의 발생원인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면 실학발생의 원인에 대한 재검토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실학발생의 내재적 요인과 함께 외래적 요인에 대한 균형적 인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주체적 인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외래적 요인의 인정을 거부하려는 경향을 경계했으며, 주체성의 문제는 수용의 태도나 방법에 관한 문제이지 외국의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결과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했다.409)金泳鎬,<實學思想의 勃興>(≪한국사≫14, 국사편찬위원회, 1975), 164쪽. 그리고 한 민족의 역사는 그 민족의 자생적 능력에 의해서 추진되고 전개되는 것이지만 밖으로부터의 외적 변수나 요인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나왔다.410)李元淳,<朝鮮後期 實學者의 西學意識>(≪歷史敎育≫17, 1975), 136쪽. 여기서는 기존의 연구성과들을 기초로 하여 실학사상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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