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사상은 그 성행하던 당시 실학사상가들이 뚜렷한 연대의식을 갖고 특정학파를 표방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상에서는 상호 유사성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후대의 연구자들은 실학사상의 유형화 작업을 시도하게 되었다. 한편 실학의 유형화는 실학개념에 따라서 각기 달라질 수 있고, 실학사상의 상한과 하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연구자들은 실학의 상한을 15세기 초엽으로 잡는 경우도 있고, 16세기 중엽에 실학사상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일부 연구자들은 그 형성시기를 17세기의 초엽이나 중엽으로 주장하기도 하며, 18세기 후엽에 등장한 북학사상만으로 제한해야 함을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 가운데 첫 번째의 것으로는 실학의 시간적 전개과정에 따른 분류를 우선 들 수 있는데, 곧 실학사상을 준비기(16세기 중엽∼17세기 중엽), 맹아기(17세기 중엽∼18세기 중엽), 전성기(18세기 중엽∼19세기 중엽)로 나누어 살펴보았다.⁴⁹²⁾千寬宇,＜磻溪 柳馨遠硏究＞(≪歷史學報≫2, 1952). 이 경우는 실학이 시대에 따라 달리 드러내는 특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의 경우는 실학의 전개시기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연결하여 분류를 시도한 것이었다. 즉 실학을 봉건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실학(17세기 초), 과도기의 실학(17세기 중엽∼18세기 중엽), 시민계급을 대변하는 실학(18세기 말∼19새기 중엽), 전환기의 실학(19세기 말∼20세기 초)으로 나누었다.⁴⁹³⁾趙璣濬,＜實學思想의 社會的 背景＞(≪韓國史의 反省≫, 1967). 그러나 여기에서는 실학이라는 동일한 용어 안에 봉건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시민계급의 근대사상까지가 함께 포괄되는 무리한 측면이 노정되고 있다.

　한편 실학의 시기적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성에 주목하여 분류한 경우도 있는데 경세치용학파(18세기 전반), 이용후생학파(18세기 후반) 및 실사구시학파(19세기 전반) 등이 그것이었다.⁴⁹⁴⁾李佑成,＜實學硏究 序說＞(≪文化批評≫2－4, 문화비평사, 1970).

　그리고 실학사상의 유형화에는 그 인적 계보를 중시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星湖 李瀷의 문하를 지칭하여 星湖學派라는 실학의 유형을 설정한 것이다. 또한 실학사상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그 사상의 유형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近畿學派·江華學派 혹은 湖南學派 등으로 부른 경우다. 그러나 인적 유대관계나 지역적 연대를 기초로 하여 실학사상을 유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실학사상의 학문적 특성과 관련하여 이를 분류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났다. 그리하여 重農學派·重商學派 등의 개념이 차용되어 실학의 분류작업이 시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토지제도 및 행정기구의 개편문제를 그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經世致用學派, 상공업의 발전문제와 기술부분의 혁신에 연구의 초점을 두었던 利用厚生學派, 그리고 經書 및 金石文과 고전에 대한 고증을 위주로 했던 實事求是學派 등의 분류도―그 분류의 타당성 여부를 차치한다 하더라도―학문적 성격과 일정한 관련을 가진 분류로 생각된다. 한편 최근의 북학파에 대한 주목도 학문경향을 기준으로 한 분류로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실학사상은 종전의 연구에서 시도되던 바와 같은 중농학파나 중상학파 등 경제사상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나, 近畿지역의 사상 등 지역성에 주목하는 구분, 그리고 지연과 인연을 결합하여 논하는 성호학파와 같은 구분, 경세치용학파·이용후생학파·실사구시학파 등 동일사상의 다양한 측면을 기준으로 한 구분, 赴燕의 경험이나 청조문물의 가치인정을 기준으로 하여 명명된 북학파 등의 구분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실학에 이러한 유파의 구분이 실학의 개념을 분명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실학개념의 다양성 내지는 혼잡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실학사상의 유파를 분류하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