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조선 시대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 음악
  • 3) 악조와 음악양식 및 기보법
  • (2) 음악양식의 새 경향

(2) 음악양식의 새 경향

 음악양식이란 여러 갈래의 음악에 나타난 일반적 추세나 특수한 경향을 뜻하는 음악용어로 이해할 때, 조선 후기 음악사는 음악양식의 새로운 경향에 의해서 앞 시대와 구분된다. 양란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음악양식의 새로운 경향은 크게 몇 갈래로 구분할 수 있으니, 첫째는 성악곡의 器樂化이고, 둘째는 새로운 변주곡의 등장이며, 셋째는 관악기 위주의 악기편성이며, 넷째는 악곡의 繁音促節과 高音化이고, 다섯째는 당악의 향악화 및 기타, 이렇게 다섯 갈래로 요약할 수 있다.815)宋芳松, 위의 책, 487∼497쪽 요약.

 조선 초기의 여민락이나 영산회상 등과 같은 악곡들은 모두 관현반주를 지녔던 성악곡이었다. 양란 이후로 이러한 성악곡들은 가사를 잃고 관현악곡으로 변천되는 과정을 거쳤다. 본래 龍飛御天歌의 1장·2장·3장·4장 및 졸장의 한문가사를 지녔던 여민락은 17세기 이후부터 가사는 사라진 채 거문고악보만이≪한금신보≫·≪어은보≫에 남았다. 또 조선 초기에는 ‘영산회상불보살’이라는 한문가사를 지녔던 영산회상도 양란 이후에는 기악화의 변천과정을 거쳤다. 성악곡의 기악화라는 음악양식의 변화는 조선 후기 음악사의 한 특징으로서 시대구분을 위한 준거틀의 하나이므로, 이런 새 경향의 음악사적 의미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조선 후기의 성악곡과 기악곡에 나타난 변주곡의 등장은 여러 악곡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가곡과 시조에 나타난 여러 변주곡 및 영산회상과 보허자에서 파생된 변주곡들이 대표적인 보기로 꼽힌다. 삭대엽에서 파생된 弄·樂·編의 여러 곡이나 평시조에서 파생한 지름시조·사설시조·엇시조 등이 음악양식의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난 변주곡의 실례들이다. 중영산·세령산·가락더리·삼현도드리·하현도드리·염불·타령·군악도 영산회상의 변주곡들이고, 밑도드리·웃도드리·양청도드리는 보허자의 변주곡임을 상기할 때, 변주곡의 등장은 조선 후기 음악사의 시대구분을 위한 하나의 준거틀로 꼽혀서 마땅하다.

 양란 이후 樂懸의 축소는 아악·당악·향악·고취악 등 궁중음악의 모든 갈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이런 경향은 관악기 위주의 악기편성으로 귀결됐다. 예컨대 성종 때 헌가악현의 124명이 양란 이후에는 22명으로 102명이나 감원됐고, 등가악현의 62명이 20명으로 42명이나 감원됐다.816)≪增補文獻備考≫권 105, 樂考 16 樂人.
≪樂學軌範≫권 2, 雅樂陳設圖說 時用登歌·時用軒架.
이렇듯 악현의 축소과정에서 소리가 약한 가얏고·거문고·향비파·대쟁·아쟁·월금 같은 현악기들은 제외되지 않을 수 없었고 소리가 큰 관악기 위주로 악기편성이 바뀌었다.

 번음촉절이란 악곡의 가락이 복잡해지고 악곡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인데, 이런 경향은 조선 후기 음악의 여러 갈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여민락의 7장 중에서 4장부터 빨라지는 사실, 영산회상의 상영산 이후의 변주곡들이 차츰 빨라지는 사실, 가곡의 농·낙·편이라는 변주곡들이 모두 빨라지는 사실들이 모두 새로운 음악양식을 만든 요소의 하나였다. 변주곡의 출현 때 음이 높아지는 고음화의 실례가 밑도드리의 변주곡인 웃도드리에서, 평시조의 변주곡인 지름시조에서, 거문고 4괘 중심의 상영산을 유현 7괘 중심으로 변주시킨 중영산에서 각각 발견된다. 따라서 번음촉절과 고음화는 조선 후기 음악양식의 새 경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의 하나로 꼽혀서 마땅하다. 이런 음악양식의 새 경향은 시대구분의 한 기준이므로, 조선시대 음악사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당악의 향악화는 조선 초기 이래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후기에 이르러 더욱 가속화됐다. 향악정재와 당악정재의 반주음악으로 연주된 鄕唐交奏가 당악의 향악화에 드는 대표적인 실례이고, 또 宋詞의 하나였던 보허자의 파생곡들도 당악의 향악화를 보여주는 실례의 하나이다. 향당교주의 악기편성은 향악기와 당악기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버림으로써 당악의 특징이 없어졌다. 특히 밑도드리·웃도드리·양청도드리 등과 같은 보허자의 파생곡들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기악화의 과정에서 모두 향악화됨으로써, 당악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변천됐다.

 성악곡의 기악화, 변주곡의 등장, 당악의 향악화, 번음촉절과 고음화, 악현의 축소와 같은 새 경향은 조선 후기의 음악양식을 독특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담당했으므로 그러한 경향들이 조선시대 음악사의 발전과정에서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양식의 새로운 경향이 앞 시대와 구분하는 준거틀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음악사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